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는 '계획하고 추론'… 과거 자동화와 달라
‘약간 게으른’ 직원이 AI 시대 혁신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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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활용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예산과 일자리를 줄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AI 기업 경영진을 통해 개진됐다.
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의 ‘에이전틱 AI 트렌드 브리핑’에 참여한 AI 기업 경영진들은 기업 현장의 우려스러운 현실을 공개했다. 고객사 중 구체적인 계획 없이 ‘AI를 활용하면 된다’며 10~15% 예산 삭감을 지시하고, 일부 경영진은 ‘30% 인력을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회사의 미래를 이끌 핵심 인재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딥 우비(Deap Ubhi) AWS 글로벌 스타트업 솔루션 아키텍트 헤드, 메이 하빕(May Habib) 라이터AI(Writer AI) CEO, 고칸 에그리(Gokan Egri) 브레인베이스랩스(BrainBase Labs) CEO가 나왔다. 진행은 스티브 루비(Steve Ruby) AWS 스타트업 기술 책임자가 진행했다.
◇ AI 도입 기업의 실태, 인력 감축·예산 삭감 원해
하빕 라이터AI CEO는 이번 브리핑에서 AI 구축을 요청하는 일부 기업들의 실태를 공개했다. “고객사 경영진이 전화를 걸어 ‘30% 인력 감축을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회사의 진정한 미래를 만들어갈 가장 혁신적인 직원이 바로 그 30% 안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이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작업을 잘 실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업을 실행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승진한다”며 “실제로 회사 내에서 AI 에이전트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예상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약간 게으른’ 성향의 직원들이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려는 동기가 강해 오히려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AI 도입으로 인한 기업들의 예산 삭감도 문제다. 하빕 대표는 “기업 중 일부는 구체적인 계획없이 ‘AI를 쓰라’고만 하고 어떻게 AI를 업무에 접목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는다”며 “지식 근로자가 많은 부서일수록 압박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 AI 에이전트는 ‘계획하고 추론하는’ 소프트웨어
이날 브리핑에선 사람의 업무를 보조하는 AI 에이전트의 현주소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하빕 CEO는 AI 에이전트에 대해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추론하는 소프트웨어”라고 정의했다. 과거의 자동화나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RPA)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파워포인트를 만들어달라고 하면, 에이전트는 필요한 정보를 찾아 문서를 완성한다”며 “만약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에이전트가 스스로 되돌아가서 계획을 다시 세우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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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리 브레인베이스랩스 CEO는 AI 에이전트를 ‘원격 근무 직원처럼 투입할 수 있는 존재’로 접근한다. 그“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영업 사원이나 인사 담당자를 교육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로 온보딩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레인베이스랩스는 ‘카프카’라는 이름의 AI 에이전트를 15~30분 만에 AWS 시스템 배포 방법을 학습시켜, 실제 서비스 운영에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 명확한 효과 증명 없이는 도입 불가능
AI 에이전트 도입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하빕 CEO는 “3년 전만 해도 기업들에 개념증명(POC) 예산과 혁신 예산이 풍부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업 부서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야 하며, 명확한 투자수익률(ROI)을 보여주는 비즈니스 케이스가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레퍼런스 고객을 기반으로 한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케이스를 제시하는 것이 이제 기본”이라며 “매출 증대나 비용 절감을 구체적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터AI는 건강보험사 시그나(Cigna), 제약사 애보트(Abbott)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금융사 색소뱅크(Saxo Bank) 등 규제가 엄격한 산업의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하빕 CEO는 “정밀성과 통제가 중요한 산업일수록 AI 에이전트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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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베이스랩스는 파일럿 단계에서 실제 운영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100%에 달하며, 도입 후 첫 6개월간 사용률이 16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에그리 CEO는 “AI 에이전트에게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브라우저, 파일 시스템 등 완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빕 CEO는 “한 고객사는 직원을 700명에서 400명으로 줄였지만, 남은 400명의 생산성이 과거 700명일 때보다 훨씬 높다”며 “모두가 AI를 활용하는 인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AI 에이전트 도입 시 직원들의 저항도 있다고 밝혔다. “직원 15~20%는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며 “이들은 과거 방식의 생산성 개념에 고정돼 있어, 가능한 것의 사례를 보여주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AI 에이전트는 과거와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