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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이 2,00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역시 3,000만 명대로 늘어나면서 약 1,000만 명 규모의 '인아웃바운드 불균형'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유일의 데이터 기반 여행·관광 산업 연구기관인 야놀자리서치(원장 장수청)는 29일 서울 대치동 야놀자 본사에서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수요 예측 모델을 바탕으로 한 2026년 관광 시장 전망과 구조적 해법을 발표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주식회사 야놀자, 미국 퍼듀대학교,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가 공동으로 설립한 여행·관광 산업 전문 독립 연구기관이다. 작년 이맘때 2025년 인바운드 수요를 1,873만 명으로 예측했으며, 실제 관광객 수는 예측치에 근접한 1,850만 명을 기록하며 모델의 정확성을 입증한 바 있다.
2026년 외래 관광객 2,036만 명… 중일 갈등 시 2,100만 돌파 가능
야놀자리서치의 LSTM(Long Short-Term Memory) 기반 딥러닝 모델 분석 결과,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2,036만 명으로 예상됐다. 국가별로는 중국 615만 명, 일본 384만 명, 대만 193만 명, 미국 166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LSTM 모델은 시계열 데이터에 내재된 장단기적 패턴과 인바운드 수요에 영향을 주는 여러 외부 요인들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계절성, 거시경제 변수, 비선형적 외부 충격까지 반영해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홍 수석연구원은 "2025년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인들의 실업률 증가와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방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강달러 효과로 팬데믹 이전 대비 6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인 해외 여행객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0.9%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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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최근 심화되는 중일 갈등의 영향이다. 홍 수석연구원은 "과거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 수요의 10~13%가 일본으로 이동한 대체 효과가 확인됐다"며 "최근 중일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대신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10월까지 전년 동기 20% 이상을 기록하다가 11월 들어 3%로 급락했다. 홍 수석연구원은 "수요 이탈이 목격되고 있는 가운데 이탈된 수요를 한국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70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야놀자리서치는 연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을 1,000만 명으로 가정하고, 갈등에 따른 감소율을 사드 사태 당시 50%를 적용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중일 갈등으로 약 40만~90만 명의 추가 인바운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수청 원장은 "2,036만 명은 중일 갈등의 베네핏이 반영되지 않은 숫자"라며 "중일 갈등이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2,076만~2,126만 명 레인지 안에 들어올 것이며,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면 2,100만 명 내외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대만 시장도 성장세… 항공편 수와 환율이 관건
일본 시장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2026년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약 384만 명으로 전망돼 팬데믹 이후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25년 월 평균 약 1만 2천 편으로, 팬데믹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
홍 수석연구원은 "엔화와 원화의 통화 가치가 동반 하락함에 따라 일본인 입장에서는 해외여행이 환율 때문에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한국이 비교적 비용 매력도가 있는 나라로 판단된다"며 "최근 보이는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일본인들의 해외 여행 수요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5년 들어 대만인 인바운드 수요는 매월 20% 이상씩 증가했으며, 2026년에도 성장을 계속해 약 193만 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양국을 오가는 교류객 중 인바운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비중이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뤘지만, 2025년 9월 기준 인바운드 수치가 아웃바운드의 2배에 달하는 상황까지 왔다.
홍 수석연구원은 "대만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2024년과 2025년 대만의 해외 여행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약세와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대만인 해외 여행객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 7%에서 2025년 1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웃바운드 3,023만 명 예상…"안전이 새로운 기준"
2026년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3,023만 명으로 전망됐다. 서대철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인바운드가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아웃바운드 수요도 증가하며 인아웃바운드 관광객 격차는 약 1,000만 명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선임연구원은 "엔데믹 이후 굉장히 빠르게 회복되던 국면이 조금 완만한 국면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
주요 목적지별로는 일본이 엔저와 지방 직항 확대에 힘입어 965만 명으로 1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서 선임연구원은 "한일 노선은 국적사 중심의 시장이다 보니 아웃바운드로 나가는 공급망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며 "최근 2년 동안 소도시 여행 붐이 불면서 일본의 31개 공항에 우리나라 국적사들이 취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무비자 면제 효과로 24.2%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됐다. 2026년 중국 방문 한국인은 393만 명으로 전망됐으며, 서 선임연구원은 "2023년 11월 무비자가 시행되면서 유의미하게 항공편 검색량이나 실제 방문객 수 지표들이 늘어났다"며 "동남아의 감소한 수요를 중국이 일부 흡수할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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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트남과 태국은 감소세가 전망됐다. 베트남은 456만 명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439만 명으로 수요가 꺾인 이후 회복하는 수준이다. 서 선임연구원은 "작년 말과 올해 초 베트남 관련 범죄 보도가 늘어나고 올해 하반기 캄보디아 사태가 발생하면서 동남아라는 큰 카테고리로 묶여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나타났다"며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항공편이 인천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노선 대부분 감소하거나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156만 명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 선임연구원은 "올해 3월 발생한 미얀마 대지진 이후 4월부터 수요가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항공편 공급도 11% 감소했다"며 "바트화 가격이 많이 올라 동남아 가성비 여행지로 인식하던 국가가 비싸지면서 수요 위축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서 선임연구원은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국가별 수요가 탈동조화되고 있다"며 "여행 소비의 기준이 '가격'에서 '안전과 가성비'로 이동하고 있어, 2026년은 여행 시장의 질적 재편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수지 적자의 본질은 '경험 가치 격차'
야놀자리서치는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관광수지 적자 원인을 '경험 가치 격차(Value Gap)'로 진단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환율이나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내여행에 대한 가치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장 원장은 "인아웃바운드 격차는 2000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고, 2019년 코로나19 직전에는 1,200만 명 이상 벌어졌다"며 "코로나 이후 다시 격차가 벌어져 작년, 올해, 내년 모두 1,000만 명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서울시 시민 전체가 해외로 나간 것과 같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액이다. 장 원장은 "인바운드는 숫자도 늘어나고 있지만 1인당 지출액은 줄어드는 반면, 아웃바운드는 숫자도 늘고 지출액도 비교적 올라가는 쪽"이라며 "관광수지 적자가 100억 불 정도인데, 다른 조치가 없으면 상당 부분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 해외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위한 투자로 인식(67.2%)하는 반면, 국내여행은 가성비를 따지는 '기능적 소비'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국내여행 의향은 높지만(50% 이상) 해외여행 수준의 비용을 지불할 의향은 18%에 그쳤다. 54.6%는 해외여행 지출액의 30~50%만 국내여행에 지출하겠다고 답했다.
장 원장은 "지금 우리나라 안에서 관광을 소비할 때 향유하는 경험이 그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가격이 높다는 표면적 이유 뒤에는 가격 신뢰의 상실과 경험 가치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세대별 분석도 우려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2030세대는 해외여행 의도가 국내여행보다 20%포인트 높게 나타난 반면, 60대 이상은 국내여행 선호도가 더 높았다. 장 원장은 "이미 해외여행을 하는 주도 세력이 2030세대"라며 "어릴 때 해외여행 맛을 본 이들이 중년이 돼도 그 관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관광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 위험 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과의 격차 심화… "2015년 골든크로스 이후 급성장"
장 원장은 일본 사례를 들어 한국의 현실을 비교했다. 일본은 2014년까지 인바운드 수준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적었지만, 2015년 골든크로스가 일어나며 인바운드가 급격히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인바운드는 2019년 대비 15.6% 증가한 반면, 아웃바운드는 여전히 2019년 대비 35% 부족한 상황이다. -
장 원장은 "일본의 관광 수입은 520억 달러, 한국은 165억 달러로 약 3.2배 차이가 난다"며 "엔저가 큰 영향을 했지만, 환경을 기회로 만든 것은 정부 정책과 국민, 관광 업계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전체 관광 소비의 4분의 3이 일본인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발생한다"며 "일본인이 일본 곳곳을 다니면서 소비함으로써 마을이 유지되고 도로가 정비되며, 그 만족을 외국인에게 선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법은 '가심비' 콘텐츠와 경험 기획
장 원장은 "천편일률적인 하드웨어 관광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출렁다리, 케이블카, 레일바이크처럼 어디를 가도 똑같은 카피 관광지로는 경험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축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어디 가든 똑같고 어디 가든 품바가 있다"며 "그것이 관광객에게 설렘을 주지 못하고, 결국 매력과 만족에 지불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야놀자리서치는 관광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전략으로 ▲로컬 스토리텔링 강화 ▲프리미엄 테마 여행 ▲유휴 공간 업사이클링을 제시했다. 장 원장은 "로컬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과 마을 이야기를 유니크하게 작동될 수 있게 랩핑하는 것"이라며 "프리미엄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쌉니다'라고 강요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는 선진 관광 대국으로 못 간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여행 동기 이론에서 첫 번째가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이고, 두 번째가 배움"이라며 "배움에는 깊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돌아돌아서 한 바퀴 돌았지 뭔가 배운 적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의 15세기 건축물 공부 투어, 일본 세토우치의 옛 성에서 하룻밤 묵는 체험 등을 사례로 들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깊이가 있고 체험이 되면 고부가 가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값이 싼 국내여행이 아니라, 비싸더라도 가고 싶은 '가심비' 콘텐츠를 만들어야 관광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며 "Experience Planning, 즉 여행자 입장에서 기획하고 관리하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소멸 막는 '허브 앤 스포크' 전략 필요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초광역 관광권(Hub & Spoke)' 전략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개별 지자체 중심의 관광 개발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광역적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19만 9천 개의 트립어드바이저 리뷰 데이터와 2,386개 관광지 방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수도권, 부산·경남, 강원도, 전라도, 제주 등 5대 권역으로 구분된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공항, 양양공항, 김해공항, 무안공항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각 권역을 여행하며, 권역을 넘나드는 여행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최 교수는 ▲김해·무안 등 지방 거점 공항에 외항사 유치 ▲허브 공항과 인근 관광지를 잇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확충 ▲일본 세토우치와 같은 광역 통합 브랜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교통 접근성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부산 해운대에서 경주까지 자동차로는 1시간 23분이 걸리지만 대중교통으로는 4시간이 소요된다"며 "경주에서 택시도 못 잡는다. 외국인들은 카카오택시로 예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양공항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강원도 동해안(속초, 양양, 강릉, 삼척, 동해)의 관문인데 해외 노선이 한 편도 없다"며 "서울을 통해서 가야 하는 것은 여행 만족도를 한참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외국인이 서울을 거치지 않고도 지방으로 바로 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관광 해법"이라며 "오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올 수 없게 해놨고, 다니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다니기에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놨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반 대중교통 외에 수요 대응형 DRT, 전기 관광 셔틀, 패키지 여행 전용 운송 수단 등을 확충하고, 특히 정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해운대에 오면 경주에 1시간마다 반드시 갈 수 있다는 정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관광 비용이 발생하고 관광지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30년 3,000만 외국인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며 "단순히 연간 200만~250만 명씩 증가하면 되는데, 이 1,100만 명 증가가 가져다 주는 소비는 대한민국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2015년부터 관광이 자동차 산업 다음으로 외화 획득이 많은 산업이 됐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7~8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제조업 위주 수출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놀자리서치는 앞으로도 데이터 기반 관광 수요 예측을 매년 말 정례적으로 발표하고,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 제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