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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뢰성 해커톤 ‘트라이톤’ 한 달... “어렵지만 의미있다”

기사입력 2025.11.06 13:23
참가자들 “어렵지만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과정 재미있어”
기업들 “새로운 역량 갖춘 후배 빨리 만나고 싶다” 기대
  • 지난 달 2일 열린 ‘제1회 트라이톤(Traithon)’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김동원 기자
    ▲ 지난 달 2일 열린 ‘제1회 트라이톤(Traithon)’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김동원 기자

    지난 10월 1일 시작된 국내 첫 ‘AI 신뢰성’ 해커톤 ‘트라이톤’이 한 달을 넘겼다. 대회에 참여한 전국 45개 팀 192명의 대학생·대학원생들은 생소한 개념과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낯선 영역과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대회 시작 한 달이 지난 현재 온라인 ‘AI 신뢰성’ 기초 과정 교육이 끝나고 본격적인 예선이 시작됐다. 참가 팀은 ‘AI 허브’ 데이터와 SK텔레콤 대형언어모델(LLM) ‘A.X 4.0’으로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AI 신뢰성을 위한 단계별 활동을 수행하고 필요한 산출물을 제작해야 한다.

    ◇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개척하는 청년들

    트라이톤 참가자들은 이번 해커톤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한 학생은 “솔직히 AI 신뢰성이 생소해 개념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배우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물론 기대감도 표했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분야라 대회를 완주하면 AI 기술 핵심 인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며 의지를 보였다.

    해커톤에 참여한 오신의 제주대 인공지능과 학생은 “매우 어렵지만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고, AI 신뢰성 주제가 낯설지만 그만큼 새롭고 많이 배우는 중”이라며 “남은 대회 기간 더 열심히 노력해 스스로 성장하고, 그 속에서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 채용 기회 혜택에 대한 참가자 기대는 컸다. 이승진 동아대 컴퓨터공학과 학생은 “주어진 과제가 단순 개발이 아니라 어렵지만, 딥러닝 졸업작품을 진행하며 모델 성능 향상에만 급급했던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만회하는 중”이라며 “꼭 우수한 성적으로 인턴십에 참여해 기업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역량을 키우고, 소속 기업에도 도움을 줬으면 싶다”고 말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완주에 의미를 두는 참가자도 있었다. 정지민 조선대 인공지능공학과 학생은 “짧은 시간에 문제를 쪼개고 함께 몰입해 해답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협업의 힘과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라며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개인적 성장에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트라이톤 해커톤에 참여한 학생들이 AI 신뢰성을 위한 단계별 활동을 하고 있다. /쌍크포비엘
    ▲ 트라이톤 해커톤에 참여한 학생들이 AI 신뢰성을 위한 단계별 활동을 하고 있다. /쌍크포비엘

    ◇ 업계, 새로운 역량 갖춘 후배 “빨리 만나고 싶다”

    학생들의 도전을 간절히 기다리는 곳이 있다. 바로 AI 기업 현장이다.

    이번 대회에 대한 일선 AI 기업 관심은 크다. 특히 채용 연계형 인턴십 참여 기업의 기대감이 남달랐다. 복수의 AI 기업 실무 관계자는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습득한 후배 동료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멀티모달 데이터 플랫폼 전문기업 ‘미소정보기술’ 안동욱 이사회 의장은 “기존에 채용한 AI 기술 인력이 신뢰성 역량까진 갖추지 못했는데, 이번에 트라이톤을 통해 해당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라며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전문지식과 실무 경험을 갖춘 AI 신뢰성 인재가 많이 배출되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AI 기술 기업 연구소에 다니는 김재솔(37) 씨는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 안전에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AI 신뢰성’에 대한 산업계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산업 현장에서 AI 신뢰성 전문인력 수요가 늘어나리라 예상했는데, 현재 한국의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AI 신뢰성 확보 노력은 더 많은 데이터로 훈련해 성능을 높이거나 개발을 끝내고 법적 검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거 같은데, 이는 AI 신뢰성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며 “관련 업계가 AI 신뢰성 확보에 공감하지만, 막상 현장에는 전문적으로 이를 맡아 줄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트라이톤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강연을 듣고 있다. /씽크포비엘
    ▲ 트라이톤에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강연을 듣고 있다. /씽크포비엘

    ◇ 완주만 해도 ‘첫 세대’ 전문가... AI 패권 경쟁 핵심 인재로

    트라이톤은 AI 신뢰성 문제 예방에 집중해 AI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신뢰성 입증 산출물을 평가하는 일종의 해커톤 대회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후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국제연대(TRAIN)’가 주최하는 대회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2026년 2월 시상식까지 5개월간 열린다. 본선에서 상위 6등 안에 들면 최저 52만5900원부터 최대 420만100원까지 상금을 받고, 국내 6~7개 AI 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 기회를 얻는다.

    각 AI 신뢰성 활동 결과 산출물과 팀원별 역할 분담‧이행 수준 및 협업 완성도 등을 심사위원이 평가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대회 주최 TRAIN을 운영 중인 AI 신뢰성 기술 전문기업 씽크포비엘은 “실제 AI 개발 인력이 실무 현장에서 AI 신뢰성을 확보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실습 중심 프로그램이 트라이톤”이라고 소개했다. 또 “향후 국제적으로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 신뢰성 기술이 성패를 좌우할 텐데, 실무 경험을 쌓은 이런 전문인력이 인력 갈증을 느끼는 현장의 AI 기업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씽크포비엘은 11월 중으로 AI 신뢰성 민간 자격증 등록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앞서 10월에는 시드니에서 열린 ISO/IEC SC42 총회에서 AI 신뢰성 전문인력 자격평가에 관한 국제표준이 제안됐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민간 자격증이 정식 등록되면 국내 최초로 국가 공인에 상응하는 공신력을 인정받는 만큼 더 많은 기업 수요가 생길 것”이라며 “SC42 총회에 모인 상당수 각국 전문가가 AI 신뢰성 연관 국제표준 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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