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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교모세포종과 다른 소아 뇌종양, WHO 새 기준으로 달라졌다

기사입력 2025.10.24 10:44
  •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소아 악성 뇌종양을 최신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재분류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존 진단명과 다른 ‘소아 고등급 교종(pediatric-type high-grade glioma, pHGG)’으로 새롭게 정의됐다. 성인 교모세포종과는 유전적·임상적으로 전혀 다른 독립 질환군임을 국내 환자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김주환 교수, 병리과 박성혜 교수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수술받고 과거 교모세포종, 역형성 성상세포종, 원시신경외배엽종양 등으로 진단된 소아 환자 78명의 뇌종양 조직을 WHO 중추신경계 종양 분류 5판(WHO CNS5) 기준에 따라 재분류했다고 24일 밝혔다.

  • WHO CNS5 기준에 따른 소아 악성 뇌종양 재분류 결과. 과거 교모세포종(GBM), 원시신경외배엽종양(PNET) 등으로 진단된 환자 78명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재분류됐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WHO CNS5 기준에 따른 소아 악성 뇌종양 재분류 결과. 과거 교모세포종(GBM), 원시신경외배엽종양(PNET) 등으로 진단된 환자 78명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재분류됐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그 결과, 78명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WHO CNS5는 기존의 교모세포종, 원시신경외배엽종양 등의 진단명을 삭제하고, ▲H3 K27 변이 정중선 교종(DMG-H3K27) ▲H3 G34 변이 반구 교종(DHG-H3G34) ▲H3/IDH 야생형 소아 광범위 고등급 교종(DpHGG-H3wt/IDHwt)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의 4가지 분자 아형으로 구분한다. 이번 연구는 국제적으로 제시된 WHO CNS5 분류를 국내 환자군에 적용해 실증한 첫 대규모 분석이다.

    연구팀은 재분류된 환자 41명과 WHO CNS5 기준으로 새로 진단된 pHGG 환자 20명을 더해 총 61명의 임상·유전 정보를 비교·분석했다. 유전자 분석이 가능했던 48명 중 34명(70.8%)에서 TP53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으며, 특히 H3/IDH 야생형 아형 환자의 절반(50%)은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1형, 유전성 불일치복구결핍증후군 등 암소인 증후군(cancer predisposition syndrome, CPS)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후 분석에서는 아형별 생존율 차이가 명확했다.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 환자의 2년 생존율은 92.3%, 5년 생존율은 73.8%로 다른 아형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p<0.0001). 또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한 환자군은 비전절제 환자군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영아기 발병 특성과 예후를 고려할 때, 환자 상태와 수술 범위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소아 고등급 교종 환자 생존 분석 결과. (A)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은 다른 아형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2년 생존율 92.3%, 5년 생존율 73.8%).
(B) 수술 전절제(GTR) 환자군이 비전절제(non-GTR) 환자군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p<0.0001).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소아 고등급 교종 환자 생존 분석 결과. (A)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은 다른 아형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2년 생존율 92.3%, 5년 생존율 73.8%). (B) 수술 전절제(GTR) 환자군이 비전절제(non-GTR) 환자군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았다(p<0.0001).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김승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거 소아 교모세포종으로 진단된 환자들의 병리 조직을 분자 수준에서 재분석해, 소아 고등급 교종의 정확한 분류와 예후를 규명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개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종양학 어드밴스(Neuro-Oncology Advance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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