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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개발의 시대는 끝났다… 도시의 미래는 ‘매력’에 달렸다

기사입력 2025.11.24 17:12
축소 시대 도시가 살아남는 법 제시한 <소멸하지 않는 도시> 출간
  • 인구 감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도시의 지속 가능성이 중대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개발 중심 성장 전략을 넘어 ‘매력’이 도시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분석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도시재생 전문가 경신원의 신간 <소멸하지 않는 도시>(투래빗 출판사)는 축소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가 어떻게 다시 사람을 끌어들이고 회복할 수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그동안 지방정부가 의존해온 출산 장려금, 산업단지 조성, 대규모 개발 등 ‘성장형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고 기업 유치도 특정 대도시에 편중되면서, 인구 감소와 공동체 붕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도시의 존재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사람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살아남는다”

    <소멸하지 않는 도시>의 핵심은 명확하다. 앞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물리적 개발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이유’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런던 보로 마켓, 브리즈번 하워드 스미스 와프, 웨일스 헤이온와이 책마을 등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관찰한 세계 도시의 사례는, 도시의 매력이 화려한 건축이나 대규모 예산이 아닌 삶의 흔적·커뮤니티·시민 참여 속에서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축소는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도시의 새로운 질문

    책은 인구 감소가 지방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서울·수도권에서도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도시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을 전환할 것을 요청한다.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도시의 매력과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가 도시의 생존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도시 관찰자 제인 제이콥스의 이론에서부터 샌프란시스코·디트로이트·런던·LA 아트 디스트릭트의 성쇠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도시사회학·문화정책·글로벌 도시 트렌드를 넘나드는 폭넓은 관찰을 통해 한국 도시가 직면한 현실을 진단한다. 또한 청년 정책,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문화 생태계 등 현재 국내에서 논쟁적으로 다뤄지는 의제에도 구체적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 경신원은 영국·미국·한국에서 25년 넘게 도시 및 지역 개발을 연구해온 도시학자로, 버밍엄대학교 도시·지역학과 조교수, 미국 도시연구소 객원연구원, MIT SPURS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를 운영하며 도시재생과 커뮤니티 기반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등의 저작을 통해 도시와 주거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연구자다. 

    <소멸하지 않는 도시>는 행정가·도시계획가·로컬 크리에이터 등 도시를 기획하는 이들에게는 전략적 지침서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에게는 도시를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쇠퇴와 축소의 시대를 통과하며 세계 도시들이 찾아낸 회복의 원리를 한국적 맥락에서 다시 짚어낸 이 책은, 도시의 미래가 개발이 아닌 ‘재발견’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신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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