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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로 하얗게 불태웠다. 거의 사계절을 함께해서 그런지 아쉽고 섭섭한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만큼, 또 좋은 작품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강태오가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떠나는 마음을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는 지난 20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 세자 이강 역을 맡아 캐릭터의 다채로운 서사를 그려낸 배우 강태오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부보상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다.
'훗날 인조'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조선로코 녹두전'의 능양군 역 이후 약 6년 만의 사극이다. 강태오는 "처음에는 걱정이 됐는데, 팬들께서 '녹두전' 때 모습을 좋아한다고 들어서 열심히 준비했다"라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부담감이 있어서 오랜만에 '녹두전'을 한번 더 봤어요.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저때 저런 톤으로 했구나 하면서 사극의 톤을 되새기기도 하고,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가짐을 다졌다"라고 돌아봤다. -
그때와 같은 사극이지만, 그때와 분명 달랐다. 강태오는 한층 더 성숙해진 분위기로 절절한 사랑과 치열한 복수가 교차하는 서사를 밀도 있게 완성했다. 극 초반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일부러 망나니처럼 보이게 행동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를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중심을 잡는 캐릭터 변화를 그렸다. 강태오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4부까지 받은 상태로 시작했는데, 이강의 감정 라인을 빌드업 해서 보여줬다"라며 "감독님, 작가님과 서사에 대해 분석해서 기억 속에만 갖고 신에 들어가게 됐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기존에 찍어둔 것으로 감정적인 개연성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오열 연기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어떻게 장면들을 완성해갔는지 묻자 "작품을 보면 강이가 워낙 많이 울다 보니까, 중간부터는 알아서 몸이 반응하며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충혈된 상태로 오열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눈을 빨갛게 만들고 싶었다. 촬영 전 조명을 세팅할 때 일부러 눈을 안 감고 시리게 만들었다. 그 상태로 연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태오는 "강이가 연월이와 달이를 대할 때를 다르게 그리고 싶었는데, 눈물을 흘리는 것도 달이한테 울분을 토하는 모습은 연월이를 대할 때보다 조금은 더 거칠게 표현하고 싶었다. 반면 연월이 앞에서는 모성애를 자극할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한없이 무너지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비교하며 디테일을 완성했다. -
디테일을 더한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태오는 갓을 쓰는 모습에서도 변주를 주며 영혼 체인지 로맨스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강이가 두 사람을 대할 때 차이를 둔 것처럼 달이가 몸에 들어와 있을 때랑 강이가 있을 때의 차별화를 주고 싶었다. 망건을 눌러써서 눈썹 바로 위에 붙이는데 달이가 들어왔을 때는 조금 더 순해 보이려고 눈썹 위로 썼다. 그 차이를 주고 싶었고, 연기를 할 때는 '나는 달이다', '나는 달이다' 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강태오 명연기'라며 화제를 모은 장면도 있다. 말을 타고 떠나는 듯한 장면이 3화 엔딩에 담겼는데, 비하인드를 보면 말이 아닌 스태프들의 몸에 기대 연기를 완성했다. 그는 "SNS에 홍보를 위해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그날 회차 때 올릴만한 사진이 없었다. 그 영상만 있어서 스토리에 올리게 됐는데, 저도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라며 "노을이 질 때 렉카를 타고 찍어야 하는데 갯벌에 바퀴가 빠져서 못 쓰는 상황이 됐다. 오늘 안에 찍어야 하는데 해가 지고 있고, 물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인간 가마 자세로 급하게 찍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묻자 강태오는 "시간이 없으니까 몰입을 해야만 했다"라며 "사실 저도 당시에는 걱정이 많이 됐다. 감독님께 '이게 맞아요? 잘 나온 것 맞아요?' 하면서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라며 "영상을 올리고 친구들도 웃기다고 해주고, 재미있게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좋아하셨다. 불편하거나 예민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홍보를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민망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강태오의 로맨스 연기다. 김세정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제가 낯가림이 되게 심한 편인데 세정 씨의 밝은 에너지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 열정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이 첫 만남부터 느껴졌고, 그때부터 친해졌다고 생각했다"라며 "현장에서도 편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혼 체인지 로맨스다 보니까 공유할 것이 많았는데 각자 쉬다가도 문득 궁금해서 '이거 어떻게 생각하냐', '대본을 읽어줄 수 있냐'라고 연락해서 녹음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서로 소통을 정말 많이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이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제가 사투리 연기가 처음이었는데, 그냥 사투리도 아닌 달이의 화법으로 사투리를 해야 했는데, 녹음을 통해 세정 씨의 화법을 따라 했던 것 같다"라며 이 외에도 촬영하는 장면을 꾸준히 지켜봤다며 "저 친구는 저런 감정 신에서 저렇게 눈을 뜨는구나,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뛸 때는 치마를 잡고 뛰네 등을 관찰하며 현장에 적용했던 것 같고, 감독님의 디렉팅을 통해 잘 조율하고 톤을 맞추어갔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강태오는 이러한 덕분에 케미가 잘 살았던 것 같다며 "촬영하면서 되게 설렜어요. 신에 들어가기 전에 대본 자체로도 설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걸 세정 씨가 정말 멋지게 잘 소화해 준 포인트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설레는 장면을 묻자 정말 많았다고 답한 강태오는 "매 회차 엔딩이 정말 설레고 멘트가 좋았던 것 같다. 첫 회 엔딩을 보고 '이게 내 마음의 명장면'이라고 했는데, 다음 회차에서 또 그렇고, 거듭될수록 엔딩이 맛있어서 그중에서 뭘 꼽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
입대 전 작품이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역 후 첫 작품이었던 '감자연구소', 그리고 이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까지 다양한 로맨스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강태오다. 특히 비주얼까지 완벽히 갖춘 로코 장인으로 거듭난 것 같다는 말에 강태오는 "잘생기고 못생기고 그런 것을 떠니, 지금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 나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코 장르에 강태오를 찾는 이유에 대해서는 "세정 씨도 그렇고, 선빈 씨도 그렇고 '눈빛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그게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로맨스는 물론이고 연기 호평이 많다는 말에는 "사실 저는 스스로 많이 박한 편이다. 저희 직업은 보이고 기록이 되는 일인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제가 나오는 장면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이 정말 많았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모니터링 한 것과 편집본이 생각보다 많이 다른데, 그걸 토대로 다음 작품을 더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어떻게 흘러 보내고 싶은지 묻자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여운이 남았다. 그때의 기분처럼 저에게 여운이 짙은 작품이 된 것 같다. 지금의 여운이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이어지면 좋겠다"라며 "각자 다른 엔딩을 맞이했지만, 어떤 연모와 사랑이라는 것이 대단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감정 덕분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런 여운을 시청자들께서도 가져가시면 좋겠다"라는 진심을 더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