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동화로 초보 엔지니어도 전문가처럼 설계
수백 개 전원 레일 관리… 모든 산업 분야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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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로그디바이스(ADI)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복잡한 전원 시스템 설계를 자동화하는 통합 플랫폼 ‘파워 스튜디오(Power Studio)’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설계 요구사항만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부품을 추천하고 1초 이내에 시뮬레이션을 완료한다.
밥 레이(Robert Reay) ADI 멀티마켓 파워 그룹 부사장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기반 자동화 기능을 통해 설계를 잘 모르는 엔지니어도 빠르게 최적 솔루션에 도달할 수 있다”며 “보드 재작업과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툴은 무료로 제공된다.
파워 스튜디오는 ADI가 리니어 테크놀로지와 맥심 인수 후 흩어져 있던 설계 툴들을 통합한 결과물이다. 과거에는 리니어 부품은 LTC 툴, 맥심 부품은 EE-Sim 툴을 따로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9개 이상의 기존 툴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됐다. 웹 기반으로 전환해 여러 엔지니어가 동시에 접근하고 협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AI가 부품 선택부터 시뮬레이션까지 자동화
파워 스튜디오의 핵심은 AI 기반 자동화다. 엔지니어가 입력 전압, 출력 전압, 전류 등 기본 요구사항을 입력하고 보드 크기 최소화, 자동차용, 저비용 등 설계 목표를 추가하면, AI가 ADI의 모든 부품을 분석해 최적 조합을 추천한다. 1초 이내에 효율성, 전력 손실, 부하 응답 특성 등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공한다.
레이 부사장은 ADI 파워 스튜디오에 적용된 AI 기능이 궁금하다는 본 기자의 질문에 “설계 요구사항을 보고 최적 솔루션과 모든 부품값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AI 루틴을 적용했다”며 “현재도 많은 AI 작업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AI 기능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답했다.
경쟁사 대비 장점에 대해서는 “경쟁사들도 좋은 툴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은 설계를 잘 몰라도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돕는 AI 기능과 LTspice라는 업계 표준 시뮬레이션, PowerAnalyzer 같은 하드웨어 측정 툴과 시뮬레이션 비교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이 툴은 실무적으로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 지식이 부족한 엔지니어도 부품 선택부터 성능 검증까지 자동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설계 초기 단계에서 치명적 오류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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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백 개 전원 레일 관리… 데이터센터부터 웨어러블까지
레이 부사장에 따르면, 파워 스튜디오가 필요한 이유는 현대 전자기기의 전원 시스템 복잡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과거 배터리 하나로 작동하던 단순한 기기와 달리, 현재 데이터센터나 AI 서버는 수백 개의 독립적인 전압선(전원 레일)이 필요하다. 각 전원 레일은 서로 의존 관계에 있어 하나만 잘못 설계해도 전체 시스템이 오작동한다.
그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보드는 실제로 수백 개의 전원 레일을 가지고 있다”며 “메인에서 400~800볼트로 들어와 54볼트, 12볼트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복잡한 전압 도메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부하 요구사항도 극단적이어서 한쪽 끝에는 극소 전력의 웨어러블 기기가 있고, 다른 끝에는 수천 암페어가 필요한 데이터센터 칩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워 스튜디오는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범용적으로 쓰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떤 산업을 타깃으로 하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레이 부사장은 즉시 “모든 분야(Everything)”라고 답했다. 그는 “이 툴은 특정 섹터에 종속되지 않는다”며 “자동차, 산업, 소비재, 헬스케어, 데이터센터 등 ADI가 공급하는 모든 전원 부품이 이 툴로 설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배터리 1개로 작동하는 소형 웨어러블 기기부터 전원 레일 수백 개가 필요한 차세대 데이터센터까지 모두 지원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파워 스튜디오는 5단계 워크플로우로 구성된다. △플래너(Planner)로 시스템 수준 블록 다이어그램 작성 △디자이너(Designer)로 AI 기반 부품 선택 및 회로 설계 △LTspice, SIMPLIS로 정밀 시뮬레이션 △PowerPlay로 실제 보드의 디지털 제어 전원 설정 △PowerAnalyzer로 실제 보드 성능 측정 및 시뮬레이션 비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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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도에 성공”이 목표… 1500만원 측정 장비도 대체
레이 부사장은 파워 스튜디오가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는 첫 번째 시도에서 작동하는 설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부품을 선택하고 시뮬레이션이 만족스러우면, 실제 보드를 제작했을 때 작동할 것이라는 높은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수익은 보드 재작업(Board Spin)과 설계 반복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측정 장비 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레이 부사장은 “ADI는 LTPowerAnalyzer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이 가격이 저렴하고 휴대가 가능하면서도 정교한 측정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현재 실험실에서 약 1만5000달러 상당의 전문 측정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용자는 ADI의 LTpowerAnalyzer 툴과 ADALM2000 하드웨어 장비를 조합함으로써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 휴대도 가능한 측정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I는 이 툴을 무료로 제공한다. 레이 부사장은 “판매 지원 툴로 보기 때문에 유료화 계획이 없다”며 “목표는 고객이 ADI 부품을 빠르게 선택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 부사장은 1984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학·석사를 취득하고 41년간 반도체 업계에 종사한 베테랑이다. 그는 “파워 스튜디오는 단순한 툴 세트가 아니라 설계 생태계”라며 “시스템 수준과 IC 수준 설계 기능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고객에게 더 신속하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