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RAG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진화
쿠팡 사태 후 개인정보 방안 묻자 신중한 입장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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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이 아마존웹서비스(AWS) 생성형 AI를 전사에 도입한 지 1년 만에 전 직원의 3분의 1이 AI 에이전트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성한영 우아한형제들 AI·데이터분석 부문 팀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연례 컨퍼런스 ‘리인벤트 2025’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올해 11월 말 기준 전사 구성원의 33%가 AI 에이전트 플랫폼 ‘물어보새(Murobosae)’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서비스 초기 25%에서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 ‘물어보새’ 1년… 95% 긍정 평가에 업무 속도 21% 향상
우아한형제들의 AI 여정은 2016년 머신러닝 도입으로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전환점은 2023년 생성형 AI 도입이었다. 성 팀장은 “외부 고객 대상 AI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구성원들이 겪는 문제 해결에 먼저 집중했다”며 “작은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조직에 큰 임팩트를 주고, 이 과정에서 생긴 노하우가 향후 외부 AI 서비스의 기술 원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내 정보 검색의 어려움, 데이터 분석의 높은 진입장벽 같은 내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물어보새’라는 AI 에이전트 플랫폼이 탄생했다. 물어보새는 크게 지식 검색 기능과 SQL 쿼리 자동 생성 기능을 제공한다. 구성원들은 SQL 문법을 몰라도 자연어로 질문해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성과는 숫자로 입증됐다. 사용자들의 95%가 AI 에이전트의 답변에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며, 조직별 문의 해결 속도는 평균 21% 빨라졌다. 성 팀장은 “단순한 PoC나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에 침투해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사용 패턴도 다양하다. 평소에는 팀별 특화 문제 해결에 활용되지만, 연말 평가 시즌처럼 전사적 이벤트가 있을 때는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성 팀장은 “연말 평가 시 본인의 성과를 요약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재 수십 개 채널에서 물어보새가 자동 응대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셀프서비스를 통해 10분 안에 업무 자동화 설정이 가능하다.
◇ 단순 RAG에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진화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검색증강생성(RAG) 시스템에서 출발해 컨텍스트 기반의 지능형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성 팀장은 “검색과 프롬프팅만으로는 정교하고 복잡한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다”며 “컨텍스트 엔지니어링과 리액트(ReAct) 기법을 활용해 LLM이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답변을 개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구축해 리드 에이전트와 전문가 에이전트가 팀처럼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수천 개 테이블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1분 안에 찾아주는 ‘데이터 디스커버리 에이전트’도 이런 시스템의 산물이다. 실시간 콘텐츠 연결을 위해서는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서버를 구축했다.
향후 로드맵은 ‘애널리틱스 어시스턴트’ 구축이다. 데이터 엔지니어, 비즈니스 분석가, 데이터 과학자의 역할을 하는 전문가 그룹 에이전트를 만들어, 마케팅 담당자 같은 비전문가도 AI와 대화만으로 데이터 분석 과제를 셀프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성 팀장은 “현재 2단계인 업무 자동화를 거쳐 내년에는 3단계인 구조적 상용화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는 비즈니스 코파일럿 단계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 “한국 AI 생태계 성장 위해 기술 노하우 적극 공유”
성 팀장은 우아한형제들이 AI 기술 노하우를 적극 공개하는 이유도 밝혔다. “파운데이션 모델까지는 아니지만 포스트 트레이닝, 즉 어플라이드 AI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많은 분이 함께 성장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앞서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기술 블로그나 컨퍼런스를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고객 대상 AI 서비스 확장 계획에 대해서는 “내부 생산성을 올리고 기술을 내재화한 후 도입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미 추천 서비스나 배달 예상 시간 같은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생성형 AI나 에이전트는 아직 외부 서비스에 적용하지 않았다. 성 팀장은 “사장님 대상 챗봇 같은 서비스에 RAG를 도입하고 있지만, 에이전트는 내부에서 더 많이 활용해 노하우를 쌓은 후 외부 서비스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슈인 보안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자가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언급하며 고객 데이터 보호 방안을 묻자, 성 팀장은 “사내 SOC팀과 정보보안팀이 별도로 검토하고 있어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해당 팀의 검토를 거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