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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말차·티코스·티셀러…제주 오설록이 확장하는 새로운 차(茶) 문화”

기사입력 2025.11.27 06:02
제주 차밭, 100만 평의 테루아가 만든 풍미
녹차밭과 테루아, 제주에서 시작된 오설록 이야기
말차 열풍, MZ세대 취향을 사로잡다
  • 제주 서귀포시 서광리, 산방산과 한라산 사이에 자리한 오설록 차밭에는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연인, 개인 여행객까지 녹차밭 사이를 거닐며 포토 스폿을 찾거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에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차밭을 걷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어, 방문객들은 자연과 체험을 동시에 즐기고 있었다. 

    티뮤지엄에 들어서자 은은한 차 향과 제주 자연의 공기가 공간을 채워, 차 문화와 제주의 풍경을 한층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오설록의 제주 다원은 서광, 돌송이, 한남 차밭을 잇는 100만 평 규모의 녹차밭과 현대적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제주 차밭은 단순한 재배지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차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찻잎의 생장 환경과 테루아가 차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광 차밭은 한라산을 지나오는 바람과 구름이 자연 차광 효과를 만들어 찻잎 색을 선명하게 하고, 돌송이 차밭은 산과 바다의 바람이 향을 한층 깊게 한다. 한남 차밭에서 재배된 어린 찻잎은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 볼모지에서 100만평 제주 차 명가로 재탄생

    오설록의 시작은 제주 땅에서 비롯됐다. 1979년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故) 서성환 회장은 쇠퇴해 가던 한국 차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제주 불모지를 개간하며 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설록은 재배부터 가공, 제품화, 연구개발(R&D)까지 모든 과정을 제주에서 관리하는 Farm to Cup 브랜드로 성장했다.

  •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건너편에 드넓게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사진=김경희
    ▲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건너편에 드넓게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사진=김경희

    화산회토의 풍부한 미네랄, 높은 일조량, 큰 일교차 등 제주의 자연조건은 차 재배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찻잎의 풍미와 색감을 결정하는 독특한 테루아를 형성한다. 오설록 관계자는 “제주 차밭은 단순한 원료 산지를 넘어 제품 개발과 블렌딩, 티푸드와 패키지 디자인 등 브랜드 전반에 영감을 주는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말차 열풍이 거세다. 오설록 관계자는 “선명한 그린 컬러와 다양한 홈카페 레시피가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며, 말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오설록 말차는 제주 직영 차밭에서 선별한 어린잎을 바탕으로 차광 재배와 유기농 관리 노하우로 완성된다. 떫은맛은 줄이고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 감칠맛을 더한 제주 말차만의 풍미는 국내외 방문객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 말차 열풍과 티 코스… 먹고 즐기는 차 문화의 확장

    티뮤지엄에서 진행되는 프리미엄 티 코스는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와 경험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세작 차와 전통 오메기떡 체험으로 찻잎의 향·색·우림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이어 티 칵테일과 제주 특산 디저트 3종을 맛보며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즐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한라암차 시음과 로스팅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이 직접 만든 찻잎을 선물로 가져갈 수 있다.

  • 티뮤지엄 지하의 티셀러에는 제주 녹나무, 삼나무, 오크 배럴에서 차를 숙성하고 보관하고 있다./사진=김경희
    ▲ 티뮤지엄 지하의 티셀러에는 제주 녹나무, 삼나무, 오크 배럴에서 차를 숙성하고 보관하고 있다./사진=김경희

    티뮤지엄 지하에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티셀러가 자리한다. 제주 녹나무·삼나무·오크 배럴에서 각각 숙성된 차를 보관하며, 공간마다 다른 나무 향과 찻잎의 풍미가 감각적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부원료를 첨가하지 않은 찻잎이 나무 숙성함에서 시간을 거치며 더욱 깊어진 풍미를 발현한다. 상품존에서는 티셀러 전용 숙성 차를 직접 시음하며 다층적인 향미를 체험할 수 있다.

    티뮤지엄 바로 옆 말차 누들바는 이러한 체험을 미식으로 확장한 공간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말차 누들바는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이 차의 향과 맛을 직접 체험하는 상징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미쉐린 스타 셰프 김도윤과 협업해 개발한 메뉴는 말차 생면 온면, 말차향 수육, 말차 비빔면 등으로 구성됐다. 개방형 제면실에서 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먹는’ 미식 경험으로 확장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외국인과 내국인 방문 비율이 5대 5에 이를 정도로 글로벌 인기가 높다.

    말차 누들바와 티셀러 등 체험형 공간은 오설록이 추구하는 ‘먹고 즐기는 차 문화’의 핵심이다. 차의 풍미를 경험하는 방식을 미식·체험으로 확장하며 제주 차의 깊이를 오감으로 전달한다.

    ◇ 제주 기반 Farm to Cup 브랜드, 글로벌 K-Tda 도약

    오설록은 재배부터 가공, 제품화, 연구개발(R&D)까지 전 과정을 제주 현지에서 수행하는 Farm to Cup 티 브랜드다. 브랜드 슬로건인 ‘Tea from Jeju Island’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차의 재배부터 최종 제품까지 제주에서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는다.

  •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세작 우림부터 티 칵테일, 한라암차 로스팅까지 이어지는 티코스를 체험하는 방문객./사진=김경희
    ▲ 오설록 티뮤지엄에서 세작 우림부터 티 칵테일, 한라암차 로스팅까지 이어지는 티코스를 체험하는 방문객./사진=김경희

    최근 오설록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273억 원, 영업이익은 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40%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937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7%, 67.3%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오설록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K-Tea 입지를 강화하고, 프리미엄 티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오설록 관계자는 “말차를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먹고 즐기며 체험하도록 확장하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으며, 원료 품질 고도화와 차광 재배, 유기농 차밭 관리 등 40여 년간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말차 열풍과 프리미엄 티 코스, 누들바와 티셀러 체험까지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국 차 문화의 깊이와 제주 자연이 만들어낸 풍미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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