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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 2025] 다쏘시스템 “제조 혁신, 버추얼 트윈과 생성형 AI로 이끈다”

    기사입력 2025.12.03 19:01
    3D 설계·DMU·PLM 넘어 ‘버추얼 트윈·AI’로 제조 혁신
    충돌시험·부품관리·의료 시뮬레이션까지 적용 사례 확산
    “정확도·데이터·인프라 갖춘 ‘인더스트리얼 AI’ 강조”
    •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버추얼 트윈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 제조업의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덕규 기자
      ▲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는 버추얼 트윈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 제조업의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덕규 기자

      “버추얼 트윈이라는 개념만으로도 충분히 제조업의 혁신을 가져갈 수 있지만, 여기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서 이러한 과정들을 훨씬 더 획기적으로 가속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운성 다쏘시스템 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그는 3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진행된 ‘THE AI SHOW 2025(TAS 2025)’ 제조 AI 컨퍼런스에서 버추얼 트윈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 가상 공간에서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개발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쏘시스템 코리아는 지난 1981년 프랑스 다쏘항공에서 스핀오프되며 세계 최초로 3D 설계 기술을 상용화해 제조업 혁신을 주도해 온 선구자 중 하나다. 당시 종이 도면에 의존하던 산업 현장에 3D 가상 설계 개념을 처음 적용한 것이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다쏘시스템은 1980년대 후반 제품을 디지털 환경에서 미리 조립·검증할 수 있는 ‘디지털 목업(DMU)’ 기술을 내놓았고, 1990년대 후반에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유지보수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제품뿐 아니라 인체 장기까지 가상화하는 ‘버추얼 트윈 휴먼’ 기술을 선보이며, 여기에 생성형 AI를 결합해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버추얼 트윈은 실제 제품이나 공장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분자 단위부터 거시적 규모까지 다루는 멀티스케일, 열·화학·전자·유체 등을 다루는 멀티피직스 개념을 포함해 실제와 가상의 간격을 최소화한다. 정 대표는 “현재와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3D 형태로 미리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AI 결합으로 설계 시간 단축

      다쏘시스템이 제시한 버추얼 트윈과 생성형 AI 결합 사례는 다양하다.

      먼저 RAG(검색증강생성) 기술로 설계 매뉴얼을 학습시켜 비숙련자도 3D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하는 ‘AI 어시스턴트’다. 과거 설계 데이터를 학습해 유사 제품 설계 시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AI는 정확도가 생명”이라며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도면 없이 제품만 있어도 이를 스캔해 3D 모델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노후 선박이나 장비의 유지보수에 활용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심장을 스캔해 3D로 시뮬레이션하고, 유사 환자 데이터를 학습시켜 시술이나 수술 전 재현해볼 수 있다. 신약 개발이나 의료기기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충돌 시험의 경우, 전통적 시뮬레이션과 동일한 결과를 내면서도 AI 학습 기반 ‘서로게이트 모델(대리 모델)’을 활용하면 100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부품 관리 측면에서는 AI 클러스터링 기법으로 유사 부품과 공용 부품을 찾아내 설계 시간을 약 40% 단축할 수 있다. 제품 형상과 공간 배치 패턴을 학습시켜 부품을 자동으로 찾아 조립하는 과정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 제품·조직·비즈니스 모델 패러다임 변화

      정 대표는 버추얼 트윈과 AI의 결합이 제조업의 가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강조했다. 제품 관점에서는 물리적 제품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경험으로 전환된다. 실제 제품 없이도 가상공간에서 모든 것을 시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 관점에서는 물리적 직원과 AI가 함께 일하는 ‘버추얼 워크스페이스’ 개념이 도입된다. 사람과 AI가 하나의 조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한 조직 체계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실물 중심에서 지식과 노하우 기반 IP(지식재산권) 중심으로 전환된다. 축적된 지식을 학습해 지속적으로 IP를 창출하는 구조다.

      ◇ “데이터·유스케이스·기술 삼박자 갖춰야”

      정 대표는 AI 도입을 위한 준비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인용하며 “AI는 기존 기술 추가가 아니라 프로세스, 데이터, IT 인프라 전반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기업 내부 과거 데이터를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명확한 유스케이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기술이 준비돼야 한다. 

      정 대표는 “제조 산업에서 AI의 정확도가 90%, 85% 수준이라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할루시네이션이 없는 정확한 결과를 내야 하기에 데이터, 활용 사례, 기술을 제대로 준비한 ‘인더스트리얼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명확한 목표와 기대치 설정, 잘 정의된 플랫폼, 지속적인 데이터 축적과 기술 업데이트를 위한 클라우드 인프라 등이 필수다”며 “궁극적 목표는 인력 대체가 아니라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방위산업·자동차·조선업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지만, GDP 저성장,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인한 전문 인력 부족,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에 혁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운성 대표는 “패러다임 변화 수준의 혁신이 이제 기대 사항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다”면서 “버추얼 트윈과 AI의 결합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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