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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장의 사진이 하나의 조각으로… 예술·기술·사운드 유기적으로 엮어낸 권오상 개인전 ‘Simplexity’

기사입력 2026.01.29 21:18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 현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 현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 일상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전시가 문을 열었다.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by U+'에서 오는 3월 31일까지 열리는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권오상의 Simplexity: AI, 인간 그리고 예술〉이다. 수천 장의 2차원 사진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3차원 조각으로 완성하는 권오상 특유의 작업 방식이 AI 시대 예술의 의미를 묻는 전시로 재탄생했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심플렉시티(Simplexity)', 단순함(Simple)과 복잡함(Complexity)의 결합이다. 권오상 작가는 "겉으로는 하나의 형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백 장의 사진과 수많은 시점이 겹겹이 쌓여 있다"며 "복잡함을 충분히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허락되는 단순함, 이것이 곧 심플렉시티"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층부터 4층까지 '태동-탄생-환원'이라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1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1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1층에서는 '에어매스(Air-mass)' 시리즈와 '릴리프(Relief)' 연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벌룬으로 채워진 에어매스 시리즈는 지지 하디드 등 패션 매거진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들로 콜라주되어 있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1층 릴리프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1층 릴리프 작품(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전시를 주관한 더 트리니티 갤러리의 박소정 대표는 1층 릴리프 작품에 대해 "평면인 듯해도 완전하게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부조 상태로, 미디어가 보여주는 일방적 단면처럼 관람객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감상 태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들은 아직 입체가 되기 전 태동하는 사물의 상태를 상징한다.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선곡한 호주 뮤지션의 'Deep Learning' 사운드가 작업실에서 무언가 만들어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3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3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3층은 권오상을 세계적인 작가로 알린 '데오도란트(Deodorant Type)' 시리즈의 무대다. 핑크 스티로폼(아이스핑크)을 조각한 뒤 수천 장의 사진을 붙여 완성한 작품들이 360도 전방위에서 감상 가능하도록 배치돼 있다. 박 대표는 "납작한 사진들이 평면의 프레임을 탈출해서 3차원의 몸을 얻는 순간을 목격하게끔 기획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3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3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헨리 무어 조각에서 영감받은 곡선과 공간을 관통하는 구멍들이 특징이다. 강수연 배우를 모델로 한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항해하는 배의 이미지로 연출됐다. 막스 리히터의 'Dream 1'이 흐르는 가운데, 7점의 와상(臥像) 시리즈가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4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 4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4층에서는 모빌 작품을 통해 사물이 다시 우주로 환원되는 순간을 서커스 같은 축제로 표현했다. 쇼스타코비치 왈츠부터 칼리 메시나의 아기 코끼리 걸음까지 경쾌한 선율이 흐르며, 알렉산더 칼더에서 영향받은 54피스 중 35점이 공간에 맞춰 선별됐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를 거닐며 각자의 동선을 만들 수 있다. 박 대표는 "관객과 같이 마치 정원을 걷듯이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2층 심플리 스튜디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 전시장 2층 심플리 스튜디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2층 '심플리 스튜디오'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 4층 모빌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이미지 3개를 선택해 자신만의 키링을 만드는 체험이 제공되며, 작가 사인이 담긴 사진도 선택 가능하다. 유플러스 고객은 무료, 일반 관람객은 3천 원에 참여할 수 있다.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권오상의 Simplexity : AI, 인간 그리고 예술〉전시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LG유플러스의 AI 기술 '익시오(ixi-O)'를 활용한 AI 도슨트도 눈길을 끈다. 작가와의 실제 통화 내용을 녹음해 구축한 서비스로, 관람객이 궁금한 점을 능동적으로 검색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넘어 대화형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 더 트리니티 갤러리의 박소정 대표(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더 트리니티 갤러리의 박소정 대표(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박소정 대표는 "LG유플러스의 브랜드 철학 'Simply.U+'와 권오상 작가의 조형 언어를 하나의 서사 구조로 설계하고, 예술과 기술, 공간과 사운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구조를 통해 '단순함과 복잡함이 공존하는 감각적 경험(Simplexity)'을 관람객의 동선과 체험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축적되도록 의도했다"고 밝혔다.

    권오상 작가는 "강남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예술은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미술관과는 다른 새로운 감상을 준다"며 "이번 전시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보고' 있었는지, AI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에르메스, BMW, 지드래곤과의 협업은 물론 영국 V&A 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권오상 작가의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426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 by U+에서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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