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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고령 인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상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되는데, 국내에서도 이 기준 도달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65세 이상 노년층 가운데 약 15~25%가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가운데 실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현강 교수 연구팀은 노년기 우울증과 인지장애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년기 우울증이 치매와 연관된 위험 요인으로 보고됐다는 점에 주목해, 우울 증상과 인지 기능 변화의 관계를 살폈다.
노년기 우울증은 흔히 내과 질환이나 노화 과정의 일부로 오인되기 쉽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치매 초기 증상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는 치료에 따라 호전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태를 가성치매(pseudodementia)로 분류한다. 연구진은 우울 증상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성급히 치매로 단정해 방치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 발생 위험과 연관성이 보고됐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향후 치매 발생 위험이 더 크게 관찰됐으며, 특히 60세 이후에 발생한 우울증(late-onset depression)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우울증이 단순한 기분 변화에 그치지 않고, 뇌 구조와 기능 변화와도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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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연구팀은 우울 증상과 경도 인지 저하를 이유로 의료기관을 찾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핵 양전자 단층 영상(PET) 등을 활용해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 축적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축적 소견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뇌 네트워크 분석 연구에서는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경우, 우울 증상이 경미한 단계에서도 뇌 기능 변화가 동반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노년기 우울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도 인지 저하에 대해 보다 면밀한 평가와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우울 증상이나 건망증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개인의 상태와 경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과 인지 저하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요소”라며 “우울 증상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관리가 향후 인지 기능 변화 논의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