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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이 데뷔한 건 지난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였다. 당시 문가영은 10살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 속 '문가영'은 강림한 여신이고, 땅에 발붙인 멜로 배우다. 드라마 '여신 강림' 속 화장하면 여신이 되었던 그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 등의 작품을 통해 땅에 발붙인 한 사람의 사랑을 채웠다. 그 사랑은 때로는 고단했고, 지쳤고, 그리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만약에 우리' 속 정원은 현실에 발붙인 문가영 식 멜로의 연장선인지도 모른다. '만약에 우리'는 이별 후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의 이야기를 담는다. 정원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집이 없이 자라온 외로운 인물이다. 하지만 스스로 발 딛고 서기 시작한 때에 만난 은호로 인해 자신의 집을 느끼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집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문가영은 그 현실의 온도를 때로는 모든 걸 다 줄 수 있을 것 같은 환한 미소로, 때로는 너무나 아픈 눈물로 담아낸다. 함께한 구교환은 문가영의 버스 안 장면을 "한국영화 3대 버스 장면"이라고 표현하며 극찬하기도 했다. -
Q. '만약에 우리'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어떤 점에 매료되어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나.
"원작도 분명 훌륭한 작품이다. 사실 우리 영화를 보면, 원작 속 좋은 장치를 한국 영화에 맞게 가져온 느낌이다. 재료가 다르고, 표현하는 우리가 다르고, 좋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도영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화면에서 제 얼굴이 흑백으로 나올 기회는 많지 않지 않지 않나. 그렇기에 흑백으로 담기는 나의 어떤 시절이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Q. 정원은 은호를 만나 처음에는 마음을 열기 힘들어했고, 그 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없어 애틋해했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이별하는 모습까지 디테일한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었다.
"초반에 정원이는 날 것의 느낌으로 나온다. 짙은 스모키에 거친 모습이다. 김도영 감독님께서는 제 모습 중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으셨던 것 같다. 나중에 간극을 주기 위해 초반에는 거칠게 담배도 피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어찌 보면, 은호가 정원에게 완전한 집이 되어주는 존재이기도 하고, 은호를 만나면서 정원이도 부드러워지고 성숙해진다. 이해하기에도, 연기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이 편안했다. 그런 존재가 옆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 사는 집의 크기와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공감됐다. 정원이가 마지막에 머무는 집이 보이지 않나. 새로운 감정이더라. 정원이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집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
Q. 초반 거친 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흡연하는 연기도 있었다. 정원을 그려가는 과정 속에 부담감은 없었나.
"의외로 영화를 보시고 그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하지만 저는 '배우는 본업할 때 가장 멋있어 보여야 한다'라고 생각해 왔다. 저도 멋있고 싶고, 잘하고 싶다. 본업을 하는 모습에 부담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 일을 잘 해내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도전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잘 해내야겠다. 그런 기회와 얼굴을 찾아주신 김도영 감독님께 감사드려야겠다."
Q. 정원과 은호가 마음을 열고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스크린에서 달콤한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구교환과 어떤 대화로 만들어갔는지 궁금하다.
"구교환이 애드리브를 하면, 저도 애드리브를 해야 한다.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정원이가 은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 속 책도 제가 골랐다. 김도영 감독님께서 어울리는 책을 여쭤보셔서 '독일인의 사랑'이 생각났다. 놓인 소품을 많이 활용했다. 현장이 거의 구교환과 저의 놀이터였다. 휴지로 탈춤도 추고, 그런 은호와 정원은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다." -
Q. '만약의 우리' 속 정원의 두 번의 눈물 장면이 굉장히 다른 의미로 마음을 탁 내려놓게 했다. 버스 안에서의 눈물과 아버지(신정근)의 편지에 흘린 눈물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테이크가 두 번 갔다. 한 테이크 찍고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구교환을 한 번도 장면으로 만나지 못했을 때, 버스 장면을 찍었다. 감독님도 저도 그 장면이 정원이 감정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했다. 정원이 마음으로 '이별'을 정의 내리는 장면이기도 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는 장면을 찍을 때, 사실 막 울어버리는 것보다 울음을 참는 게 더 슬프다. 눈물이 나오는데 참으려고 하면 잘 참아지지 않는다. 그걸 '사랑의 이해'를 촬영할 때 많이 느꼈다. 수도꼭지를 다 풀어놓았지만, 버스라는 공간이 주는 힘에 기대었다. 울고는 싶은데 창피하다. 그 상황에서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 현장 스태프분들께서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던 점이 현장 스태프분들도 같이 울어주셨다.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 '잘했다'보다 '통했다'라는 마음에 안심이 됐다. 반면,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저는 감독님께 '담담하게 읽으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렸다. 텍스트도 일부러 안 읽었다. 그런 마음으로 첫 테이크를 찍으며 편지를 열어봤는데, 편지가 정말 (신)정근 선생님의 손 글씨로 적혀있었다.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슬프더라."
Q. 말씀 주셨듯이 '사랑의 이해'를 좋아하셨던 시청자들이라면, 반가워할 문가영의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사랑의 이해'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만약에 우리'도 좋아해 주실 거로 생각한다. 정원이와 수영이는 각기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 저는 '수영이에게 도망치는 것도 용기 있는 일임을 배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정원이는 회피하려다 선택하는 인물이다. 결말을 떠나서, 정원은 수영과 다른 길을 갔다고 생각한다." -
Q. 보는 이들에게 가닿는 문가영만의 멜로 필승법이 있는 것 같다.
"필승법이라기보다, 자신 있는 건 하나 있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 근데 그건 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이 신경 쓰는 것은 '눈'이다. 모든 연기가 다 '눈'이 중요하지만, 멜로에서는 특히 눈과 시선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구교환을 비롯해 상대 배우들에게 많이 배웠고, 그걸 되돌려주고 싶어서 노력하기도 한다. '사랑의 이해' 때도 수영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이 끊임없이 바라봐주는 상대방의 시선으로 이해가 되지 않나. 그런 감정들이 쌓여서 '멜로'가 되는 것 같다."
Q. 문가영에게 '만약에 우리'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정원과 은호가 성장해 각자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것도 있지만, 누군가와 끝맺지 못한 인연을 다시 만나 제대로 끝맺음을 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만나도, 나는 마음이 열려있는데, 상대방이 그렇지 않으면 그 순간을 공유할 수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은호와 정원이는 타이밍이 잘 맞는 커플이다. 아름답고 성숙하게 둘 다 이별할 수 있는 건 해피엔딩 같다." -
Q. 쉴 새 없이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올까.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 그런데 늘 정답이 없어서 너무 어렵다. 결국 '좋아한다'라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되게 오래오래 하고 싶다."
문가영과 구교환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왜 이들에게 많이도 설렜고 아렸는지가 그 자체로 전해진다. 팔짱을 어색해하는 구교환에게 반대로 팔짱을 자기에게 껴보라고 권하는 문가영의 '말랑한' 대처는 상대방의 온도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맞춰가려는 그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완성하는 방식이 꼭 ‘함께’만은 아니라는 걸, 성장과 이별마저 품어내는 얼굴로 증명한다. 그렇기에 문가영의 멜로는 바라볼수록 마음에 담긴다. 그 온도는 뜨겁고 차갑고가 아닌, 쉽게 잊히지 않는 온도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