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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신약 개발 질주…업계 “임상 지원 확대·데이터 규제 개선 시급”

기사입력 2025.12.05 11:29
전 세계 바이오 기업 CEO 83% “AI 예산 확대”…한국은 전임상 편중, 성장률 3분의 1
  •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AI 기반 신약 개발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4일 개최한 ‘한국 바이오경제 전망 세미나’에서는 세계적 흐름과 국내 산업의 구조적 한계, 2026년을 앞둔 정책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 4일 열린 ‘한국 바이오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AI 신약개발 산업 동향과 정책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사진=김정아 기자
    ▲ 4일 열린 ‘한국 바이오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AI 신약개발 산업 동향과 정책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사진=김정아 기자

    AI 기반 신약 개발 가속…설계 단계부터 자동화 확산

    박상훈 삼정KPMG 제약바이오산업 리더는 ‘KPMG 2025 CEO Outlook’ 조사를 인용해 “바이오 기업 CEO의 상당수가 향후 산업 성장을 AI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바이오 CEO의 79%가 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83%는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AI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중 67%는 향후 1~3년 내 AI 기반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는 신약 설계의 자동화가 핵심 변화로 제시됐다.

    퀀텀인텔리전스 최환호 대표는 양자 기술과 AI를 결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을 설명하며 분자 구조 예측, 독성·약동학 모델링, 후보물질 스크리닝 등 초기 단계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신약 개발 과정이 ‘사람이 설계하고 AI가 검증하는 단계’에서 ‘AI가 먼저 설계하고 사람이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임상 65%·임상 20%…국내 산업의 병목 구조

    국내 AI 신약 개발이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핵심 원인으로는 전임상 편중 구조가 지적됐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팀장은 “AI 신약 개발이 실질적 산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데이터 인프라, 플랫폼, 임상 역량, 규제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현재는 이를 관통하는 구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성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설계–제작–시험–학습(DBTL) 사이클 자동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AI 모델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실험까지 이어지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정부 R&D 지원 과제 중 전임상 단계가 65%를 차지하지만, 임상은 20% 수준에 그친다”며 “글로벌 경쟁이 이미 임상 중심으로 이동한 만큼 국내 기업의 임상 진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4~5% 수준에 머무는 반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14% 안팎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의 약 25%를 보유하고 임상시험 건수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2026년을 전후로 경쟁 재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가 제시한 6대 과제…임상·데이터·AI 인프라 강화 절실

    세미나에서는 산업계가 정부에 요구하는 핵심 정책 과제도 제시됐다.

    업계는 전임상에 집중된 R&D 지원 구조를 임상 단계까지 확대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신약 개발 전용 펀드 조성, 의료 데이터 접근성 개선, 연구 승인 절차 간소화, 한국형 주권 AI 모델 확보, 필수 의약품·소부장 공급망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오기환 센터장은 “사람과 R&D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부처 간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AI는 바이오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산업·정책·연구 현장을 연결하는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연 14%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은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임상 병목과 데이터 규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가 2026년 한국 바이오산업 경쟁력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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