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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햇살여주' 김세정한테 한눈에 반하는지 알겠다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5.12.23.08:00
  •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김세정 인터뷰 / 사진: MBC 드라마 페이스북
    ▲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김세정 인터뷰 / 사진: MBC 드라마 페이스북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장면이 있다. 눈꽃이 휘날리는 촬영장에서 김세정이 강아지와 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인데, 이를 본 한 네티즌은 "왜 허구한 날 북부 대공들이 햇살 여주한테 한눈에 반하는지 알겠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김세정이 지난 20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통해 다시 한번 햇살 여주의 저력을 입증했다. 작품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김세정은 "진짜 행복했던 현장이었다"라며 운을 뗐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배우분들, 스태프분들과는 인연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만난 덕분에 새로운 인연도 많이 쌓고, 여러 도전을 해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 사진: MBC 제공
    ▲ 사진: MBC 제공

    김세정은 이번 작품이 사극 첫 도전이었다. "걱정이 엄청 컸어요"라며 김세정은 "옷도 머리 스타일도 달라서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 톤 같은 경우도 신경을 써야 했는데 사투리를 쓰는 역할이라 사극 톤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사투리가 다른 영역이라 그게 숙제였지만, 사극 분장이 잘 어울려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세정은 작품을 통해 충청도 사투리의 찰진 말맛을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묻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몸을 움직여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보령이라는 지역으로 향했다. 연기자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했더니 말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장소에 가야 된다고 해서 카페, 시장, 목욕탕 등을 찾았다. 여러 곳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던 중 한 어르신이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김세정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며 "왜 왔냐고 하셔서 사투리를 들으러 왔다고 했더니,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것이 보령 지역이 전라도와 맞닿아있어서 말투가 닮은 부분도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 제가 전라도 출신이라 그건 익숙했고, 그 부분이 저한테는 정말 큰 포인트였다. 사실 말투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 사진: 김세정 인스타그램
    ▲ 사진: 김세정 인스타그램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투리를 쓰며 따뜻한 면모를 자랑하는 부보상 박달이 외에 비극적 운명의 빈궁 연월, 영혼이 바뀐 세자 이강을 품은 달이까지 사실상 1인 3역에 가까운 변주를 소화해야 했다. 김세정은 "처음에는 제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고사를 했는데, 주변에서 제가 달이 캐릭터와 닮았다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해서 접근을 시작했는데, 가장 큰 용기를 준 것은 강태오 배우였다.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던 지점의 많은 부분이 해결됐다.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을지의 모습이 그려져서 용기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실제 연기를 하며 김세정의 고민은 눈 녹듯 해결됐다. 호흡을 묻는 질문에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따라가 주시려고 한다. 어떻게 하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먼저 물어봐 주신 덕분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고 해주셨다"라며 "특히 제가 역할에 몰입해서 신경을 잘 못 쓰는 부분이 있다면 '이 신은 예뻐서 네가 망가지려고 하지 않고 예쁘기만 해도 된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찍을 수 있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오빠하고 쿵작이 정말 잘 맞았다. 저는 리허설도 편하게 장난을 치면서 할 때가 많았는데 오빠도 그럴 때는 그렇게 받아주고, 진지할 때는 또 진지하게 받아줬다"라며 "서로 주고받아야 했던 것이 많아서 처음에 서로 대본을 바꿔서 읽으면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해서 시간을 맞춰 그렇게 한 적도 있고, 리딩 때도 핸드폰을 바꿔서 녹음을 켜놓고 했었다. 그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어보면 편하게 답해주고 촬영이 없는 날에도 연락을 해도 받아주셨다. 진짜 의지를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 그럼에도 물론 어려운 부분은 존재했다. 먼저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에서도 1인 3역인 만큼, 남들의 배로 준비를 해야 했다. 그는 "포인트는 달이일 때는 거의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고, 강이가 들어왔을 때의 달이도 최대한 메이크업을 덜어내려고 했다. 로맨스기 때문에 남자 캐릭터와 붙었을 때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궁녀가 됐을 때부터 연월이의 기억이 살아날 때까지 화장을 조금씩 더하려고 했다. 후궁이 됐을 때의 달의 모습이 연월이랑 닮아있는데 그때가 제일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비교했다.

    여러 캐릭터를 오가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묻자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라며 "생각보다 연기를 할 때 준비해서 간 순간부터 즉흥으로 떠올렸을 때 잘 될 때가 많다. 큰 틀은 항상 명확하게 준비하려고 하지만, 작은 부분은 현장에서 완성하려는 생각이 큰 편이다. 그때의 감정을 대화로 나누며 서로 캐릭터를 이어받아서 갈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단순히 재미로만 접근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모습이 맞는지 감독님과도 상의를 많이 했다"라고 답했다.

    어려웠던 장면은 수중 촬영이었다. 김세정은 "제가 수중 촬영이 처음이었는데 워낙 물과 관련이 많은 작품이다 보니까 3~4일에 걸쳐서 촬영을 했다. 원래 물을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눈을 떴을 때 시야가 뿌옇고 아무것도 안 보이고 숨을 불어넣어 주는 분이 언제 올지 모르는 믿음만 가지고 촬영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까 힘들기도 했다. 도와주는 분과도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누었다. 이렇게 연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된 것 같다면 다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충분한 설명을 드리고 연기를 했는데, 소중한 장면이 탄생한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 이러한 연기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묻자 김세정은 "진심인 것 같아요. 저는 연기가 정말 재미있고, 그 생각만 해도 신나고 흥분이 돼요. 연기 스터디를 갈 때도 그렇고 대본을 읽을 때도 그렇고, 배우 대 배우를 떠나 사람이 너무 좋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행복하고, 저를 찾아주는 것이 행복해서 진심을 마음껏 표현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캐릭터뿐 아니라 김세정 본인도 '햇살 여주' 그 자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던 답변이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햇살 여주' 밈에 대해 묻자 김세정은 "진짜 뿌듯했어요"라며 "저희 회사 영상팀 분이 메이킹을 찍으러 왔다가 그날 햇살도 좋고 날씨가 예뻐서 핸드폰으로 찍은 장면인데, 잘 나와서 저한테 보내주셨다. 제가 봐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올렸는데 바이럴이 됐고 예쁜 수식어까지 붙어주셨다. 저의 강점 중 하나가 햇살 여주 타이틀 같다. 한 명씩 내려왔을 때 꽤 빨리 떠오를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걸 통해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바라던 대로 '사극 찰떡' 수식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지 묻자 김세정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또 많은 분들께서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저는 사람들의 평가를 되게 소중하게 보고 기분을 좋아하는 편인데, 감사하게도 많이 인정을 해주신 것 같아서 찰떡 수식어를 얻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 사진: MBC 제공
    ▲ 사진: MBC 제공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해온 김세정이지만, 이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포함해 대부분의 작품이 로코라는 특징이 있다. 로코를 계속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묻자 "캐릭터가 굳어진다는 느낌보다는 같은 장르를 계속하면서 지난 캐릭터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준비할 때 그 지점을 많이 신경 쓰면서 하고 있고, 결론적으로는 아직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해보자는 생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은 나이를 먹고 더 나중에 보여드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시간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코 장르 안에서 다른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 역시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물론 다른 제안을 주신다면 그것도 충분히 할 생각이 있다. 얼굴에 선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대의 얼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서 빌런 역할도 해보고 싶고, 부유한 집안에서 성격도 있고 예쁜 옷을 많이 입는 그런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또 그동안 힘을 주는 연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힘을 아예 다 빼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가 저에게는 진짜 큰 도전이었거든요. 근데 이 도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또 다른 도전을 망설임 없이 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것 같다. 여러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많은 용기를 준 작품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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