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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와 음악을 넘어 패션, 뷰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이러한 흐름은 차별화된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K-브랜드의 주요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성장 배경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 소주가 해외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바(Bar)와 유럽 주요 박람회, 동남아 팝업스토어까지 진출 영역이 가파르게 확대되며,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K-소주’는 현지의 음주 문화와 소비 경험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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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는 과일 리큐르부터 정통 소주 브랜드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정비하며,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 현지 입맛 공략… 과일 리큐르에서 시작된 글로벌 확산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소비자가 소주의 쓴맛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한 과일 리큐르 순하리를 글로벌 공략의 선봉에 세웠다. 이후 처음처럼, 새로로 대표되는 정통 소주 라인업까지 수출을 본격화하며, 현재 미국과 동남아, 유럽 등 약 4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순하리는 유자, 복숭아, 블루베리, 사과, 딸기, 요구르트, 애플망고 등 총 9종의 다양한 맛으로 구성되어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에 대응해 왔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노력으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과일소주 수출액을 연평균 약 20% 성장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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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상반기 소주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432억원을 기록하며 ‘K-소주’의 글로벌 확산이 초기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이 같은 성과는 북미 시장에서 교민 위주의 판매를 넘어 현지 소비자를 직접 고객층으로 끌어올린 결과로 평가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과일 소주 인기 요인에 대해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와 더불어 국내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종인 소주 또한 점차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순하리 판매 채널은 약 2만3000곳으로 확대돼 2023년 말 2700곳 대비 8배 이상 증가했으며, 판매 지역 또한 26개 주에서 48개 주로 넓어져 사실상 전국 유통망 구축을 완료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현지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애플망고, 자두, 리치 등 지역 특화 제품을 개발하며, ‘처음 접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주’라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차별화 포인트는 단순 판매가 아닌, 소비자 경험 확산과 체험형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 체험 마케팅과 글로벌 박람회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29일부터 2024년 1월 11일까지 베트남 호찌민 부이비엔 거리에서 운영된 새로 팝업스토어는 구미호 콘셉트의 캐릭터 새로구미를 활용해 시음, 칵테일 체험, 포토존, 게임 등을 결합한 체류형 경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현지 소비자들은 세련된 병 디자인과 트렌디한 브랜드 세계관에 높은 호응을 보이며, 소주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친밀도 강화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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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새로 론칭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현지 유명 클럽과 협업해 소비자가 직접 소주 칵테일을 제조해 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러한 이벤트는 단순 홍보가 아닌, 현지 생활·문화 속에서 브랜드가 체감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박람회 참가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4년 프랑스 시알 파리(SIAL Paris)에서 새로와 밀키스 제로를 출품해 제로 슈거 트렌드를 반영한 점을 인정받으며 SIAL 혁신상 셀렉션에 선정됐다. 또한 2025년 태국 ‘타이펙스(TIFEX)’에서는 칵테일 쇼케이스를 선보이며 해외 바이어와 소비자의 직접 체험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 글로벌 주류 카테고리로 도약…연 매출 5조5000억 목표
롯데칠성음료는 과거에는 동남아 한인타운 등 교민들을 상대로 한 시장을 공략했다면, 현재는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과 현지의 로컬 마켓을 공략해, 보다 소비자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주를 위스키·보드카·사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글로벌 주류 카테고리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9월 20일을 ‘소주의 날’로 공식 지정하는 등 제도적 차원의 인지도 확대도 확인되고 있다. 이를 기념한 행사에서 롯데칠성음료는 순하리·처음처럼·새로를 선보이며 시음회를 진행했고, “현지 소비자가 소주 문화를 직접 즐기고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8년까지 연 매출 5조5000억원, 글로벌 매출 비중 45%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향후 필리핀펩시(PCPPI)와 연계한 현지 생산·유통 체계 구축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소주 수출국을 확대하고 한국 소주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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