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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의 말들로 '가까워지기' [인터뷰]

기사입력 2025.12.25.00:01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구교환의 밈(Meme,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확산된 트렌드) 중에는 '구교환과 가까워지기, 멀어지기' 이미지가 있다. 구교환이 보편적으로(?) 멋있게 나온 사진들과는 '가까워지기'라고 되어있고, 다소 난해한 사진들에는 '멀어지기'라고 되어있다. 멋진 사진에 호감이 생겼다가, 난해한 사진에 '어?'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그 마음을 다수의 사람들도 공감하며 밈처럼 쓰였다.

    실제의 구교환도, 영화 '만약에 우리' 속 그가 보여준 은호도 그렇다. '만약에 우리'는 2024년, 우연히 재회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그들이 뜨겁게 사랑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 시절의 그들은 뜨겁게 꿈을 꿨고, 서로의 꿈까지도 뜨겁게 사랑했다. 꿈을 꾸었던 한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 혹은 꿈을 꾸고있는 시간 속의 이들에게, 내 꿈 보다 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이들에게 '만약에 우리'는 스크린과 관객의 거리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다.

  • "내가 은호야, 내가 정원이야…다들 멋진 사랑을 했구나."

    '만약에 우리'의 시사회를 마친 이후, 소감을 물었다. 구교환은 "작업을 하는 태도이기도 한데, 작품을 관객에게 드렸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 첫 날이지 않나. 지금도 촬영 중이고, 프로덕션 중이고, 영화를 만들고 있는 기분이다"라고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어 '만약에 우리'에 대해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각자의 은호와 정원이를 만나는 지점 같다. '내가 은호야, 내가 정원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멋진 사랑을 했구나. 가슴 속에 품은 사랑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지금도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다"라고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이름은 있었어요, 구교환이라고."

    은호는 '내가 만든 게임으로 100억 벌기'가 목표인 게임 디렉터를 꿈꾸는 인물이다. 하지만, 착하디착한 게임에 투자하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한다. 마주한 상황으로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들어간 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힘들어진 상황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정원이 건축가라는 꿈을 접고 모델하우스에서 일을 시작하며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손에 쥐고 있던 모래가 스르륵 빠져나가 빈손이 되어버린 불안한 청춘을 구교환은 그에 딱 맞는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 영화는 무조건 멜로가 베이스지만, 청년 영화이기도 하다. 저도 무명은 아니지만, 안 풀릴 때가 있었다. 무명은 아니다. 이름은 있었다, 구교환이라고. 은호와 백프로 싱크로율이다. 게임 산업도 스타 연출자들이 있다. 그런데 은호의 게임은 주변에서 '이게 되겠냐?'라고 이야기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결국 자기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임으로 은호는 성공했고, 게임 디렉터의 꿈을 이루었다. 저도 은호와 같은 과정 중에 있다. 은호만큼 실패했었고, 은호처럼 구덩이에 들어가 함몰되기도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자기만의 인장으로 만들어 내놓고 싶어 하는 지점도 닮아있다. 그것이 게임과 영화의 차이일 뿐이지, 되게 보편적인 감정이다. 저 만의 인장이요? 유튜브 채널 2X9 HD에서 확인하세요."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제가 좋아하는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가짜 실패."

    구교환이 구덩이 속에 들어가있던 때가 짐작하기 어려웠다. 영화 '반도'로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도 영화 '꿈의 제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는 등 독립영화계에서 독보적인 구교환의 영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교환은 "지금도 사실 계속 인정 받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라고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자주 하는 이야기다. 은호도 실패를 많이 해봤고, 저도 실패를 계속 진행 중이다. 제가 좋아하는 제가 하는 말이 있다, 가짜 실패. 가짜 실패는 '실패는 가짜다'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는 거다. 실패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엄청난 실패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멈추기도 하고 그렇다. 은호도 그랬고, 저도 실패가 너무 두렵다. 그런 실패를 마주했을 때, '이것은 가짜구나'라고 하는 어떤 백신을 맞지 않았을까? 저는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명확하게 있다. 제 작업물이 창피할 때. 제가 거짓말을 했을 때. 저는 관객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친해지고 싶다. 아마 은호도 그랬을 거다. 그런데 그거에 있어서, 자기 자신을 속이고 타협하는 것들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게 될 때, 그것을 굉장한 실패라고 생각한다."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제가 밀고 있는 한국영화 3대 버스 씬이 있다. '범죄도시', '실미도', 그리고 '만약에 우리'."

    구교환은 문가영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보였다. 두 사람은 은호가 정원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마음을 쌓아가고, 그 마음이 결국 흐트러지기까지의 과정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그렇게 상영시간 내에 담았다. 구교환은 문가영과의 멜로 케미 비결로 '친해지는 것'을 이야기했다. "제가 문가영과 친하다고 하면 '거짓말하지 말라'라고 하는데, 진짜 친하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구교환은 문가영이 버스 안에서 눈물 흘리던 장면에 대해 "한국 영화 3대 버스 씬"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두 사람은 이별하고 10년이 지난 후,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그 사이 은호는 자신이 꿈꿨던 게임 디렉터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겉모습은 달라졌다. 하지만, 구교환은 이를 다른 어투와 다른 모습으로 애써 그리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세월이 지나고, 시간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코어는 안 바뀌는 것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갑자기 은호가 목소리를 낮추고 '잘 지냈니?'하고 묻는 건 이상하지 않나. 시간이 많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사이사이에 과거의 은호를 툭툭 담아봤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지점이 있었다. "은호 연기하면서 향수도 뿌려봤다. 이제 은호는 향수를 뿌릴 수도 있으니까. 그게 문가영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정원도 향으로 은호를 기억할 수 있으니까."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제공

    "정서적 애드리브."

    구교환의 엇박자에 가까운 연기를 보면, '저건 애드리브 같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저런 호흡과 상대방의 리액션은 짜여진 대본에서는 어렵지 않을까?'라는 것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구교환은 애드리브의 영역이 늘 모호하다고 한다. 대사를 바꾼 것도, 동선을 바꾼 것도, 모두 리허설 중 논의를 통해 함께 이뤄낸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만약에 우리'에서는 "정서적 애드리브"가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강가에서의 장면을 마지막으로 촬영했다. 긴 회차를 순차적으로 찍었다. 현재의 모습을 촬영 후반부에 담았다. 이 사건과 순간들을 은호로 통과한 상태에서 정원을 바라볼 때, 파노라마처럼 쓱 들어오더라. 두 사람이 강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오열하는데, 그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한 테이크가 그렇게 나왔다. 문가영의 공이 컸다. 얼굴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열리더라. 이렇게까지 많이 운 건 애드리브였다. 정서적 애드리브."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감독님이 생각하는 제 얼굴에 '오케이'가 있어요."

    구교환은 '은호'의 섬세한 감정선에 대해 "김도영 감독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구교환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면, 그건 감독님이 만들어준 거라고. 그는 "'이번 캐릭터에 이런 표정을 써봐야지'라고 제가 생각하기보다, 제 얼굴을 써주실 감독님들을 믿는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얼굴이었기에 오케이가 됐을 거로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님이 보고 싶은 제 얼굴에 '군체'가 있고, 김도영 감독님, 이옥섭 감독님이 보고 싶은 제 얼굴이 작품에 담겨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님께 다 맡긴다"라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구교환이 감독으로 나설 영화 '너의 나라'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너의 나라'는 구교환이 이옥섭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고, 방송인 장도연과 함께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이다. 구교환은 "장도연의 무대를 보면서 연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콘텐츠를 보면,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장도연은 썸의 느낌이 있지 않나. 그래서 저 사람은 멜로가 잘 어울리겠구나 싶었다"라고 캐스팅의 이유를 설명했다. 계속해서 궁금해진다. 다른 얼굴의 구교환이, 그 얼굴을 찾아낼 감독님들의 시선이 담겨있는 그의 다른 작품들이 말이다.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은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구교환 /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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