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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진행하는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초 진단 도구로 여겨졌던 ‘초음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고해상도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석이 결합하며 초음파 기반 진단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CT·MRI 대비 비용·신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재평가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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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아 다양한 임상에서 폭넓게 활용돼 왔다. 하지만 해상도 한계와 검사자 숙련도에 따른 판독 편차로 미세한 병변을 조기에 확인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최근에는 고주파 센서와 AI 기반 분석 기술이 적용되면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29MHz 마이크로 초음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마이크로 초음파는 기존 초음파보다 약 3배 높은 고주파 영상을 제공해 전립선 내부 구조의 미세한 음영·경계·형태 등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종양 의심 부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표적 조직검사를 더욱 정확하게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초음파 기술 고도화는 AI 분석과 결합하며 확장되고 있다. 유방·갑상선·간 등 일부 영역에서는 AI 기반 초음파 판독 보조도구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혈관·심장·폐까지 적용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AI는 병변의 형태·음영·크기 변화 등을 자동 분석해 판독자 간 편차를 줄이고, 과거 영상과 비교한 추적 관찰을 자동화하는 방식으로 진단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관련 기술은 상용화 단계와 연구 단계가 혼재돼 있어 적용 가능성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다.
고해상도 센서와 AI 자동 분석 기술의 결합은 초음파의 ‘저부담 검사’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진단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조합으로 꼽힌다. CT·MRI처럼 비용·시간·검사 환경의 제약이 큰 검사와 달리, 초음파는 반복 검사와 조기 검진이 필요한 고령 환자·만성질환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초음파가 보조적 검사에서 벗어나 일부 영역에서 더 중요한 진단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고해상도·AI 초음파의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 효율성은 검사 부위·환자 특성·의료기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실제 의료비 절감 효과와 진단 가치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음파 기술의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경우, 영상 진단 시장에서 초음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사례처럼 물리적 해상도 향상과 소프트웨어 보조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초음파는 다시 한번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