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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결핍은 나를 지탱하는 힘…한계 느끼고 싶지 않아" [인터뷰]

기사입력 2025.12.28.15:00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사진: 넷플릭스 제공
    "저에게 결핍은 저를 지탱해 주는 힘이 아닌가 싶어요. 결핍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되고요. 예전에는 결핍을 극복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극복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에요. 그런 모습조차 나이고, 그저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면 되는 게 아닌가 해요."

    '흥행 여왕' 전도연은 자신의 결핍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배우다. 그는 "평가받고 보여지기 위함이라기보다 제 만족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연기는 '자신을 채우는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도연에게 매 작품은 양식이 된다. '자백의 대가' 역시 전도연의 한 부분을 채운 시간이었다.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자백의 대가'. 극 중 전도연은 하루아침에 남편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며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진 '안윤수'를 연기했다. 윤수는 태생이 해맑은 사람이다. 남편이 죽어도 화려한 옷을 입고 생글생글 웃는다. 이 때문에 주위의 편견에 휩싸이고, 궁지에 몰린다.
  • 전도연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묘한 서사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쓰며 연기했다"라며 36년 차 베테랑에게도 쉽지 않은 연기였다고 전했다. 아군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모은'과의 관계성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었다.

    "윤수 역할이 도전적이거나 어렵다기보다는, 그녀가 많은 사람들의 편견에 갇힌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여지는 것보다 윤수의 결핍에 대해 더 집중해 생각하다 보니 (연기하기) 어려웠다."

    "촬영하기 전부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모은에 대한 윤수의 감정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와 진행성이 어렵더라. '특정 사건으로 인해 둘이 결탁을 했다'하는 명확한 상황들이 그려지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윤수가 모은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릴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다. 연기할 때 다 인지하고 찍은 건 아니지만, 교도소에서 모은이 윤수를 보고 '언니 화이팅' 했을 때 이미 그녀에게 끌리고 있지 않았나 싶다."
  • '자백의 대가'는 전도연과 김고은의 재회작이라는 수식어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2015년 개봉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10년 만에 두 사람의 투샷을 작품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미 많은 인터뷰에서 전도연을 향한 존경을 보여온 김고은. 성장한 후배와 마주한 소감도 궁금했다.

    "이제는 제가 고은이에 대해 뭐라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 같다. 정말 눈부시게 성장을 했더라. '협녀, 칼의 기' 때 김고은 배우는 어렸었다. 선배들 사이에서 주인공으로서 해야 하는 롤이 커서 힘들었을 거다. 그때도 (고은이에게는) '잘하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했을 뿐이지 다른 부분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선배로서가 아니라 시청자로서 봤을 때, 김고은 배우가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했다. 모은이는 극 중에서 감정을 거세당한 인물이고, 그 톤을 가져가는 게 가장 어려웠을 텐데 인물의 톤 앤 매너를 너무나 잘 지켰다.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아서 고은이에게 잘했다고 이야기해줬다. 이건 '너 연기 잘했어'가 아니라 같은 배우로서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공감이 됐던 거다."
  • '자백의 대가'에서는 연극 '벚꽃동산'에서 호흡한 박해수와도 재회했다. 전도연은 또 다른 상대, 검사 '백동훈' 역의 박해수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특히 박해수가 차세대 '전도연의 남자' 수식어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너스레로 답한 전도연이었다.

    "신기했다. 배우들이 시상식이나 사석에서 한 번쯤 볼 법한데, 저는 박해수 배우를 '벚꽃동산' 연습실에서 처음 봤다. 이렇게 연달아 같이 작품을 하게 돼서 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박해수 씨가 전도연의 남자라기엔 저에겐 설경구 오빠가 계시지 않나. (웃음) 다른 남자 배우분들이 (수식어를 차지하기 위해) 분발하셔야겠다."
  • 전도연은 한국 여성 배우들에겐 워너비와 같다. 50대 나이에도 로맨스를 소화할 수 있고 여전히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한다. 때로는 고생스러운 작품만 선택할 때도 있었다. 전도연은 "그저 제게 주어진 것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며 "돌아보니 쉬운 선택들은 아니었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업계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년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는지 묻자, "제가 책임감을 가지기엔 저도 살아 남아야 하는 입장"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냥 제 한계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악착같이 작품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있지 않으려고 한다.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고 이런 작품도 할 수 있어'라는, '배우 전도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넓혀가고 싶다."
  • 전도연은 차기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 출연을 결정했다. 작품은 극과 극의 삶을 살아온 두 부부의 세계가 얽히며 네 사람의 일상에 균열이 퍼져가는 이야기로, 전도연은 이 작품을 통해 설경구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다. 그뿐만 아니라 조인성, 조여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나서 기대되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자백의 대가'에 이어 '가능한 사랑'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연달아 얼굴을 내비칠 전도연이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글로벌 시청자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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