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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섬유종 1형(NF1) 일부 유전적 아형에서 약물 반응과 관련된 기전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치료가 아닌 세포 실험 단계의 전임상 연구로, 임상 적용과는 구분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 연구팀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 유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탈루렌 처리 후 종양 관련 신호 경로가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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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섬유종 1형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신경계와 피부, 뼈 등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전체 환자의 약 30%는 단백질 합성이 조기에 중단되는 넌센스 돌연변이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종양 억제 단백질인 뉴로파이브로민이 정상적으로 생성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한국인 신경섬유종 1형 환자 22명으로부터 피부 섬유아세포를 확보해 아탈루렌 처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세포 중 일부에서 과활성화돼 있던 RAS–ERK 신호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종양 억제 단백질 기능이 제한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세포 수준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사체 분석을 통해 아탈루렌에 반응한 세포와 비반응 세포를 비교한 결과, 반응 세포에서 AMPD3와 TGFBR3 단백질 수치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 단백질이 향후 약물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후보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AMPD3를 억제했을 때 신경섬유종의 주요 구성 세포인 슈반 세포에서 ERK 신호 감소와 함께 세포 증식이 억제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AMPD3가 신경섬유종 1형 관련 종양 세포의 성장 기전에 관여하는 연구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탈루렌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일부 유전질환에서 단백질 합성 회복 기전으로 연구됐으나,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에서의 약물 반응 가능성이 세포 실험을 통해 제시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다만 해당 약물은 신경섬유종 1형 치료제로 승인된 바는 없다.
이범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일부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서 약물 반응과 관련된 생물학적 기전을 세포 실험을 통해 관찰한 것”이라며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 플랫폼 ‘레어노트’를 운영하는 휴먼스케이프의 데이터·분석 인프라 및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MedComm 최신 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향후 추가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통해 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