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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자주국방을 해결하지 못하고 ‘국방을 어딘가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일부라도 있다는 사실을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방위산업 전시회인 아덱스(ADEX) 2025 비공개 방위산업 발전 토론회에서 꺼낸 말이다. 자주국방은 수십 년 전부터 나온 말이지만, 여전히 국가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방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며 “조금만 보완하면 넘쳐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주국방을 실현해 낼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방위산업계의 요구가 빗발쳤다. 규제 완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 기회 확대, 국산화 지원, 수출 확대, 전문 펀드 조성, 입찰 브로커 척결,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중심 제도 개편 등 현장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공감되는 말은 ‘새로운 혁신 생태계’였다. 현대전은 과거와 달리 AI와 자동화 드론, 무인·자율체계, 신소재∙부품, AI 기반 정보·감시·정찰(ISR), AI 반도체 기술 등이 첨단 방위산업의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방산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기반 무기와 전투장비 체계로 틀이 짜여 있다. 이로 인해 혁신적인 방산기술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만들어내더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부족하다. 이들이 혁신적인 방산 기술을 만들어내도 육해공군 중 어느 부서를 찾아가 누구에게 설명을 하면 되는지 창구조차 없다. 이에 수요자는 군인데, 방산 대기업을 찾아가 ‘보물상자’를 공개함으로 엉뚱하게 아이디어만 빼앗기는 일들이 허다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전장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바로 드론(무인기)의 압도적인 위력 때문이다. 수백만 원짜리 상업용 또는 FPV(1인칭 시점) 드론이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의 핵심 무기 체계를 순식간에 무력화하는 '비용 비대칭성(Cost Asymmetry)'의 시대를 입증해 보였다.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의 덩치나 가격이 전장의 승패를 결정하지 않는다. 무기의 가치는 ‘억 소리 나는’ 철갑이 아닌 ‘민첩한 지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자주국방은 '민첩한 지능', 즉 AI와 SW 중심의 방산기술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전통적인 무기 체계들이 AI와 SW로 무장돼 다시 태어나야 하며 값싼 고기능 ‘지능형 무기’가 새로 개발돼야 한다.
이 지능 혁신의 주역은 바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기존 대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국방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저 없이 방위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생태계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대기업과 경쟁이 불가능한 스타트업을 위해 ‘신속 시범 사업’의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스타트업 전용의 획득 트랙을 신설해 혁신적인 기술이 빠르게 전력화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사거리 몇 킬로미터’와 같은 하드웨어 규격이 아닌, ‘24시간 무인 감시정찰’과 같은 AI 성능 중심의 소요를 기획하여 기술의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AI 개발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과 테스트 환경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드론이나 로봇이 마음껏 실증할 수 있는 국가적 시설(테스트베드)을 조성해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도 누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AI 아이디어를 군이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전용 소통 창구를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혁신 기업들이 군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수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개방적인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수요 없는 개발’이라는 비효율을 막아야 한다.
AI와 SW 역량이 곧 국가 안보의 핵심이 되는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야말로 자주국방의 꿈을 현실로 만들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은수 대표는 AI 영상분석 전문기업 인텔리빅스 대표이사이자, 중소기업중앙회 제1호 AI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AI 석학교수로 재직 중이며, AI경영학회 부회장, CES 2025 혁신상 심사위원, 국내 1호 데이터거래소 KDX(한국데이터거래소) 창업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 매일경제 기자, MBN 보도국장, MBN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매경미디어그룹에서 30년간 근무했다.
-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 겸 ASSIST 교수 ceo@intellivix.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