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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방광암을 표적으로 한 항암 기술 개발에서 핵심 난제로 꼽혀 온 ‘약물 전달 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전략이 제시됐다. 기존처럼 표적 단백질을 먼저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암세포 내부로 실제 침투하는 항체를 선별하는 접근법을 적용한 전임상 연구 결과다.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 연구팀은 난치성 방광암을 표적으로 한 항체 기반 항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 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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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은 진단 시 약 20~30%가 이미 근육층을 침범한 상태로 발견되며, 전이와 재발 위험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이성 방광암은 기존 항암화학요법이나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치료 전략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강원대학교 김미경 교수, 서울대학교 이유진 교수, UCLA의 존 리(John Lee) 교수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한계에 주목했다.
기존 ADC는 특정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도록 항체를 설계하지만, 실제 암세포 환경에서는 항체가 세포 내부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해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암세포 내부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입되는지가 ADC 개발의 병목으로 작용해 온 셈이다.
이에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표적을 먼저 정하지 않고, 살아 있는 방광암 세포 표면에 다수의 항체를 반응시킨 뒤 세포 내부로 실제 침투하는 항체만을 선별했다. 이렇게 발굴한 항체를 항암 약물과 접합해 방광암 모델에 적용한 결과, 암세포 사멸 효과가 확인됐으며 동물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 억제와 생존 기간 연장이 관찰됐다. 정상 세포나 표적이 없는 경우에는 뚜렷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광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체의 표적 결합 여부보다 세포 내재화 능력 자체를 기준으로 항체를 선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존에 내재화 효율 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항체들도 이중항체 ADC 전략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경희대학교 글로벌핵심융복합과제, 강원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해당 전략이 향후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한 항체 기반 항암 기술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