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쇼룸으로 진화한 브랜드 전략… 한국 시장 맞춤 솔루션 강화
한국 진출 30년, ‘혁신·현지화·파트너십’으로 미래 성장동력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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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리미엄 가구·건축 하드웨어 기업 헤펠레의 한국 법인인 헤펠레코리아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1987년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1995년 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국내 시장에서 프로젝트 솔루션과 프리미엄 하드웨어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만여 개 제품을 기반으로 가구·건축 프로젝트의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토털 솔루션 방식은 헤펠레코리아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경기도 광주 본사와 물류센터, 서울 논현동 오피스 및 브랜드 쇼룸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국내 시장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스테판 후버 헤펠레코리아 대표는 이번 30주년을 “기업이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 5~10년을 설계하는 중요한 기점”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25년 전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비즈니스를 책임져 온 경험을 돌아보며 “한국은 트렌드 변화 속도와 품질 요구 수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도전이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성장하게 만드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 ‘보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재단장
이번에 단행된 논현 쇼룸 리뉴얼은 헤펠레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는지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쇼룸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며, 1·3층은 완성형 공간 솔루션, 2층은 하드웨어·조명 기능 체험이라는 명확한 동선을 갖는다. 기존 쇼룸이 제품 전시에 가까웠다면, 이번 리뉴얼은 실제 주거 공간을 옮겨놓은 듯한 경험형 쇼룸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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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을 들인 곳은 1층 프리미엄 주방이다. 후버 CEO는 “한국 고객은 주방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강조하며, 기능·동선·수납·조명 등 실사용자의 효율을 중심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서랍의 움직임, 조명의 색 온도 변화, 수납 구조의 유연성 등 디테일을 실제 환경과 동일하게 구현해 ‘사용해 보면 갖고 싶어지는 주방’이 되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파트너사 케세뵈머 관계자는 “한국은 디자인과 기능 양쪽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헤펠레와 함께 유럽 자동차 산업의 정밀한 마감 기술을 주방 솔루션에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시장 맞춤 로컬 솔루션 강화… 지속가능성 전략도 본격화
헤펠레코리아는 한국 고객의 생활방식과 공간 구조를 정확히 분석해 현지화 솔루션을 확대해 왔다. 대표 사례인 중문 자동조명 연동 솔루션은 한국 아파트 특유의 현관·중문 구조를 반영해, 문을 열면 별도 스위치 없이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후버 대표는 “이 솔루션은 한국 주거 패턴을 깊이 이해한 결과물”이라며 “현지화와 기술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주방, 수납, 조명 등 핵심 영역에서도 한국 고객의 사용 빈도와 동선을 기반으로 한 옵션 커스터마이징이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깊은 팬트리 구조, 한국형 수납 가이드, 소형 주거 최적화 슬라이딩 시스템 등은 해외 시장에서는 드문 형태지만, 한국 고객에게는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협업 과정에서도 국내 가구 제조사와 함께 실제 시공 환경을 반영한 조정 작업을 반복하며 한국형 규격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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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ESG) 전략도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본사는 이미 유럽 생산라인에서 스티로폼 포장재를 전면 폐기하고, 플라스틱과 비닐을 종이 기반 소재로 대체하며 공급망 전반의 친환경화를 강화했다.
한국 법인은 여기에 더해 LED 조명 100% 전환, 하이브리드 차량 도입, 프린터 사용 최소화 등 일상적 업무 환경까지 친환경 체계로 재정비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고효율 공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며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높이고 있다. 후버 대표는 “친환경 운영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이라며 “제품과 운영 양쪽에서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로젝트 비즈니스 강화… “한국 가구 산업의 성장을 함께 지원할 것”
헤펠레코리아는 최근 고급 주거·하이엔드 호텔 프로젝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관광 산업 성장, 호텔 리뉴얼 증가, 고급 건축 시장 확대 등이 맞물리며 고성능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후버 대표는 프로젝트 비즈니스에 대해 “초기 설계 단계부터 긴밀한 기술 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영역”이라고 말했다.
향후 10년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단순한 수입 제품 공급자를 넘어 한국 가구·인테리어 산업의 발전을 함께 이끌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후버 대표는 “한국 고객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한다”며 “헤펠레코리아는 하드웨어 기술과 솔루션으로 디자이너·가구 제조사·공간 기획자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30년간 한국 시장과 함께 성장해 온 헤펠레코리아는 이제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기능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 그리고 한국 시장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이라는 목표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