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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V홈쇼핑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시청률 하락과 라이브커머스 급성장, 송출수수료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규제는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승인 제도 개선과 질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TV홈쇼핑 전체 매출은 2020년 5조8000억 원에서 2024년 5조5724억 원으로 감소했다. 방송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52.5%에서 47.4%로 낮아졌다.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중심 소비 환경 확산, 라이브커머스의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산업 전반이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2023년 약 3조 원 규모에서 5년 뒤 2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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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은 전파라는 공공재를 활용하는 방송사업으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승인을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통상 5~7년마다 이뤄지며, 과거 시청률이 높던 시절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엔 업계의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사의 총 영업이익은 3888억 원으로, 2009년(4501억 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재승인 심사 기준은 여전히 과거 기준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심사에서는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 정액수수료 비율 등 조건이 사업자별로 달리 부과된다. 이에 대해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승인 시점마다 조건이 달라 일관성이 떨어지고, 동일 산업 내 경쟁이 불공정해지는 구조”라며 “심사 기준 통일과 예측 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출수수료 역시 TV홈쇼핑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홈쇼핑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비율은 2020년 54.1%에서 2023년 73.3%로 증가했다(한국TV홈쇼핑협회 자료). 조 교수는 “급증하는 송출수수료와 낮아지는 판매수수료율이 겹쳐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TV홈쇼핑이 단순 유통 채널을 넘어 지역 중소기업과 농축산물 판로 확대 등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산업 진흥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승인 조건을 통일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사업자가 콘텐츠 기획력과 서비스 품질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방향도 양적 의무 중심에서 질적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단순히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을 높이는 대신, 광고·PPL 제작 지원, 무료 방송 시간 제공, 콘텐츠 제작비 지원 등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 편성 비율이 아닌, 중소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판로 확대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출범했으나, 구체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방통위는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규제 완화, 중소기업 전용 채널 신설, 송출수수료 상생 방안 등을 포함한 정책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과 질적 지원이 병행될 때 TV홈쇼핑 산업은 시장 자율성과 경쟁력을 함께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