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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취임한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했다. 폴스타 4의 위탁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직접 점검하고, 한국 시장 전략을 재정비하기 위한 행보다. 폴스타 주요 차량에 한국산 배터리가 대거 탑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아시아 전략 강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쉘러 CEO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폴스타 서울 스페이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부산공장은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폴스타 4가 첫선을 보이기 시작한 지금, 부산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폴스타는 올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폴스타 4를 시범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캐나다 등 북미 수출 물량을 부산이 전담한다. 이를 위해 르노코리아는 조립 라인을 5주간 멈추고 60여 개 설비를 교체하는 등 대대적 투자를 진행했다. 초도 생산 물량은 이미 북미 시장에 도착했다.
부산공장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로쉘러 CEO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 리스크도 하나의 요소라고 인정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산 품질과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 측면에서 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에서 생산하는 차량이 북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다른 지역에 공급하는 생산기지로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 내 생산 외에도 R&D·디자인센터 설립 가능성이 거론되자 그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우선 부산 생산 차량의 북미 성공을 확인한 뒤 새로운 기회를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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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는 최근 나스닥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떨어져 상장 유지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로쉘러 CEO는 "역분할은 행정적 절차일 뿐 사업 운영에는 영향이 없다"며, "리테일 확대와 고객 만족도, 신차 출시 등 본질적 지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리테일 매출은 올해 9월까지 약 3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리의 지분 확대가 의사 결정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폴스타의 경영과 디자인 의사 결정은 스웨덴 본사가 전적으로 주도한다"며, "지배구조는 명확하고 독립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폴스타는 올해 1∼10월 한국에서 251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4% 이상 성장했다. 특히 2167대가 판매된 폴스타 4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로쉘러 CEO는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폴스타 4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디자인·성능·지속 가능성·가격 경쟁력 모두 한국 소비자와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또 이어 "볼보 서비스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한국 고객에게 큰 신뢰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에 대해 그는 "현지화를 강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내년 출시될 폴스타 5에는 SK온의 NCM 배터리가 전량 탑재된다. 기존 폴스타 2가 LG에너지솔루션·CATL, 폴스타 4가 CATL 배터리를 사용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폴스타는 내년 한국 시장에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로쉘러 CEO는 내년 주력 모델로 대형 전기 SUV '폴스타 3'와 브랜드의 플래그십 GT '폴스타 5'를 언급했다.
특히 폴스타 5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이 3.2초에 불과한 고성능과 넉넉한 실내 공간, 재활용 소재 기반의 지속 가능성 기술이 집약된 모델로 "브랜드 이미지를 격상시키는 브랜드 쉐이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로쉘러 CEO는 "폴스타의 중장기 전략을 '프리미엄 EV 브랜드'로 규정했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고성능, 지속 가능성이라는 세 축으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어 "미래지향적이고 환경을 중시하면서도 ‘펀 드라이빙’을 원하는 고객층을 공략하겠다"고 덧붙였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