황 CEO “코드 짜던 개발 방식, AI 모델 학습으로 전환”
네모트론·어스-2 등 오픈 모델로 AI 생태계 확대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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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엔비디아를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로 알고 있지만, 우리의 핵심 비즈니스는 가속 컴퓨팅입니다. 기존 데이터센터 환경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죠.”
정소영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그는 30일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 열린 ‘AI SEOUL 2026’에서 미래 컴퓨팅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컴퓨팅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에 따르면 미래에는 데이터가 텍스트에서 멀티미디어로,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데이터가 폭증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의 발언을 인용해 AI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황 CEO는 AI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라고 소개했다”며 “전통적으로는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로 직접 코드를 짜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AI 모델을 구축하고 데이터로 학습시켜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과는 다른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며, AI를 만들어내는 인텔리전스가 다양한 산업에 결합하면서 산업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분석이다.
정 대표는 △합성 데이터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AI 피직스(AI Physics) △오픈 모델 등 다섯 가지를 차세대 AI 핵심 흐름으로 제시했다. “과거에는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투입해 모델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데이터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에도 컴퓨팅이 요구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실질적인 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며 작동하는 에이전틱 AI가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지컬 AI는 흔히 로봇을 떠올리기 쉽지만, 단순한 로보틱스를 넘어 스마트 팩토리, 지능형 CCTV, 자율주행 등 모든 물리적 객체에 인텔리전스를 결합하는 개념”이라며 “현실 세계 전반으로 AI의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고성능 컴퓨팅으로 해결해 온 복잡한 문제를 AI 모델로 풀어내는 AI 피직스와,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오픈 모델이 AI 생태계의 확장과 혁신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는 프론티어 모델의 오픈 API를 활용하되, 이메일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퍼블릭 모델 대신 오픈 모델을 RTX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에 내려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성능과 보안을 분리해 설계하는 접근이다.
피지컬 AI 개발에서 핵심은 시뮬레이션이다. 정 대표는 “물리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를 학습하려면 현실과 동일한 수준의 시뮬레이션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옴니버스 시뮬레이션 엔진과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인 코스모스를 활용하고 있다. 쿠션 위에 떨어진 물체는 깨지지 않고 시멘트 바닥에서는 파손되는 것처럼 물리 법칙을 정밀하게 재현해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강화학습 기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율주행 모델 역시 옴니버스 환경에서 학습과 실행이 이뤄진다.
엔비디아는 이번 CES 2026에서 자율주행용 ‘알파마요(AlphaMayo)’ 모델을 공개했다. 알파마요는 추론 기반 비전-언어-행동(VLA) 모델로, 운전자가 실제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추론 기법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정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 안전하고 정확한 운전인지 설명 가능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마요는 올해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 CLA 모델에 처음 적용되며, 하반기에는 북미를 넘어 다양한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알파마요의 강점은 설명 가능한 AI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최근 센서 데이터부터 액션까지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처리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이 트렌드”라면서도 “알파마요는 센서 시뮬레이션과 추론 단계를 분리해 설계할 수 있어 안전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피직스는 반도체 산업에서 이미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 “반도체 공정의 EDA, 광학, CMP 시뮬레이션 등에 AI를 적용하면 공정 단계를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와 함께 TCAD 시뮬레이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I 피직스를 위한 ‘피직스ML(Physics ML)’ 프레임워크를 오픈 형태로 제공하고 있으며, 다수의 연구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다양한 실험 시뮬레이션에 AI 피직스가 적용되고 있으며,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통신 분야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을 넘어 6세대(6G)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AI 기반 시그널 프로세싱과 액세스 네트워크 연계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정 대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통신 장비 기업, 대학 리서치센터와 협력해 6G 기반 AI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네모트론, 어스-2, 코스모스, 알파마요 등 엔비디아가 공개한 주요 모델들이 모두 오픈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네모트론은 에이전트 AI를 위한 모델이며, 어스-2는 기후와 날씨 예측을 위한 모델이다. 정 대표는 “이러한 오픈 모델들이 한국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유덕규 기자 ude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