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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피트니스 중심 브랜드 가민(Garmin)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휴대형심전도분석소프트웨어(ECG 앱) 허가를 받고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애플에 이어 주요 글로벌 웨어러블 3사가 모두 ECG(심전도) 기능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인증받은 시장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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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코리아는 27일, 식약처 허가를 받은 ECG APP(심전도 앱)를 국내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앱은 사용자가 스마트워치를 통해 심전도 리듬을 측정하고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을 감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가민 커넥트(Garmin Connect) 앱에 자동 저장되며, PDF 리포트 형태로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 이 앱은 식약처 의료기기 광고심의필(52025-ET1-37-8455)을 획득했다.
지원 기종은 ▲포러너 970 ▲피닉스 8·7 프로 시리즈 ▲에픽스 프로 ▲택틱스 8·7 시리즈 ▲쿼틱스 8·7 시리즈 ▲엔듀로 3 ▲베뉴 4 시리즈 등이다. 사용자는 시계 측면의 메탈 링에 손가락을 대면 즉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결과는 워치와 앱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가민은 “ECG 앱은 질환의 진단 도구가 아니며, 이상이 감지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삼성·애플 이어 가민까지… ‘앱 단위 의료기기화’ 흐름 가속
삼성전자는 2020년 5월 ‘삼성 헬스 모니터’ 앱의 ECG 기능으로, 애플은 같은 해 8월 ‘애플워치 ECG 앱’으로 각각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가민은 2025년 10월 피트니스 중심 브랜드 중 처음으로 ECG 앱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 등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기기 전체의 의료기기화’보다는 ‘앱 단위의 의료기기 확장’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심전도 기능을 중심으로 피트니스용 스마트워치가 의료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도기적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24일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 및 인공지능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디지털의료제품법)’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에 대한 인허가 기준과 관리 체계를 명문화했다. 이 법 시행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보다 명확한 절차로 등록·확장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웨어러블 시장, 의료데이터 중심으로 재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헬스·피트니스 기능을 포함한 국내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1억 달러에서 2030년 5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 등 의료기기 인증 기능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 건강관리 기기에서 의료데이터 플랫폼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특히 ECG 기능은 실시간 모니터링 데이터를 병원 전자의무기록(EMR)이나 클라우드 기반 분석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인프라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단일 채널 방식의 웨어러블 ECG는 조기 감지에는 유용하지만, 다채널 심전도에 비해 신호 왜곡 및 오진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AI 기반 자동 판독의 임상 신뢰성 확보, 개인 건강 정보 보호 및 소비자 오남용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가민 역시 사용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ECG 앱은 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대체할 수 없으며, 측정 결과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