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서울 북촌에 위치한 고택 휘겸재이 캘리포니아의 감성과 향으로 물들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서울시와 함께 연 ‘캘리포니아 X 서울: 맛의 여정(Flavors on the Road)’ 행사는 2025 서울미식주간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미식과 여행이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교류를 보여주었다.
-
이번 행사는 캘리포니아 관광청의 글로벌 로드트립 캠페인 ‘Playful Journeys(즐거운 여정)’의 일환으로, 미식을 매개로 ‘여행의 즐거움’을 다층적으로 해석한 자리였다.
캘리포니아 관광청 캐롤린 베테타(Caroline Beteta) 청장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요리와 문화가 서로 뗄 수 없을 만큼 깊이 연결되어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미식 도시로 인정받는 서울과 협력하게 되어 자랑스럽고, 이번 협업을 통해 여행객들이 캘리포니아의 풍부한 맛, 혁신적인 다이닝 문화, 그리고 따뜻한 환대의 정신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오전에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클럽 캘리포니아(Club California)’ 세미나에서는 디즈니랜드 리조트, 어바인, 몬터레이, 산타크루즈,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팜스프링스 등 캘리포니아 7개 지역 관광청 관계자들이 직접 최신 여행 트렌드와 현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디즈니랜드 리조트 관계자는 “디즈니랜드 리조트 70주년을 기념해 리조트 전체가 새로워졌다”라며, 새로운 ‘어벤져스 캠퍼스’와 ‘픽사 플레이존’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을 위한 콘텐츠를 소개했다.
이어 어바인 관광청은 도심형 자연 여행지를 테마로 한 콘텐츠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의 중심에서 가장 조용한 도시”라는 설명처럼 골프, 자전거, 피크닉이 가능한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와 현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로컬 미식 투어 루트를 새롭게 제안했다.
샌디에이고 관광청 관계자는 “2025년은 샌디에이고의 해양문화가 재조명되는 해”라며 ‘오션프론트 워터프론트 개발 프로젝트’와 함께 패밀리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수족관·해양 스포츠 코스를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 가족 단위 자유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샌디에이고가 그 대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발표에서는 미식과 예술을 결합한 도시 캠페인이 눈길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레스토랑보다 셰프의 철학으로 기억되는 도시”라며 새로운 ‘샌프란시스코 셰프 위크’ 개최 계획을 공개했다.
-
세미나는 관광지 소개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이 OX 퀴즈 형식의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어, 자연스럽게 캘리포니아의 지역별 특색을 익히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
오후 세션의 하이라이트는 ‘포핸즈 다이닝(4 Hands Dining)’이었다. 캘리포니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알렌’의 서현민 셰프와 서울의 미식공간 ‘소설한남’의 엄태철 셰프가 함께 꾸민 테이블은 서울과 캘리포니아가 가진 감각적 코드를 정교하게 엮어냈다.
서현민 셰프는 “캘리포니아의 풍미는 다양성에서 온다”며 로컬 식재료의 개성을 살린 플레이팅을 선보였고, 엄태철 셰프는 “한식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여행의 감각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두 레스토랑이 함께 2025 서울미식 100선에 선정된 만큼, 이번 협업은 미식을 통한 문화 교류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가 큐레이션한 와인 페어링이 더해지며 ‘맛의 여정’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구현됐다.
-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내세운 슬로건 ‘모두의 놀이터(Playground for All)’는 행사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문화재인 휘겸재 내부에서는 슬리퍼 착용이 필수인 점을 반영해 ‘나만의 슬리퍼 꾸미기’ 체험, 와인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즐기는 ‘캘리포니아 스쿱 앤 십(Scroop & Sip)’ 등 감각적인 프로그램들이 여행을 ‘참여의 경험’으로 확장했다.
-
이어진 ‘캘리포니아 스쿱 앤 십(Scroop & Sip)’ 프로그램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과 아이스크림의 이색 페어링이 소개됐다.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의 공식 소믈리에 앰배서더인 신동혁(와인바 레꼬빵 대표), 홍광현(유어쏨 대표) 소믈리에가 각각의 조합에 대해 설명하며, 달콤함과 산미가 어우러진 캘리포니아의 섬세한 풍미를 전했다.
서울과 캘리포니아가 미식으로 마주한 이번 행사는 ‘맛’이라는 언어로 세계 여행의 방향성을 다시 쓰고 있었다. 이제 여행은 단지 목적지를 찾는 행위가 아니라, 그 여정에서 사람과 문화를 이어주는 감각의 대화가 되고 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