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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타 플래허티 GE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韓, 미국 외 최대 엔진 운용국, 협력 확대”

기사입력 2025.11.03 14:00
한화·KAI 등과 협업… 수리온·KF-21에도 탑재
안전과 신뢰 앞세워 글로벌 항공우주 생태계 확장
기술 혁신 위한 투자 지속… 매년 27억달러 투자
  • 리타 플래허티(Rita Flaherty) GE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D&S) 사업부 군수사업 총괄(부사장)은 “한국은 GE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공급망 중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 리타 플래허티(Rita Flaherty) GE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D&S) 사업부 군수사업 총괄(부사장)은 “한국은 GE에어로스페이스의 글로벌 공급망 중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한국은 미국 이외에 국가 중 가장 많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을 운용하는 나라이자 우리의 글로벌 공급망 중 가장 중요한 나라입니다.”

    리타 플래허티(Rita Flaherty) GE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D&S) 사업부 세일즈 및 사업개발 총괄(부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 이하 아덱스)’ 현장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플래허티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약 1500대 이상의 군용 엔진과 500대의 상용기 엔진을 운용하고 있다.

  •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에서 리타 플래허티(Rita Flaherty) GE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D&S) 사업부 군수사업 총괄(부사장)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GE에어로스페이스
    ▲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에서 리타 플래허티(Rita Flaherty) GE에어로스페이스 디펜스&시스템즈(D&S) 사업부 군수사업 총괄(부사장)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GE에어로스페이스

    ◇ “韓 기업과의 파트너십 이어갈 것”

    GE에어로스페이스는 전 세계 항공 엔진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다. 그동안 약 4만9000대의 민간 항공기 엔진과 2만9000대의 군용 엔진을 공급했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며 “대한민국 공군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 전반과의 오랜 파트너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은 항공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F-15K, KF-21, T-50, FA-50 같은 전투기와 훈련기는 물론 해군 함정에도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은 하늘과 바다 모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깊게 협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밖에서 F414 엔진을 최초로 라이센스 생산하는 기업이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리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공급업체”라며 “군용 엔진뿐 아니라 민간 엔진 분야에서도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번 ADEX 기간 중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정용 가스터빈 패키지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수리온 헬기와 고등훈련용 항공기 T-50, 경전투기 FA-50 골든이글에 탑재되는 T700 및 F404 엔진 키트 추가 공급 계약도 맺었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현재까지 70개 이상의 한국 대기업·중소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한국 기업으로부터 약 1억3000만달러(1862억5100만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KAI가 자체 개발한 다목적헬리콥터 수리온과 주 개발사로 참여한 KF-21에도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이 탑재된다. 수리온 헬리콥터에는 T700 엔진이, KF-21 보라매에는 F414 엔진이 탑재됐다. KAI는 GE 계열사인 아비오에어로(Avio Aero)와 함께 수리온의 메인기어박스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 GE에어로스페이스의 3스트림 아키텍처가 적용된 엔진 XA100 엔진 렌더링 이미지. GE에어로스페이스는 이 렌더링 이미지를 통해 각 공기흐름(Stream)이 엔진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 GE에어로스페이스의 3스트림 아키텍처가 적용된 엔진 XA100 엔진 렌더링 이미지. GE에어로스페이스는 이 렌더링 이미지를 통해 각 공기흐름(Stream)이 엔진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 “기술 혁신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GE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적응형 사이클 엔진(Adaptive Cycle Engine)은 미래 항공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이 엔진은 순항 중에는 연료 효율을 높이고, 기동이 필요한 순간에는 강력한 출력을 낸다”며 “상황에 따라 최적의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공기 흐름(Third Stream)을 추가한 아키텍처를 통해 엔진 냉각과 열관리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보통 항공기의 엔진은 두 가지 공기흐름을 가진다. 팬을 지나 엔진 외곽으로 우회하는 첫 번째 흐름(First Stream)과 ‘압축기→연소기→터빈’으로 불리는 두 번째 흐름(Second Stream)이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엔진에 조절 가능한 바이패스 통로를 도입해 연료 효율성과 냉각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엔진은 훨씬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열 효율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이 기술은 미래 항공기 적용에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소재(CMC) 같은 첨단 소재 기술에도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최신 엔진은 극한의 고온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내열 소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더 긴 항속 거리, 낮은 연료 소비, 강력한 추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안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탑승할 항공기가 GE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항공기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며 “우리의 모든 운영 방침은 안전, 품질, 납기, 비용 순이며, 이 순위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개발은 가능할까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을 추진을 계획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엔진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양산 목표 시점인 2030년대 중반까지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나온 해법은 파트너십이었다.

    한국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대해 플래허티 부사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엔진은 항공기에서 가장 복잡하고 까다로운 핵심 기술”이라며 “GE는 100년 넘게 제트 엔진을 개발해온 역사를 통해 그 어려움과 리스크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매년 기술 혁신을 위해 27억달러(3조865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10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정도 규모를 투자하는 것은 엔진 개발이 그만큼 도전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엔진 개발에는 보통 8~10년이 걸리며, 많은 비용과 시간, 리스크가 따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트너십을 통한 개발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한국 정부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결정을 하시든 우리는 언제든 파트너로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아덱스 2025를 통해 많은 파트너십 논의도 오갔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이번 아덱스 2025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과의 협력 확대 요청을 받았다”며 “중소기업들이 혁신과 제조 역량, 새로운 아이디어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중소기업들과의 협력 미래도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

    아이티사이언스와 체결한 항공기 실시간 건전성 진단 시스템(HUMS) 협약도 그 일환이다. 플래허티 부사장은 “AI와 디지털 기술이 설계, 제조, 예측 유지보수 등 전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막 표면을 긁기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FA-50은 이미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며 “한국 기술과 제품의 수출 기회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고숙련 인력과 강력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70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룬 한국은 엔진 개발의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점점 더 한국의 기술과 제품이 수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공을 기대하고 동맹국으로서의 좋은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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