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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노후자산이 되다… 생보사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 도입

기사입력 2025.10.30 15:55
종신보험, ‘보장 상품’에서 ‘노후자산’으로 기능 확장
사망 후가 아닌 생전에도… 보험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사망 후에만 지급되던 보험금이 생전에도 활용 가능한 ‘노후자금’으로 바뀐다. 금융위원회와 생명보험업계가 추진해 온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가 30일(오늘) 공식 시행되면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는 종신보험의 사망보장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생전에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미리 받을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1차로는 한화생명·삼성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가 참여했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대상 계약은 약 41만 4천건, 가입금액 23조 1천억원 규모다. 내년 1월 2일까지 전 생명보험사로 확대돼 총 75만9천건, 35조4천억 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서비스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생명보험 자산의 노후자금화’ 정책의 첫 결실로, 업계는 보험이 단순 보장을 넘어 노후자산 운용 수단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청 자격은 만 55세 이상이며, 소득이나 재산 요건은 없다. 다만 보험료 납입이 완료된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으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고 보험계약대출이 없으며 사망보험금이 9억 원 이하인 계약만 해당한다.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삼는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수령 금액이 커지는 구조다.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이내, 기간은 최소 2년 이상으로 연 단위 설정이 가능하다. 일시금 형태는 불가하며 현재는 연 지급형만 운영되지만, 향후 월 지급형과 현물(서비스형) 지급 방식도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평생 지켜온 사망보장을 유지하면서도 그 가치를 생전의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라며, “고객의 다양한 노후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종신보험은 ‘끝까지 가져가야만 의미가 있는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평생 쌓아온 보장의 가치를 생전에도 꺼내 쓸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망 후 지급되는 보험금보다 생전 활용 가능한 자산형 보험에 대한 수요가 늘며 생긴 변화다. 이제 보험은 ‘누군가를 위한 보장’을 넘어, 스스로의 노후를 설계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자산관리 수단이자 생애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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