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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바다의 눈보라' 장관… 2,600km 산호 대산란 포착

기사입력 2025.12.14 17:59
  • 산호가 산란하는 모습ⓒCalypso Productions
    ▲ 산호가 산란하는 모습ⓒCalypso Productions

    12월의 호주는 한여름이다. 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계절이지만, 바다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눈보라'가 몰아친다. 수십억 개의 산호가 일제히 정자와 알을 방출하며 만들어내는 분홍빛 수중 블리자드.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새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이다.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청은 지난 9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전역 2,600km에 걸쳐 대규모 산호 동시 산란(coral spawning)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대왕조개, 연체동물, 복족류 등이 함께 참여한 이번 산란은 11월 예비 산란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펼쳐진 해양 생명의 대향연이다.

    선러버 리프 크루즈(Sunlover Reef Cruises)의 마스터 리프 가이드 미셸 배리(Michelle Barry)와 해양 교육 리더 애비 로빈슨(Abbi Robinson)이 무어 리프(Moore Reef) 인근에서 이 장관을 직접 목격했다.

    15년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일하며 여덟 번 산란을 관측한 해양생물학자 미셸은 "바닷속은 시야가 완전히 가려질 정도로 다량의 정자와 알이 물속을 가득 메웠다. 마치 분홍빛 눈보라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수조 마리에 달하는 산호 유생이 형성돼 바닷속을 떠다니는 동안, 리프의 모든 생물들이 이 영양분 가득한 산란을 먹기 위해 몰려든다"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얼마나 활기차고 살아있는 생태계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마스터 리프 가이드 미셸 배리 ⓒCalypso Productions
    ▲ 마스터 리프 가이드 미셸 배리 ⓒCalypso Productions

    산호 산란은 수온과 달의 주기에 의해 촉발되는 자연 현상으로, 보통 10월부터 12월까지 보름달 이후 1~6일 사이에 발생한다. 산호 종마다 생물학적 주기가 달라 11월 예비 산란과 12월 대규모 동시 산란으로 나뉘는 '분산 산란(split spawn)' 패턴을 보인다.

    해양생물학자 애비 로빈슨은 "이번 대규모 산란은 산호가 건강하고 회복력이 있다는 증거"라며 "산호가 여전히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기후변화는 여전히 전 세계 산호초의 가장 큰 위협으로 남아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 지역 리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해파(heatwave)나 교란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러버 리프 크루즈의 해양생물학팀은 연방정부의 '관광 리프 보호 이니셔티브(Tourism Reef Protection Initiative)' 일환으로 무어 리프 일대에서 매주 생물다양성 조사와 장기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남쪽 레이디 엘리엇 아일랜드(Lady Elliot Island)에서도 12월 본격적인 산란이 확인됐다. 환경 매니저이자 마스터 리프 가이드인 제시카 블랙모어(Jessica Blackmore)는 "올 여름 번식 시즌을 앞두고 남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전했다. 그는 "섬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섬의 서식지를 되살리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강하고 회복력 있는 산호 군집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자가 난세포를 수정하면 '플라눌라(planula)'라 불리는 미세한 유생으로 발달한 뒤 리프 바닥에 정착해 새로운 산호 군집으로 성장한다. 이는 리프의 회복과 재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산란은 대개 야간에 이루어지며,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동시에 산란을 진행해 포식자로부터 산란물을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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