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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셰프 코리아2'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린 최강록 셰프가, 13년 만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를 통해 다시 한번 정상의 자리에 섰다.
그간 매체를 통해 보여온 최강록의 이미지는 흡사 초식동물을 연상케 한다. 내성적 애티튜드를 가졌지만 요리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승부사적 기질을 드러내며 많은 이를 열광시킨 그다. 우승의 환희보다는 앞으로의 10년을 살아갈 동력을 얻었다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우승자 최강록과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Q. '흑백요리사2' 우승 소감?
"앞으로 나이를 먹게 될 텐데, 10년 정도 또 힘내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된 것 같다. (우승은) 제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시즌2에서 히든 백수저로 출연했다. 시즌1에 이어 또다시 출연하는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히든 백수저로 등장했는데, 아마 그런 연출인 줄 알았으면 안 나왔을 거다. (웃음) 그때 올라가서 느낀 건 '내려가고 싶다'는 거였다. 너무 높은 곳에 저를 올려두셨더라. 제 주변에도 '흑백요리사' 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한 번 나온 사람이 또 나가는 거라 책임감도 있었다. 어느 정도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살아남다가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Q.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 이어 '흑백요리사' 두 시리즈까지,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로 '도파민'을 꼽았었다. 최강록에게 경연은 어떤 의미인가.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서 도파민 충전이라고 말씀드렸었다. 사실 (경연을 하면) 충전이 된다. 살면서 그렇게 큰 무대가 별로 없다고 생각이 든다. 나갈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면, 그런 기회가 있으면 잡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큰 컴패티션이 있으면 꼭 나가보라고 한다. 나를 욕하지 말고. (웃음) 많은 분들이 저에게 '대본이 있죠? 짜고 하는 거죠?' 하는데 그러면 저는 '나가보면 알 거다'라고 한다. 그러면 실제 경연 나갔다 와서 제 손을 잡고 '힘들었겠어요' 하는 친구들도 있다." -
Q. 최강록은 자타공인 조림의 왕이다. 조림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항상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요리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시간과 귀찮음이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답한다.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조리법이 저는 조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전 다이나믹하게 요리하는 중식의 뒷모습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일본 요리는 아무래도 좀 정적인 부분이 있다. 일식은 물의 요리, 중식 불의 요리라고 하는데, 늘 마음 한편에는 불의 요리를 하고 싶은 속마음이 있다."
Q. 그간 요리사의 길을 돌아보면 어떤가. 요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저는 요리를 장사의 수단으로 선택했다. (남들과는) 거꾸로 갔다. '장사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접하다가 그 과정에서 '더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라는 필요성을 느꼈다. 사실 서른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유학을 가는 게 저희 때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요리사로서) 콤플렉스를 가져가면 안되겠다 싶어서 유학을 갔다. 일본 문화에서 요리를 배웠다는 기록을 남기는 게 제 콤플렉스를 없애고 일을 더 잘 해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요리를 해서 좋았던 순간은 매 순간순간이다. 계속 좋았다. 제 요리를 맛있게 드셔주시고 '진짜 잘 먹었다' 하실 때마다 요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Q.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데, '흑백요리사1' 출연 이후로 운영하던 식당을 폐업하지 않았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식당 문을 닫은 이유는 계약 기간이 다 돼서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기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마침 '흑백요리사' 시즌1이 잘 되면서 기대감을 가지고 오신 손님들이 늘었다. 다행히 엑시트가 있어서 문을 자연스럽게 닫은 거다."
Q.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서도 3억, '흑백요리사2'로도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지 않았나. 결승전 메뉴를 맛보고 싶어 하는 애청자들이 많은데 식당 재오픈 계획도 있을까.
"제 노년의 계획에 조그마한 식당이 있긴 하다. 우승 상금은 나중에 노년에 국수집 할 때 보태 쓸 생각이다."
"좋은 기억을 해쳐드리고 싶지 않다. 기대하고 오셨는데 맛없어서 상을 엎으실 수도 있지 않나. (웃음)" -
Q. 최강록의 삶에서 요리는 얼마나 큰 부분일까. '흑백요리사3' 제작도 확정됐는데 또 출연할 의향도 있을까.
"제가 전에 '인생의 52%가 요리 비중'이라고 말씀드렸던 부분을 이야기하시는 것 같다. 지금은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했으니까 53%가 된 것 같다."
"'흑백요리사' 시즌3는 제가 가게가 없어서 못 나갈 것 같다."
이제 요리는 그의 인생에서 53%의 존재가 됐다. 비록 그 숫자의 변화는 미미해 보일지라도, 그 1% 안에는 우승의 무게와 10년을 버텨낼 원동력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정적인 조림의 미학 뒤에 뜨거운 불의 심장을 품은 최강록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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