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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World Stroke Day)’이다. 세계뇌졸중기구(WSO)가 뇌졸중의 예방과 치료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뇌졸중은 2023년 기준 국내 사망 원인 4위(통계청)로,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심각한 후유장해를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며 나이와 관계없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뇌졸중은 나이보다 생활 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흡연, 과음, 비만, 고혈압, 심방세동 같은 요인이 젊은 층의 발병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히거나 터진 혈관이 뇌세포를 손상해 발생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 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동맥경화가 주요 원인이다.
반면 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 은 20% 정도로, 고혈압이나 동맥류 파열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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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이나 판막 질환 같은 심장질환도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심장 안쪽 벽에 혈전이 생긴 뒤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은 60대 2.6배, 70대 3.3배, 80대 4.5배로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웃손발’로 빠르게 확인…4.5시간이 생사 가른다
뇌졸중 치료의 핵심은 시간이다. 뇌경색의 경우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면 손상된 뇌세포의 회복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의 조기 인식을 돕기 위해 한국형 식별법 ‘이웃손발’ 을 제시하고 있다.
▲ ‘이~’는 웃을 때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 ‘손~’은 두 팔을 들었을 때 한쪽 팔이 내려가거나 힘이 빠지는지 살펴본다.
▲ ‘발~’은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꼬이지 않는지를 확인한다.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다면 뇌졸중 가능성을 의심하고 즉시 119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MRI나 CT 등 영상 검사를 통해 급성 뇌경색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혈전용해제 투여나 혈관 내 시술을 신속히 진행한다.
젊은 층 증가하는 뇌졸중, 생활 습관 관리가 핵심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경우 만성질환 외에도 과로, 불규칙한 수면, 스트레스 등이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에너지음료의 과다 섭취나 잦은 야근, 불규칙한 식습관은 혈압 상승을 유발해 뇌혈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 변화로 젊은 층의 비만율과 고혈압 진단율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뇌졸중은 꾸준한 관리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금연과 절주(하루 두 잔 이하), 적정 체중 유지, 주 3회 이상 30분 운동, 저염식 식단, 스트레스 관리, 만성질환의 적극적 치료, 혈압·콜레스테롤 수치 관리 등을 기본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권 교수는 “뇌졸중은 단 한 번의 방심으로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며 “젊은 층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작은 징후에도 즉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