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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붉은 말의 해, '말'의 흔적 따라 걷는 서울 여행

기사입력 2026.01.05 10:52
  •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서울관광재단이 새해를 맞아 '말'의 기운이 서린 도심 여행 코스를 제안했다. 용마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의 산에서 새해 첫 해를 보고, 조선시대 왕실의 말을 기르던 터전을 거쳐, 말발굽을 피해 숨었던 골목까지.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서울 곳곳에 남은 말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새해를 여는 특별한 의미와 마주하게 된다.

    용마산, 새해 첫 해와 함께 말의 전설을 만나다

    서울 동쪽 용마산은 병오년을 맞아 힘찬 한 해를 시작하기에 제격인 장소다. '용마가 날아갔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과 함께, 조선시대 산 아래 면목동에 말 목장이 많아 귀한 용마(龍馬)가 태어나기를 비는 봉우리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용마산 스카이워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 용마산 스카이워크(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자연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때로 산양을 마주치기도 하는 이곳은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나다.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일출 시간 전 정상 도달이 가능하며, 완만한 코스와 잘 정비된 등산로 덕분에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는 한강을 따라 펼쳐진 서울 전경과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한 도심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마산은 아차산, 망우산과 능선을 공유해 다양한 코스로 등반이 가능하다. 광나루역 1번출구의 아차산 생태공원 코스, 중곡동 이호약수터 교차로 코스, 망우역사공원 코스 등 모두 2시간~2시간 30분이면 오르내릴 수 있다.

    산행 후에는 올해 새로 개장한 용마산 스카이워크와 용마 폭포공원 눈썰매장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가 추천된다. 용마산과 망우역사공원 사이에 위치한 스카이워크는 지상 최대 10m 높이의 목재 데크 산책로로, 약 160m 구간을 숲 위에 떠서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겨울철에도 계단에 논슬립 패드 커버가 설치돼 있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조명 설치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거 채석장이던 곳을 정비해 만든 용마 폭포공원은 겨울철 눈썰매장을 운영 중이다. 18세 미만 아동이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2026년 2월 8일까지 운영된다.

    조선 왕실의 말을 기르던 터전, 마장동

    마장동은 조선시대 국가에서 관리하던 말 사육장인 '양마장(養馬場)'이 자리했던 곳이다. 군사와 왕실에 필요한 말을 기르던 중요한 공간으로, 한양 도성 동쪽 외곽에 위치해 넓은 평지와 수자원이 확보된 지형 덕분에 말 사육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 마장시장 앞 조형물(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 마장시장 앞 조형물(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시대가 바뀌어 말의 역할이 사라지자 마장동도 변모했다. 1958년 숭인동 가축시장이 이전하며 축산물 시장으로 탈바꿈했고, 1961년 시립도축장 개장과 함께 수도권 축산물 유통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1990년대 도시개발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도축장이 문을 닫았지만, 마장축산물시장은 여전히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품목 시장으로 국내외 손님들이 찾는 중요한 공급처로 남아있다.

    서울관광재단은 "마장동은 사진 찍기 좋은 '예쁜 동네'는 아닐지 모르지만, 서울이 성장해 온 방식과 여전히 이어지는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다양한 육류 특수부위를 사고파는 모습, 상인들의 목소리 등 생생한 현장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장동 축산시장 인근에는 서울의 도시 형성과 생활사를 물길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수 있는 '청계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 도성과 함께 조성된 청계천이 시대별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사 전문 박물관이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2026년 3월 29일까지 특별전 '청계천 사람들: 삶과 기억의 만남'을 개최하고 있어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청계천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말을 피해 숨은 골목, 피맛골의 흔적을 찾아서

    피맛골(避馬街)은 조선시대 양반과 관리들이 말을 타고 다니던 종로 대로를 피해 서민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한 골목이다. 말발굽과 위세를 피해 한발 물러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낮은 시선으로 걷고, 머무르고, 삶을 이어갔다.

  • 이마빌딩 말 조형물(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 이마빌딩 말 조형물(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

    피맛골 식당가는 조선시대 공식 중앙시장이었던 종로 육의전 번성과 함께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며 서민들의 술집과 밥집, 여관과 상점들이 모여드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값싸고 허심탄회한 공간'이라는 성격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고등어구이, 빈대떡, 순대국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모여 서울의 대표적 맛집거리로 사랑받았다.

    2000년대 후반 종로 일대 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수백 년 된 골목의 원형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여전히 종로 일대에서 피맛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종로 대로에서 르메이에르 건물로 들어서면 피맛길 입구가 나오고, 광화문 D타워 저층부에 조성된 골목에서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마빌딩 로비에서는 말과 관련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피카디리 극장 주변에도 예전 피맛골 맛집들이 남아있어 겨울 건강식과 따뜻한 음식을 찾기 좋은 코스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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