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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펨테크가 저출산 뚫는다… “성공률 10%만 높여도 1만 명 출생”

기사입력 2025.10.30 13:35
난임치료 AI 도입시 성공률 2배↑… “연 1만명 출생 증가 효과”
글로벌 펨테크 시장 연 17% 성장, 한국은 ‘투자·지원 미흡’ 지적
의료취약지 격차 심각 “원격협진·디지털 헬스로 불평등 해소해야”
  • 30일 국회에서  ‘의료취약지역 건강불평등 해소와 펨테크 의료혁신’ 토론회가 열렸다. /김동원 기자
    ▲ 30일 국회에서 ‘의료취약지역 건강불평등 해소와 펨테크 의료혁신’ 토론회가 열렸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으로 난임치료 성공률을 10%만 높여도 연간 1만 명 이상의 아기가 더 태어날 수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0.75명, 세계 최저 출산율에 허덕이는 한국에 AI 기반 펨테크(여성 건강관리 기술)가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됐다. 

    30일 국회에서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주관으로 열린 ‘의료취약지역 건강불평등 해소와 펨테크 의료혁신’ 토론회에선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고, 전체 출생아의 11%가 난임 시술로 태어나는 상황에서 AI 펨테크가 저출산 극복의 현실적 해법으로 소개됐다. 현재 30%대에 불과한 난임치료 성공률을 AI 도입으로 7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 AI 펨테크, 저출산 돌파구로 부상

    이준영 차헬스케어 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AI 시대의 펨테크 : 저출산 극복과 산업 육성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AI를 통해 난임치료 성공률을 10%만 높여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1만 명 이상의 아기가 더 태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저출산 상황은 심각하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전체 출생아 중 약 11%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나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그 비율이 16%에 달한다. 5명 중 1명은 난임치료로 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난임치료 수요는 폭증하는데 성공률은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난임 환자 수는 31% 증가했고 진료비는 112%나 급증했다. 현재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고 있으며, 35세 이후 고령 임신 여성은 3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한다. 그러나 인공수정 성공률은 18.9%, 체외수정은 32.8%에 그친다.

    이 본부장은 “현재 난임치료는 전문의와 배아학자의 숙련도에 따라 성공률 편차가 최대 60~90%까지 발생한다”며 “AI는 수만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건강한 배아를 선별하고, 환자 개개인 특성에 맞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 시술 성공률을 현재 30%대에서 70%대까지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준영 차헬스케어 본부장은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펨테크 분야는 다른 만성질환 분야보다 지원이 적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미래 세대를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이준영 차헬스케어 본부장은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펨테크 분야는 다른 만성질환 분야보다 지원이 적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미래 세대를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글로벌 펨테크 시장 급성장… 한국은 지원 미흡

    글로벌 펨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293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에는 973억 달러로 연평균 17.4% 성장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2021년 “펨테크가 헬스케어 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난임 분야 AI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난임 전문의의 AI 활용 비율은 2022년 24.8%에서 2025년 53.2%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83.6%가 향후 5년 이내 AI를 도입하거나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AI 도입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이 본부장 발표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배아학자의 임신 가능성 예측 정확도는 38%에서 50%로 12%포인트 개선됐다. 주니어 배아학자는 AI 활용 전 37%에서 활용 후 52%로, 시니어 배아학자도 40%에서 50%로 진단 정확도가 향상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캐나다 퍼틸리티는 AI로 난자 품질을 평가하고, 호주 라이프위스퍼는 배아 이미지 분석으로 착상 성공률을 예측한다. 미국 얼라이트헬스는 난소 자극부터 배아 관찰, 환자 소통까지 난임치료 전 과정을 AI 플랫폼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18년간 체외수정에 실패했던 난임 부부가 AI 기반 정자 선별 시스템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해당 남성은 정상인보다 정자 수가 1000만 분의 1에 불과했지만, AI가 800만 건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해 생식력 있는 정자를 찾아냈다.

    그러나 한국의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정부가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펨테크 분야는 다른 만성질환 분야보다 지원이 적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미래 세대를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의료 불평등 해소에도 디지털 헬스 필수

    의료취약지역의 건강 불평등 문제도 디지털 헬스케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희경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은 ‘의료취약, 복지를 넘은 경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의료 취약은 단순히 병원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범위와 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희경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은 “의료 취약은 단순히 병원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범위와 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기자
    ▲ 정희경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은 “의료 취약은 단순히 병원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범위와 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기자

    실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필수의료 전문의 수는 인구 1000명당 1.86명 대 0.45명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광역시조차 서울·경기 대비 필수의료 전문의가 6~10배 부족한 실정이다.

    접근성 부족보다 더 큰 문제도 존재한다. 정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농촌 주민들의 불만은 물리적 접근성보다 ‘서비스 범위’와 ‘질’에 집중돼 있다. 그는 “외래 진료 횟수는 전국 평균 이상이지만, 응급·전문 치료 등 특정 분야 서비스가 부족해 만족도가 낮다”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해법으로 원격협진, AI·IoT 기반 건강관리 등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시했다. 현재 61개 시군구에서 원격협진이 운영 중이며, 응급 원격협진 네트워크와 AI 기반 영상판독 시스템도 확대되고 있다. 그는 “물적·인적 자원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제도·정책·기술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펨테크 산업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펨테크 산업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K헬스케어 웰다잉포럼 공동대표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암을 제외한 여성 대상 의료 연구개발 비중이 전체의 1%에 불과하다”며 “펨테크 산업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동대표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보건복지부·과기부·산업부 3개 부처가 협력해야 할 과제”라며 “예산 반영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보건복지부·과기부·산업부 3개 부처가 협력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보건복지부·과기부·산업부 3개 부처가 협력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동원 기자
    신기준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회장은 “저출산은 단순 복지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인구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이슈”라며 “펨테크는 여성 건강권 보장과 저출산 해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산업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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