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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치료 선택지가 제한됐던 소아·청소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게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1차 치료로 적용할 가능성을 제시한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조혈모세포이식팀(임호준·고경남·김혜리·강성한 교수, 최은석 전문간호사)은 조직 적합성이 절반만 일치하는 가족 공여자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 소아·청소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에서 치료 성공률 94%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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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기능 저하로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감소해 심각한 감염과 출혈 위험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한 완치 치료로 알려졌지만, 소아·청소년 환자 가운데 조직 적합성이 완전히 일치하는 형제 공여자를 확보할 확률은 10% 내외에 그친다. 비혈연 공여자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환자의 40~50%는 적절한 공여자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때 1차 치료로 면역억제 치료가 시행됐으나, 치료 성공률과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일치 가족 공여자는 상대적으로 확보가 수월해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중증 만성이식편대숙주병 발생 위험 등으로 1차 치료 적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2015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소아·청소년 재생불량성빈혈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1차 치료로 시행하고 예후를 분석했다. 그 결과 35명이 완치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며, 중증 만성이식편대숙주병은 단 한 명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식 후 평균 10일 만에 호중구 생착이 이뤄졌고, 전체 치료 성공률은 94%에 달했다.
임호준 교수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의 기술적 발전으로 공여자가 없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던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새로운 선택지를 갖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을 1차 치료로 고려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단일 기관에서 진행된 결과로, 향후 다기관 연구나 장기 추적 데이터가 축적되면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의 임상 적용에 대한 근거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조혈모세포이식 분야 국제학술지 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