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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단순한 입출금 수단을 넘어, 자산 관리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통합형 뱅킹 서비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생활 금융 전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입출금통장과 증권계좌를 결합한 ‘모두 다 하나통장’을 출시했다. 급여 관리와 주식 거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별도의 증권계좌 이체 절차 없이 은행 계좌 잔액으로 바로 국내·미국 주식 거래가 가능하며, 급여이체와 주식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연 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사실상 하나의 계좌로 소비·급여·투자까지 관리할 수 있는 ‘생활형 통합 통장’이다.
하나은행은 특히 미성년자 주식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해,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내 아이 통장 만들기’ 기능을 통해 미성년자 명의의 ‘모두 다 하나통장’을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게 했다. 단순한 금리 경쟁이 아니라, 가족 단위의 자산 관리와 투자 경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KB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고객을 위한 통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모바일 앱인 ‘KB스타뱅킹’의 ‘계좌종합관리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 한 번의 로그인으로 개인·사업자 명의의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등록번호별 공동인증서나 별도 보안매체가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KB국민인증서 기반의 간소화된 인증 방식을 적용했다. 개인과 사업자 간의 금융 업무를 오가던 번거로움을 줄여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개편으로 ‘전체조회’ 기능도 신설돼 명의별 거래내역과 상품현황 등 주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KB국민은행은 “여러 개의 인증서와 OTP를 사용하던 불편함이 해소돼 이용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권의 디지털 전략은 단순한 기능 확장이 아니라 ‘경험의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급여이체·투자·이체·사업자 결제 등 분절된 금융 행위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마이데이터, 투자, 대출, 보험 등 각종 금융 정보가 연결되며 은행 앱이 사실상 ‘개인 자산 운영의 메인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은행이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생활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는 변화가 이제 시작됐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