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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는 1989년 브랜드 출범 이후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져 왔다. LS 400으로 시작된 이 명성은 세단을 넘어 SUV 영역까지 확장됐고, 1996년 첫 SUV인 LX 450을 선보이며 오프로드 성능과 럭셔리 감성을 동시에 원하는 고객의 기대에 응답했다.
이 흐름의 정점에는 올해 3월 국내 출시한 4세대 모델 '디 올 뉴 LX 700h'가 자리한다.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어떤 길 위에서도 자신감을 주는 주행 성능을 결합해 렉서스 SUV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한 모델이다. 고급스러운 실내 감성과 플래그십 SUV다운 안정적 주행 능력의 조화를 완성한 LX 700h는 '어떤 길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럽게'라는 렉서스의 철학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SUV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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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한눈에 봐도 강인하고 웅장하다.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순간,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렉서스를 상징하는 대형 프레임리스 스핀들 그릴이다. 렉서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언어를 잇는 동시에 LX만을 위해 새롭게 다듬어진 이 그릴은 플로팅 바 구조로 깊이감 있는 입체감을 만들고, 가까이에서 보면 바 하나하나가 매끄럽게 흐르는 듯한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밀리미터 단위로 조정된 바의 두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엔진 냉각 성능까지 고려한, '아름다움과 기능'이 공존하는 디자인임을 증명한다.
측면 라디에이터 그릴도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으며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대형 개구부와 공기 흐름을 고려한 형상은 오프로드에서의 강인함뿐만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도 역동성을 전달한다. 후드는 차량의 경사 감각을 고려해 시각적 존재감을 더욱 강화했고, 차체의 균형 잡힌 비율은 렉서스 특유의 안정된 주행 감각을 시각적으로 암시한다.
렉서스를 대표하는 L-Shape 주간주행등은 더욱 입체적으로 진화해 점등 순간 차량의 존재감을 또 한 번 극대화한다. 날카롭고 세련된 인상과 함께 트리플 빔 LED 헤드램프는 하이빔부터 방향지시등까지 하나의 유닛에 담아내며 렉서스 디자인의 정제된 미학을 강조한다. 야간 주행 시 도로 위에 떨어지는 빛의 패턴 역시 고급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측면부는 두껍고 수평적인 바디 라인이 주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루프에서 후면부까지 깔끔하게 이어지는 쿼터 필러의 곡선은 웅장한 차체를 더욱 우아하게 완성시킨다. 후면 타이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부 라인은 강인함 속에서도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이지 클로저 기능이 더해져 묵직한 도어가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듯 닫히는 감각은 고급 SUV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제공한다.
렉서스 라인업 중 가장 큰 22인치 휠은 LX의 덩치를 가장 아름답게 받쳐 주는 요소다. VIP와 럭셔리에 적용된 고광택 페인트는 깊이감과 존재감을 강조했다. 블랙과 광택의 대비가 고급스러움을 한층 부각시키며, 차량의 크기에 걸맞은 웅장한 느낌을 전달한다.
후면부에서는 새로운 'LEXUS' 레터링 타입의 로고 엠블럼이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차세대 렉서스를 상징하는 이 배지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일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함께 현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완성시킨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LX 700h는 그 자체로 렉서스의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 됐다.
특히 오버트레일은 LX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블랙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미러, 휠 하우스, 루프레일 등은 단순히 어둡게 처리한 디자인을 넘어 더욱 묵직하고 터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오버트레일 전용 18인치 휠은 오프로드 타이어의 견고함과 온로드 주행 안정성을 모두 잡아, 거칠게 튀어 오른 자갈길에서도 흔들림 없는 신뢰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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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직선적인 수평 디자인이 주는 시원한 개방감이 가장 먼저 와닿는다. 어느 자리에서든 답답함 없이 여유로운 시야가 펼쳐져,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플래그십 SUV에 올라탔다'는 안정감을 준다. '타즈나(Tazuna)' 콘셉트는 손이 닿는 곳마다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해 주행 중에도 시선이 자연스럽게 도로에 집중되며 차량과 연결된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눈에 띄는 건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다. 속도계는 물론, 운전자가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정보들을 직관적으로 표시해 주며, 화면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통해 배터리 전압, 엔진 오일 압력계, 심지어 하이브리드 배터리 충전 상태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와 멀티 터레인 셀렉트 모드 전환 시 나타나는 애니메이션은 차량의 기술적인 진보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중앙에 위치한 센터 디스플레이는 운전의 편의성을 더욱 극대화한다.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컨트롤을 조작하기에 충분하고,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멀티 터레인 모니터 역할을 한다. 그 아래 7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히터 제어와 함께 주행 모드를 선택하는 화면을 제공해, 오프로드 상황에서도 주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직관적인 조작성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물리 버튼과 다이얼로 분리돼 있어 오프로드 주행 중에도 불편함 없이 온도 조절과 주행 모드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센터 콘솔의 무선 충전 패드는 고속 충전 기능을 지원해 더욱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운전석, 동반석, 뒷좌석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쿨링 기능의 센터 쿨박스다. 실제로 음료를 넣어 보면 냉기가 빠르게 퍼지며, 500ml 병 기준 6개까지 여유롭게 들어가 장거리 주행이나 여행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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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세미아닐린 가죽 특유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감촉이 먼저 전해진다. 몸을 맡기면 단단하게 지지해 주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자세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착좌감을 유지한다. 특히 1열 시트는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리프레시 시트를 활성화하면 등과 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 실제로 장시간 운전 피로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이 체감된다.
이 차가 제공하는 럭셔리한 경험은 4인승 VIP에서 절정을 이룬다. 2열 독립 시트에 앉는 순간, '승차 공간이 아닌 하나의 라운지에 들어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대형 헤드레스트와 리프레시 시트 기능을 갖추고, 리클라이닝 시에는 최대 48도까지 조절 가능해 신체에 부담 없이 완벽한 편안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뒷좌석 우측의 오토만 기능을 펼치면 발까지 편안하게 받쳐 줘, 마치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앉아 있는 듯한 완벽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천장에 적용된 에어벤트다. 일반적인 주행 자세에서는 냉기와 열을 차단하는 에어커튼 역할을 하며, 리클라이닝 자세에서는 탑승자의 머리 위로 바람을 내보내어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차량의 안락함을 더욱 향상시킨다.
11.6인치 FHD LCD는 2열 탑승객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반사 방지 코팅 글래스를 채택해 선명한 디스플레이는 틸트를 통해 각도 조절 가능하다. 마이크로캐스트(WiFi 연결)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볼 수 있어 장거리 주행 시 편리하다.
2열은 전장 5095mm, 전폭 1990mm, 전고 1895mm, 휠베이스 2850mm 차체 크기로 성인이 탑승하면 넉넉함을 넘어 여유롭다. 트렁크 용량 또한 넉넉하다. 기본 204리터에서 2열을 폴딩하면 1767리터로 확장돼 골프백 4개와 여행용 캐리어를 여유롭게 수납할 수 있다. 더 편리한 점은 킥 오픈 파워 백도어 기능이다. 양손이 바쁠 때 스마트 키를 소지한 채로 리어 범퍼 아래로 발을 차면 트렁크를 열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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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3.5리터 V6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사이에 클러치가 포함된 모터 제너레이터(MG)를 배치해 엔진과 모터의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효과적으로 노면에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 단독 또는 모터 단독 주행을 최적의 방식으로 자동 제어할 수 있도록 새로운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부분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 총 최고출력 464마력, 최대토크 66.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8.0km/L(도심: 7.7km/L, 고속: 8.5km/L)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탑재되지 않는 발전기(얼터네이터)와 스타터도 기본 장착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 스타터는 독립적으로 엔진 점화를 가능하게 하고 12V 보조 배터리에 전원을 공급해 엔진만으로 차량이 계속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엔진 차량과 동일한 700mm의 도하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메인 배터리에 새로운 방수 구조를 적용하는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심하고 차량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렉서스의 내구성 강화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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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모델은 VIP 모델이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느껴지는 건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그 힘을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차체의 반응이다. 초반 가속에서는 전기 모드 특유의 조용하고 매끄러운 출발이 인상적이며, 속도가 오를수록 엔진과 전기모터가 자연스럽게 힘을 합쳐 묵직한 차량 중량(2840kg)을 잊게 만든다. 중고속에서의 추월은 큰 차체가 무색할 만큼 여유롭고,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이 밟을 때마다 힘이 단단하게 밀어 올려주는 느낌이 확실하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매우 적어, 고속에서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다.
LX 700h를 위해 개량된 GA-F 플랫폼은 저중심화, 경량화, 차체 강성 향상 등 차량의 기본 성능을 한층 강화한 부분이 전달된다.
전자 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은 실제 도로에서 그 효과가 더욱 확실하다. 구불구불한 도로나 도심의 잔진동이 많은 구간에서는 노면 정보를 세밀하게 걸러내며 차체를 편안하게 유지해 준다. 요철을 넘을 때는 충격이 크게 들어오지 않고 부드럽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특히 저속에서 정지할 때 감쇠력 제어가 한층 더 개선돼 불필요한 차량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거친 지형에서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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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 S, 스포츠 S+, 커스텀 등 총 6가지가 제공돼 운전자의 취향과 주행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스포츠 S와 스포츠 S+ 모드에서는 LX 700h가 가진 또 다른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차량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날카로워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사운드가 과장 없이 정갈하게 올라오며, 묵직한 대형 SUV임에도 속도 계단을 시원하게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분명하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는 전기 모터와 엔진이 함께 밀어주는 힘이 강하게 느껴지며, 순간적으로 가속할 때의 반응 속도가 기대 이상이다. '크고 무거운 SUV'라는 이미지가 잠시 잊힐 정도다.
코너링에서 안정감은 놀랍다.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꺾어도 차체가 과하게 눕지 않고, 탄탄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궤적을 따라간다. 특히 스포츠 S+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조금 더 단단해지면서 스티어링 피드백이 더 또렷해져, 차의 크기를 잊게 만드는 민첩함이 돋보인다.
그립감 역시 생각 이상이다. 무게 중심을 잘 잡아주는 GA-F 플랫폼과 타이어의 접지력이 조화되면서, 고속 코너에서도 노면을 단단히 움켜쥐는 느낌이 들어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도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반응해 준다.
예방 안전 시스템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도 인상적이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PDA), 오토매틱 하이빔(AHB) 등으로 구성됐다. 사용하면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LX 700h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균형 잡힌 성능과 럭셔리한 안락함을 동시에 제공하며, 플래그십 SUV로서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LX 700h의 부가세 포함한 판매 가격은 4인승 VIP 1억9457만원, 5인승 오버트레일 1억6587만원, 7인승 럭셔리 1억6797만원이다.(개별소비세 3.5% 반영 기준) -
- ▲ 영상 = 성열휘 기자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