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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언어모델(LLM)은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의 정점에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자본과 전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수천 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이를 관리할 인력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거대 AI는 국가나 대기업 차원의 도전이지만, 개인이나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즉, 모든 나라가 자체 LLM을 만들어 경쟁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거대한 모델을 직접 ‘만드는’ 시대에서, 이미 존재하는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인이 있다.
한국은 이미 ‘K’ 브랜드로 세계적인 문화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K-POP, K-드라마, K-게임은 거대 플랫폼보다 강력한 콘텐츠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이 DNA는 AI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AI는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됐다. 누구나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음성·이미지까지 생성해 낼 수 있다. 기술의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창의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된 것이다.
유튜브가 전 세계인을 크리에이터로 만든 것처럼, AI는 이제 모든 사람을 ‘1인 창업가’로 바꾸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 챗봇이나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수개월의 개발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픈소스 모델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만으로도 고성능 챗봇, 자동화 도우미, 마케팅 에이전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AI를 활용한 개인 창업은 이미 해외에서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한 개인이 챗GPT API를 활용해 이메일 자동 응답 비서를 만들어 월 2만 달러 이상의 구독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디자이너 출신 1인이 AI로 아바타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에서는 변호사 출신 창업가가 AI 법률 요약 서비스를 개발해, 로펌 대신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법률 정보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거대한 기술력’이 아니라 ‘AI를 연결하는 아이디어’였다.
1인 벤처의 장점은 명확하다. 창업 비용이 낮고, 아이디어 검증 속도가 빠르다. AI를 활용하면 개발, 마케팅, 고객관리, 데이터 분석 등 대부분의 과정을 혼자 수행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자동화 도구를 활용하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이미 ‘서비스 형태’로 존재한다. 과거에는 수천만 원이 필요했던 시제품 개발이 이제는 몇십만 원의 구독료로 가능하다.
AI는 바로 이 점에서 ‘혁명적 도구’다. 과거의 창업이 조직과 자본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디어와 실행력 중심이다. ‘AI 1인 벤처’는 새로운 창업 패러다임의 출발점이다.
AI 1인 창업의 확산은 투자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예고한다. 과거의 벤처 투자는 소수의 벤처캐피털(VC)과 대규모 펀드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이 개인에게 투자하는 ‘1인 투자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모두의 AI, 모두의 투자’다. AI가 기술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투자 리터러시(Investment Literacy)는 자본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조각 투자, P2P 투자 플랫폼 등은 이미 그 기반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AI가 결합하면, 투자자 개개인이 창업 아이디어를 AI 분석으로 검증하고, 리스크를 정량화하며,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린다.
예를 들어, AI 기반 평가 모델은 초기 창업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빠르게 진단하고, 비즈니스 구조를 시뮬레이션해 투자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과거 벤처투자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시대를 끝내고, ‘데이터 기반의 개인 투자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다.
1인 벤처가 성장하려면 1인 투자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두 축을 연결하는 것은 투자 리터러시다. 투자 리터러시는 단순히 ‘어디에 돈을 넣을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미래 가치를 판단할지’의 문제다. AI 리터러시와 결합된 투자 리터러시는 개인에게 분석력과 창업가 정신을 동시에 심어준다.
이러한 투자 문화가 확산되면, 기업 생태계는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다양해진다. 대기업 중심의 일방적 구조에서 벗어나, 서로 투자하고 서로 성장하는 순환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 AI는 개인의 창의력을 증폭시키고, 투자 접근성을 낮추며, 경제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이제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의 시대를 넘어, 한 사람의 창의력과 실행력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시대다. 대한민국이 ‘AI 1인 창업’과 ‘1인 투자’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사회적 자본의 혁신, 경제구조의 혁신,그리고 국가 경쟁력의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AI는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모두의 기회다. 이제는 “모두의 AI, 모두의 투자”로 연결되는 새로운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다.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는 연세대 공학대학원에서 공학경영 석사와 융합기술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디지털 헬스케어연합포럼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메타버스 전문가’ 등 IT 기술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미소정보기술은 의료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멀티모달 데이터 플랫폼 ‘스마트빅’ 서비스와 병원 임상 데이터 활용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 안동욱 미소정보기술 대표이사 an08@misoinf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