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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치료 반응과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종양 미세환경 속 섬유아세포 아형을 형광 표지 없이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울산의대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와 간담도췌외과 전은성 교수 연구팀이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과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해 췌장암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섬유아세포 아형을 높은 정확도로 구분하는 기초연구 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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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종양세포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기질세포, 특히 섬유아세포의 특성과 구성에 따라 치료 반응과 재발 양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가 염증성 섬유아세포(iCAF)와 근섬유모세포(myCAF) 등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아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아형의 분포와 성향이 종양의 진행과 치료 저항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사람 췌장 성상세포를 기반으로 iCAF와 myCAF를 각각 분화시킨 뒤, 형광 염색이나 표지 없이 라만 분광 현미경을 이용해 세포의 화학적 성분 스펙트럼을 분석했다. 이후 주성분 분석과 부분 최소제곱 판별 분석 등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인공지능 분류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그 결과 콜라겐과 단백질 성분이 두드러지는 스펙트럼 영역과 지질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는 영역에서 두 섬유아세포 아형 간 뚜렷한 차이가 관찰됐다. 인공지능 분류 알고리즘은 이러한 화학적 지문 차이를 기반으로 두 세포 아형을 99%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이는 분화된 세포 모델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형광 항체 염색 등 기존의 침습적 방법 없이도 종양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섬유아세포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가능성을 제시한 기초연구 성과라고 설명했다. 향후 조직 분석이나 종양 미세환경 연구에서 활용될 수 있는 분석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명·의학 분야 학술지인 Biomaterials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준기 교수는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과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섬유아세포 아형을 높은 정확도로 구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종양 미세환경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초연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은성 교수는 “췌장암에서는 종양 주변 기질 환경의 특성이 치료 반응과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환자별 종양 미세환경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연구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서울아산병원 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