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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가 미국 시장에서 체험 기반 전략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SNS 후기와 직접 사용 경험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 미국 Z세대 소비 패턴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채널을 넘어 대학가 현장 중심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더모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는 미국 18개 대학을 순회하는 체험 팝업 투어를 통해 맞춤형 스킨케어 문화를 전파하며 K뷰티 저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홍보가 아닌 문화 접점 전략으로,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 美 캠퍼스 공략 강화…팝업스토어로 Z세대 접점 확대
닥터지는 9월부터 샌디에이고주립대(SDSU), UC샌디에이고(UCSD),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튼(CSUF) 등 미국 서부 18개 캠퍼스를 순회하고 있다. SDSU 팝업 부스를 찾은 한 학생은 “틱톡에서 본 제품을 직접 써보고 싶어 방문했다”며 “체험을 통해 한국 스킨케어가 왜 인기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피부과학 기반 피부 진단과 성분 중심 스킨케어 루틴이 핵심 체험 콘텐츠로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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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UCSD에서는 방문객이 1000명을 넘었고, 9월 5일 열린 풀러튼 팝업에는 8시간 동안 2000명 가까운 학생이 몰렸다. 10월 초까지 9개 캠퍼스 누적 방문자는 7000명 이상이다. 닥터지 관계자는 “온라인 노출이 현장 체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붐빈 공간은 AI 기반 피부 진단 서비스 ‘옵티미’ 체험존이었다. 피부 유·수분 균형과 민감도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체류 시간이 길었고, 유형별 샘플 키트는 준비 물량 대부분이 조기 소진됐다. 강한 일조량 탓에 선케어 라인과 진정 라인(레드 블레미쉬·히알 시카)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안정은 고운세상코스메틱 인터내셔널 디비전 부문장은 “퍼스널 컬러, 피부 유형 분석 등 한국 내 체험 명소에서 인기를 끄는 요소를 미국 Z세대가 현지에서 경험하도록 부스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에 따르면 미국 Z세대는 K뷰티 소비자의 33%를 차지한다. 이들은 먼저 SNS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온라인 후기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체험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친다. 만족도가 높을 경우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소비 흐름이 뚜렷하다. 닥터지가 유통 채널보다 캠퍼스를 우선 전략으로 선택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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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부문장은 “이번 투어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제품 체험을 넘어, K뷰티의 ‘고객 피부 건강 개선’ 철학과 한국 더모코스메틱 전문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한 캠퍼스 내 일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부스 스태프로 참여하며, K뷰티 문화 전도사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닥터지가 미국 대학 캠퍼스를 제품 판매처가 아닌 K뷰티 문화 확산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FDA 등록·아마존 론칭…현장 데이터 기반으로 전략 확장
닥터지는 캠퍼스 투어와 동시에 유통 기반도 넓히고 있다. 선케어 3종은 미국 FDA OTC(Over-The-Counter Drug) 등록을 마쳤고, 이달 아마존 공식 론칭을 진행한다. 회사는 팝업 투어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제품 기획, 마케팅 메시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반영해 미국 Z세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안정은 고운세상코스메틱 인터내셔널 디비전 부문장은 “Z세대가 어떤 피부 고민을 갖고 있고, 테스트 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단기 판매보다는 브랜드 신뢰 형성을 우선하고, 경험 기반 전략을 구체화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