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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애틀랜틱, 내년 3월 첫 취항... “승무원 40명 전원 한국인”

기사입력 2025.12.11 11:19
  • 대린 토마스 인터내셔널 마케팅 매니저, 에스텔 랜들 APAC부문 총괄, 윤은주 한국지사장, 리즐 게리케 인터내셔널부문 총괄
    ▲ 대린 토마스 인터내셔널 마케팅 매니저, 에스텔 랜들 APAC부문 총괄, 윤은주 한국지사장, 리즐 게리케 인터내셔널부문 총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이색적인 행사를 열었다. 서울 시내 한옥을 빌려 영국 전통 애프터눈 티 문화를 선보인 것. 두 나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 버진애틀랜틱 윤은주 신임 한국 지사장
    ▲ 버진애틀랜틱 윤은주 신임 한국 지사장
    버진애틀랜틱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3월 29일부터 인천-런던 히드로 직항 노선을 주 7회 운항한다고 밝혔다. 리즐 게릿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은 "3년간 준비해온 한국 노선이 현실이 됐다"며 "K-pop, K-beauty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있는 진출"이라고 말했다.

  • 리즐 게릿 버진애틀랜틱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리즐 게릿 버진애틀랜틱 인터내셔널 부문 총괄(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번 취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합병 과정에서 나온 히드로 공항 슬롯을 버진애틀랜틱이 확보했다. 게릿 총괄은 "히드로는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중 하나라 슬롯 확보가 쉽지 않았지만,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 버진애틀랜틱 윤은주 신임 한국 지사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버진애틀랜틱 윤은주 신임 한국 지사장(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날 행사에서 눈에 띈 건 항공사의 한국 시장 공략 전략이었다. 버진애틀랜틱은 한국인 승무원 40명 이상을 채용 중이다. 외국 항공사가 특정 노선에 이 정도 규모의 현지 승무원을 배치하는 건 드문 일이다. 윤은주 신임 한국 지사장은 "교포나 통역 승무원이 아닌 순수 한국인 승무원을 채용해 한국 고객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런던 노선에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가 투입되며, 총 258석 규모다. 어퍼클래스(비즈니스) 31석, 프리미엄(프리미엄 이코노미) 35석, 이코노미 192석으로 구성된다. 인천-런던 직항 노선 중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운영하는 건 버진애틀랜틱이 유일하다.

    버진애틀랜틱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어퍼클래스'라는 독특한 이름을 쓴다. "비즈니스 클래스 가격에 퍼스트 클래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모든 좌석이 통로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마주 보고 식사할 수 있는 구조다. 트레이가 아닌 파인 다이닝 형식으로 기내식이 제공되며, 별도 바(bar)도 운영된다.

    회사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17억 달러를 투자해 보잉 787-9 기종을 전면 재설계할 계획이다. 어퍼클래스는 31석에서 44석으로, 프리미엄은 35석에서 56석으로 늘어난다. 특히 어퍼클래스에는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리트릿 스위트' 8석이 최초로 도입된다. 이코노미는 192석에서 127석으로 조정된다.

    버진애틀랜틱은 2028년까지 A330-900 19대, A350-1000 12대, 787-9 14대 등 총 45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기단 평균 기령은 7년 미만으로 업계에서 가장 젊은 수준이다. 게릿 총괄은 "전체 프리미엄 좌석 비중도 확대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버진애틀랜틱은 스타링크와 제휴한 첫 영국 항공사로, 2026년 3분기부터 전 기종에 와이파이 설치 작업을 시작해 2027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플라잉 클럽 회원에게는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한 수준의 고품질 와이파이가 무료로 무제한 제공된다.

    이달 중 출시되는 새 모바일 앱에서는 OpenAI, Tomoro.ai와 협력한 AI 컨시어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음성 기반 개인 맞춤형 지원을 핸즈프리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럽 항공사 중 최초다. 또 전기 에어택시 기업 Joby와 영국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2030년 이전 공항-도심 간 친환경 이동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상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한다. 런던 히드로와 뉴욕 JFK 클럽하우스를 수백만 파운드 규모로 전면 리노베이션하고, 로스앤젤레스에는 지난 3월 새 클럽하우스를 열었다. 히드로 공항에서는 전용 보안 채널을 운영해 체크인부터 클럽하우스 입장까지 10분이면 가능하다.

  • 버진애틀랜틱에서 준비한 애프터눈 티(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버진애틀랜틱에서 준비한 애프터눈 티(사진촬영=서미영 기자)

    기내에서는 '시그니처 텐'이라는 10종의 시그니처 푸드와 음료를 선보인다. 클럽하우스 버거, 레드 헤드 칵테일, 마일 하이 티, 버진애틀랜틱 블러디 메리, 체리 파이 인 더 스카이 아이스크림 등이다. 이날 행사에서 애프터눈 티를 준비한 것도 기내 마일 하이 티 서비스를 미리 체험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어퍼클래스 어메니티 키트는 스킨케어 브랜드 Votary와 제휴해 내년 초부터 페이스 크림, 미스트, 멀티밤, 핸드크림 등을 제공한다. 한국 고객을 위한 기내식도 준비 중이다. 매달 메뉴가 바뀌는데, 항상 한식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가 포함될 예정이다.

    마일리지 프로그램도 개선한다. '판타스틱 플라잉 클럽'이라는 이름의 새 리워드 제도는 보너스 항공권의 티어 적립 인정, 마일리지 무기한 유효, 리워드 좌석 무제한 제공 등을 특징으로 한다. 대한항공과 코드셰어 협정을 맺고 있어 마일리지는 양사 간 상호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하다.

    버진애틀랜틱은 델타항공과 지분 및 조인트벤처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2020년 에어프랑스-KLM, 델타항공과 확장 조인트벤처를 출범했다. 2023년 3월 스카이팀에 가입해 영국 회원 항공사 중 첫 번째이자 유일한 항공사가 됐다. 런던 히드로를 통해 미국 주요 도시를 포함한 폭넓은 노선망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1984년 리처드 브랜슨 경이 설립한 버진애틀랜틱은 올해 APEX 공식 에어라인 레이팅에서 8년 연속 영국 유일의 '글로벌 5스타 항공사'로 선정됐다. 지속가능성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100% 지속가능 항공유(SAF)만을 사용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세계 최초의 비행을 주도했다. 2050년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릿 총괄은 "대한항공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 승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려는 것"이라며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한국과 영국, 나아가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항공편 스케줄은 인천 출발 12시 20분(현지시각), 런던 도착 18시 50분(현지시각)이다. 런던발은 14시 10분(현지시각) 출발해 다음날 10시 30분(현지시각) 인천에 도착한다. 예약은 현재 웹사이트에서만 가능하며, 여행사 판매는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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