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트윈과 옴니버스, 피지컬 AI 데이터 생성 핵심
2002년부터 협력, 생성형 AI와 피지컬 AI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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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1일부터 4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다쏘시스템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무대에 오른다. 엔비디아와 다쏘시스템이 피지컬 AI 상용화를 이끄는 리더인만큼, 이번 젠슨 황 CEO의 방문은 버추얼 기반 AI 생태계 활성화를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IT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 둘째 날인 2일 열리는 제너럴 세션에 스페셜 게스트 연사로 참석한다. 이 세션에서는 다쏘시스템의 마니쉬 쿠마 솔리드웍스 CEO가 AI 기반 신기능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를 소개한다. 촉각 감지 의수 개발사 사이오닉,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 웨스트우드 로보틱스 등도 고객 패널로 참여한다.
◇ 피지컬 AI 정상 기업끼리의 만남
젠슨 황 CEO의 다쏘시스템 행사 방문은 피지컬 AI 정상 기업끼리의 만남으로 기대된다. 다쏘시스템과 엔비디아는 버추얼 기반으로 피지컬 AI 실제 상용화를 만들어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물리적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며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뜻한다. 기존 AI가 주로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고 예측하는 데 집중했다면,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 공간에서 움직이고, 감지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갖춘 AI다. 자율주행, 로봇, 데이터센터, 병원, 창고, 공장, 교통 등 물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 AI 기반 시스템 운영을 도울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일례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서 작업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 피지컬 AI라고 볼 수 있다.
흔히 피지컬 AI를 얘기할 때 언급되는 분야가 로봇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한 분야가 있다. 바로 버추얼이다. 피지컬 AI를 상용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물리적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다. 엔비디아의 아미트 고엘 로보틱스 총괄은 올해 열린 AWS 리인벤트에서 “물리 세계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양은 텍스트보다 수천 배 이상 많다”며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려면 3차원 공간 정보, 물체의 물리적 특성, 환경 변화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 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과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다.
일례로 버추얼 트윈은 공장 시각화를 넘어서 재료의 분자 정보부터 공장의 공급망까지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상으로 구현한다.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가 가상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는 2024년 방한 당시 다쏘시스템의 피지컬 AI 경쟁력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일반적인 디지털 트윈은 생산공장만 시각화할 수 있는데, 이는 피지컬 AI 구현에 한계가 있다”면서 “실제 공장은 원재료부터 공급망, 물류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하므로 다쏘시스템은 이 모든 정보를 버추얼트윈에서 제공한다”고 답했다.
다쏘시스템은 회사의 7세대를 상징하는 ‘3D 유니버스’를 발표하며 버추얼 트윈의 물리 세계 확장을 발표한 바 있다. 현실 세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과 현실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새로운 범주의 가상공간 활용 기법이다. 단순히 CAD, PLM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AI를 활용해 제품의 기획·설계·생산 전 과정을 가상공간에서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디지털 제조 생태계의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피지컬 AI의 안전한 구현을 위해서도 버추얼 기술은 필요하다. 지금 흔히 사용되는 대화형 AI의 경우 잘못된 정보를 말해도 수정하면 되지만, 피지컬 AI는 틀릴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이 잘못된 동작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고, 자율주행 기술이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고엘 총괄은 “디지털 AI는 틀린 답을 해도 되지만, 물리 세계에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시뮬레이션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역시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트윈과 엔비디아 옴니버스에서 수만 차례 실험할 수 있다. 실제로 다쏘시스템은 차량 충돌 테스트 등을 현재 버추얼 트윈을 통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에서도 관련 시뮬레이션이 이뤄진다. 고엘 총괄은 “피지컬 AI 구현에 있어 위험한 상황을 옴니버스를 통해 수천 번 시뮬레이션해 AI를 학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20년 넘게 이어진 다쏘시스템과 엔비디아의 협력
이번 젠슨 황 CEO의 방문은 피지컬 AI 리더의 만남을 넘어선다. 사실 다쏘시스템과 엔비디아는 2002년부터 그래픽 기술 협력을 시작해 20년 넘게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2024년 3월 엔비디아 GTC에서는 젠슨 황 CEO의 키노트에 다쏘시스템이 등장해 3DEXCITE의 생성형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을 시연했다. 다쏘시스템은 엔비디아 옴니버스 클라우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채택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의 가상 트윈 데이터와 연계한 제품 비주얼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의 시뮬레이션 솔루션들도 엔비디아 GPU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유한요소해석 소프트웨어 Abaqus는 엔비디아 GPU 사용 시 최대 3.7배 빠른 성능을 제공하며, CFD 소프트웨어 XFlow는 엔비디아 L40 GPU를 활용해 복잡한 기어박스 시뮬레이션을 하루 내에 완료할 수 있다.
BMW는 2023년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건설 계획에서 엔비디아 옴니버스 엔터프라이즈를 활용해 생산 시작 2년 전부터 가상 공장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이 프로젝트에는 다쏘시스템의 CATIA가 차량 설계 도구로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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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익스피리언스 월드는 다쏘시스템이 매년 개최하는 솔리드웍스 사용자 대상 최대 규모 컨퍼런스다. 설계, 시뮬레이션, 제조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사용자들이 실제 사례를 발표한다. 작년 행사에선 다쏘시스템과 애플의 협력 사례가 최초로 발표됐다. 애플 ‘비전 프로’와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이 결합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보스턴다이내믹스 창업자가 연사로 나와 피지컬AI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