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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욕실 거울이 오늘의 날씨와 뉴스를 알려주고, 샤워기는 물 사용량에 따라 색을 바꾼다. 투숙객이 "욕조에 물 채워줘"라고 말하면 음성 인식 시스템이 작동한다. 2025년 호텔 객실은 이처럼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성, 복잡함보다는 직관성이다.
호텔스닷컴이 최근 발표한 '2025 호텔 룸 인사이트(Hotel Room Innsights) 보고서'는 전 세계 450개 이상 호텔을 대상으로 객실 기술과 투숙 경험 전략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 업계는 '컴포트테크(ComfortTech)', 즉 직관적이고 실용적이며 투숙객 중심의 편안한 기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전체 응답 호텔의 56%는 여행객의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객실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호텔스닷컴 글로벌 PR 부사장 멜라니 피시(Melanie Fish)는 "스마트 거울부터 연결형 엔터테인먼트까지, 올해 호텔 룸 인사이트 보고서는 호텔 기술이 투숙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핵심은 분명하다. 기술은 직관적이고 편안하며 도움이 되는 방식이어야 하며, 과도하게 복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호텔은 로봇 집사나 안면 인식 체크인 등 첨단 기술을 시험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객실을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실용적 업그레이드에 집중한다. 한 호텔 파트너는 "빠른 Wi-Fi, TV 연결 기능, 직관적인 객실 제어 기능은 이제 투숙객들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호텔들이 가장 많이 도입하는 객실 기술은 △인룸 엔터테인먼트(스마트 TV, 스트리밍 서비스, 블루투스 스피커) △지속가능성 기술(스마트 에너지 시스템, 절수 기술, 고효율 환기·공조) △효율성 향상(모바일 체크인·체크아웃) △AI 기술(AI 기반 컨시어지 및 챗봇 서비스) 등이다.
객실 내에서도 욕실은 기술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영역으로 꼽힌다. 날씨와 뉴스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거울, 디지털 수온 조절 장치, 모션 센서 수도꼭지, 물 사용량에 따라 색이 변하는 스마트 샤워기, 스마트 비데, 음성 인식 기반 욕조 물 채움 기능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높이 조절 욕조 같은 접근성 강화 기능도 늘고 있다.
이러한 업그레이드는 투숙객들이 편안함, 사용 편의성, 개인화된 웰니스를 더욱 중시한다는 신호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AI와 자동화가 확산되는 가운데에도, 전체 호텔의 70%는 체크인, 문제 해결, 현지 추천 등 핵심 서비스에서 투숙객들이 여전히 직원의 직접 지원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호텔들은 객실이 점점 더 스마트해지면서 일부 투숙객들이 조명, Wi-Fi,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냉방 조절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전체 호텔의 52%가 체크인 시 객실 기술 사용법을 구두로 안내하고 있다.
이미 여러 호텔이 컴포트테크를 통해 직관적인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IoT 기반 객실, 스마트 거울, 로봇 집사, 안면 인식 체크인을 운영한다. 풀만 싱가포르 오차드는 QR 기반 '혁신적 객실'로 수면·업무·웰니스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프랑스 생프리의 캄파니르 스마트 린 에스트는 유럽 최초의 완전 디지털 호텔로, 투숙객이 스마트폰으로 조명·온도·엔터테인먼트를 제어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더 시프는 거울 내장형 TV와 VIP용 안면 인식 체크인을 갖췄고, 객실 내 태블릿으로 맞춤형 디지털 아트를 큐레이션할 수 있다. 중국 항저우의 플라이주 호텔은 알리바바가 개발한 기술 기반으로 안면 인식, AI 어시스턴트, 자동화 로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들이 앞으로 관심을 두는 기술로는 △AI 기반 컨시어지 지원 및 예측형 에너지 절감 자동화 △음성 인식 객실 제어와 연결형 조명·공조 설정 △수면 모니터링 기능과 차세대 스마트 거울 △투숙객 선호에 기반한 객실 환경 자동 조정 등이 꼽혔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