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카이가 60년 동안 지켜온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조화’입니다.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것이 우카이의 철학입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10여 개의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미술관, 페이스트리 샵을 운영하는 일본 최고의 하이엔드 다이닝 브랜드 ‘우카이(UKAI)’. 정통 일본 요리와 현대적 미학을 결합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아온 우카이 그룹의 총괄 셰프 사사노 유이치로가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타마유라와의 특별한 갈라 협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우카이의 핵심을 그는 ‘조화’라는 한 단어로 압축했다. 식재료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 자연스러운 맛이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도록 이끌어주는 것. 인위적으로 손맛을 더하기보다, 재료가 스스로의 맛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철학. 지난 11월 6일부터 8일까지 타마유라에서 펼쳐지는 '타마유라 X 우카이 갈라'는 이 60년 철학을 '블랙 & 화이트'라는 강렬한 대비 속에서 풀어냈다.
이번 갈라에는 일본에서 온 한 고객이 특별한 이유로 자리를 함께했다. 현재 경영에 집중하며 직접 요리를 선보일 기회가 드문 사사노 셰프의 요리를 직접 맛보기 위해 서울을 찾은 것. 우카이의 철학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깊은 신뢰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Q. 우카이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60년간 지켜온 우카이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그것이 이번 갈라에서 어떻게 표현되나.
우카이가 60년 동안 지켜온 가장 중요한 가치는 ‘조화’이다. 서로 다른 요소가 만나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것이 우카이의 철학이다.
이번 갈라는 ‘블랙 & 화이트’를 주제로, 강렬한 대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균형의 미학을 담았다. 블랙 트러플과 화이트 트러플, 가을의 색채를 중심으로, 맛과 향, 질감의 조화를 통해 그 철학을 표현했다.
Q. “음식을 길러 사람을 길러간다”라는 우카이의 철학이 모든 레스토랑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나.
우카이는 식재료를 존중하는 데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재료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 자연스러운 맛이 가장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도록 이끈다. 인위적으로 손맛을 더하기보다, 재료가 스스로의 맛을 완성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그런 과정에서 요리는 비로소 자연의 힘과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지는 예술이 된다.
-
Q. 2014년 이경진 셰프를 처음 만나셨다고 들었다. 그를 제자로서, 그리고 동료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이경진 셰프는 내가 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함께한 다섯 명의 멤버 중 최연소 셰프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진지하고 열정적인 자세로 요리에 임하고 있다. 이제는 제자라기보다,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훌륭한 동료로서 서로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는 존재다.
Q. 3년 연속 한국에서 JW메리어트서울과 갈라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스태프들과 고객들에게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나.
한국 스태프들은 열정과 집중력이 대단하다. 요리에 대한 이해도와 디테일에 대한 감각이 높고, 고객을 대하는 마음이 따뜻하다. 또한 한국 고객들은 단순히 ‘맛’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그 점이 우카이와 아주 잘 맞아, 3년 연속 함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JW메리어트서울 호텔의 타마유라를 처음 오셨을 때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나.
타마유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여정처럼 설계되어 있다. 테판야키, 스시, 프라이빗 룸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손님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다양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우카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의 흐름’과 완벽히 맞다. 고객이 한 끼 식사 속에서 다층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
Q. 올해 갈라의 테마는 ‘블랙 & 화이트’다. 이 콘셉트를 어떻게 요리로 표현했나.
‘블랙 & 화이트’ 콘셉트는 단순히 색의 대비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조화와 균형’을 주제로 삼았다. 흑과 백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할 때 더욱 깊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요리에서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식재료가 가진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두었다.
이번 갈라 코스에서는 화이트와 블랙 트러플을 중심으로, 계절이 선사하는 식재료들을 세심하게 엮었다. 예를 들어, 알바산 화이트 트러플을 곁들인 순무 포타주에서는 순백의 순무가 가진 담백함에 깊은 향의 트러플을 더해 부드럽고 풍성한 계절감을 담았고, 블랙 트러플과 구운 순무, 소꼬리 콘소메에서는 깊이 있는 풍미와 진한 색감으로 ‘블랙’의 매력을 표현했다. 또한, 흰살생선인 백옥돔과 송이버섯, 가을 트러플을 곁들인 채끝 롤 스테이크, 블랙 트러플과 오리 소바 등 각 요리마다 콘셉트의 두 축인 블랙과 화이트가 교차하며 등장한다. 디저트에서는 화이트 트러플 향을 입힌 군고구마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해, 따뜻하면서도 향긋한 여운을 남기고자 했다.
결국 ‘블랙 & 화이트’는 단순한 색의 대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완성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갈라를 통해 손님들께 그런 조화의 아름다움을 맛으로 전하고 싶다.
Q. 이번에 진행한 갈라는 '타마유라 저니'와 '가이세키 코스' 두 가지로 구성했다. 이 두 코스의 차이점과 각각의 매력은 무엇인가. 또한 3일간 매일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
‘타마유라 저니’는 고객이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코스의 변화를 경험하는 여정형 다이닝이다. 반면 ‘가이세키 코스’는 한 공간에서 정통 가이세키의 섬세한 리듬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 3일 동안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전 스태프가 매일 식재료 상태와 조리 밸런스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마치 공연을 준비하듯 완벽한 호흡으로 임하고 있다.
Q. “전체 코스에 담긴 이야기를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이번 갈라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이번 갈라는 ‘대조 속의 조화’를 이야기한다. 검은색과 흰색, 강함과 부드러움, 뜨거움과 차가움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 속에서 새로운 균형이 태어난다. 그 흐름을 통해, 우카이와 타마유라가 함께 만들어온 3년의 신뢰를 표현하고 싶었다.
Q.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 "셰프가 스스로 고객이 됐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신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나.
요리를 구상할 때마다 항상 나 자신을 손님으로 둔다. “내가 이 요리를 맛볼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상상하며, 재료의 밸런스와 식감, 여운의 길이를 결정한다. 그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 코스가 된다.
-
Q. 일본 외에서는 유일하게 타마유라와만 독점 협업을 하고 있다. 수많은 레스토랑 중 타마유라를 선택하신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처음 한국에 올 때는 걱정이 많았다. '우카이의 철학이 과연 한국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고객들이 진심으로 공감해 줄까?' 하는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타마유라와 함께하며 그 모든 우려가 사라졌다. 이제는 한국 고객분들과도 깊은 신뢰와 교류가 생겼고, 해마다 그 관계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타마유라는 공간의 품격, 셰프의 열정, 그리고 스태프들의 단단한 팀워크가 모두 뛰어난 곳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타마유라 팀은 요리를 단순히 기술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하나의 경험’을 선사한다는 우카이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타마유라의 팀이 젊지만, 놀라울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1년, 2년, 3년을 함께하며 그들이 스스로 실력과 감각을 다듬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도 큰 기쁨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경진 셰프'가 있다. 그는 일본의 정통성을 존중하면서도, 한국의 감각으로 섬세하게 재해석할 줄 아는 셰프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팀을 진심으로 이끌어 가는 그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나도 신뢰를 가지고 3년 연속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결국 타마유라와의 협업은 단순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서로의 신념과 열정이 이어지는 ‘한 팀’으로서의 여정이라 생각한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