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계 대학내일 목표… 올해 여행 특화 기능 확장
“AI 쇼핑 시대에도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늘 존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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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몰에서 이거 주문해 주세요” 60대 주부 A씨는 스마트폰 앱에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잠시 후 “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주문 완료했습니다. 내일 오전에 도착 예정이에요”라는 답변이 온다. 택시가 필요하면 호출해 주고, 여행 계획을 짜달라고 하면 일정부터 숙소 예약까지 척척 처리한다.
5060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하이브리드 비서 서비스 ‘똑비(똑똑한 비서)’ 사용 모습이다. 똑비를 만든 함동수 토끼와두꺼비 대표는 보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장노년층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시니어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대학원에서 연구만으로는 만족감을 얻기 어려웠다”며 “온전한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시니어계 ‘대학내일’ 목표
함 대표가 시니어 시장에 주목한 건 데이터 창업 시장의 틈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 빅데이터 열풍이 불 때, 카이스트와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데이터 스타트업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데이터 관련 사업 분야에서 기존의 스타트업에 비해 경쟁력을 얻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시니어 데이터는 아직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영역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실 선배 4명과 함께 2021년 시니어 데이터 연구소 ‘아몬드에이지랩’을 창업했지만 노년층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금의 서비스로 전환했다. ‘토끼와 두꺼비’는 MZ세대 타깃 마케팅으로 유명한 대학내일을 벤치마크 삼아 ‘시니어계의 대학내일’을 목표로 삼았다.
사업은 전환점은 코로나19였다. 원래 시니어들의 온라인 데이터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시니어층에서도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 온라인 소비 데이터가 쏟아졌다”며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내놓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기본적인 설문조사만으로는 인사이트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2021년 말 어머니 친구 10명을 모아 처음 서비스 PoC(개념증명)를 시작했다. 초기 10명의 테스터는 한 달간 100건의 요청을 보냈고, 400만 원을 소비했다. 함 대표와 공동창업자는 소비자들과 일일이 소통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주변에 소문 좀 내달라고 했더니 한 달 만에 200명, 3~4개월 만에 1000명으로 가입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똑비의 핵심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요청이 들어오면 사람 비서와 AI 비서가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한다. 예약이나 구매 같은 액션이 필요한 일은 사람 비서에게 간단한 맛집 검색이나 정보 검색은 AI에게 맡긴다. 사람 비서는 비서학과를 졸업한 전문가들이다.
똑비 속 AI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튜닝해서 사용하고 있다. 시스템 프롬프팅과 검색증강생성(RAG) 기반으로 시니어 맞춤 답변을 제공한다. 내부적으로는 상담사들이 사용하는 AI 툴도 자체 개발했다. 회원 정보를 정리하거나 답변을 추천받는 등 상담 효율을 높이는 데 활용한다.
현재 똑비는 500만 개 이상의 대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요청별로 태그를 달아 관리한다. 궁극적으로 AI 상담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학습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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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여행’ 특화로 승부
똑비 초기 이용자들은 “이 꽃은 무슨 꽃이에요?”라며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간단한 검색 요청이 많았다. 하지만 챗GPT, 제미나이가 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요청의 수준이 점점 높아졌다.
현재 가장 많은 요청은 여행 관련 서비스다. 비행기표 예매, 호텔 예약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들이다. 이어 온라인 쇼핑 구매 대행 요청도 많다. 택시 호출, 각종 예약, 찾기 어려운 정보 검색 등도 빈번하게 요청되는 서비스다. 다만 똑비는 사람의 업무나 불법을 대행해주지는 않는다.
올해 똑비는 ‘여행’ 서비스를 특화한다. 그는 “비행기표 예매, 호텔 예약 등을 한 페이지에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니어들이 해외·국내 여행 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 “AI 시대 사람 비서 역할 더 중요해질 것”
오픈AI, 구글이 AI 서비스에 쇼핑을 연결하고 있지만 제휴사가 한정돼 있고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는 최소 1~2년은 사람 비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 가치 있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똑비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 구독과 B2B 파트너십이다. 보험사들과 협력으로 삼성화재, 메트라이프와 제휴를 맺고 보험 가입자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과 현대해상과도 논의 중이다. B2B 고객은 보험사 제공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광고는 하지 않는다. 그는 “광고를 받으면 회원들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대신 MOU를 맺거나 협업하는 파트너사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똑비는 2022년 예비창업패키지 최우수팀 선정을 시작으로, 2023년 카카오 비즈니스 베스트 어워즈, 2024년 초기창업패키지와 중기부 TIPS 선정, 삼성금융그룹 C-Lab Outside 최우수상, 2025년 한국비서협회 공로상까지 연이어 수상하며 서비스를 인정받았다. 누적회원수 3만8250명, 누적 요청 수행 건수 약 20만 건에 달한다.
앞으로 AI 쇼핑이 보편화하면 똑비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그는 여행 예약, 복잡한 상담 등 사람이 필요한 영역은 항상 남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AI가 아무리 잘해도 사람이 필요한 영역을 항상 존재하며 가치 있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통화로 해결하고 싶어 하실 때가 많으며 신뢰 관계를 쌓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5060 시니어를 대표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