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인터뷰] 김채연 고려대 교수 “감각의 시대, 나만의 감각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

기사입력 2025.10.23 06:14
시각·청각 자극 속, 뇌와 감각의 상호작용 연구
“감각은 나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
“진정한 다양성이란 사고방식과 인지 방식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
  • 스마트폰 화면을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여다보며,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자극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시대다. 짧은 영상 하나에도 웃고 반응하며, 정보는 감각을 통해 뇌로 흘러든다. 김채연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감각과 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과 다감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 교수의 관심은 인간의 감각이 판단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맞춰져 있다. 인지심리학과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 그는 시각 인지와 공감각을 중심으로,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탐구해 왔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해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세상을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뇌에서 통합한다. 시각은 청각, 촉각, 후각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각은 이러한 감각의 상호연결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특정 자극이 다른 감각 경험을 자동으로 일으키는 것으로, 글자를 보면 색이 떠오르거나 소리를 들을 때 형태나 질감이 연상되는 경험 등이 그 예다. 김 교수는 “공감각은 일부 사람만이 경험하는 특별한 능력이지만, 이 능력을 통해 인간 감각 체계의 연결 관계를 탐구해 볼 수 있는 렌즈가 된다”며 인간 감각 체계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 김채연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는 감각과 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과 다감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이채석PD
    ▲ 김채연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는 감각과 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과 다감각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이채석PD

    그의 감각 연구는 산업 현장과도 접점을 넓혀왔다. 둥근 형태가 부드러운 소리와 어울리고, 뾰족한 형태가 날카로운 음향과 연결되는 것처럼 감각 요소는 서로 영향을 주며 일관성을 이룬다. 김 교수는 “화장품 용기의 질감, 자동차 문이 닫히는 소리, 조명의 색감 등 감각적 일치가 느껴질 때 소비자는 더 강한 만족을 느낀다”라며 결국 사람들은 감각 요소가 일관성을 가질 때 기능이 아니라 경험의 완성도를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진행한 연구도 그 연장선에 있다. 복잡한 시각 자극 대신 단순하고 부드러운 형태와 색이 긴장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김 교수는 “같은 양의 시각 정보라도 질서와 리듬이 있으면 뇌는 훨씬 편하게 받아들인다”며 “감각의 정돈이 인지적 쾌감을 만든다. 감각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짧은 기간 산업화와 디지털화를 경험하며 ‘새로움에 적응하는 능력’이 사회적으로 강화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자극의 속도와 양이 늘어날수록 감각 피로나 선택 피로가 심화하고, 정보 과부하 상태에서는 무감각이나 판단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풍부한 자극의 시대일수록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걸러낼지 감각을 정돈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의 가치가 다시 높아진 현상에도 주목한다. 김 교수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직접 경험하는 감각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요즘 팝업스토어나 체험형 공간이 늘어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이제 제품이 아니라 체험 자체를 소비한다”고 말했다.

  • 김채연 교수는 진정한 다양성이란 단순히 구성원의 배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인지 방식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이채석PD
    ▲ 김채연 교수는 진정한 다양성이란 단순히 구성원의 배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인지 방식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이채석PD

    그는 연구 분야를 다양성과 포용성 문제로도 확장하고 있다. 2020년 고려대에서 국내 사립대 최초로 다양성 위원회를 설립하는 데 참여하여 교양과목 ‘다양성과 미래 사회’ 개설에 참여해 2대 위원장을 지낸 경험도 있다.

    김 교수는 “서구가 다양성을 주로 인권의 문제로 다뤄왔다면, 한국은 집단적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을 조직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심리적 토대로 본다. 그는 “진정한 다양성이란 단순히 구성원의 배경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인지 방식이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포용의 심리적 기반을 강조한다.

    최근 김 교수는 감각 연구에서 출발해 신뢰·조직문화 등 사회적 심리 영역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의 인지적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두 연구는 같은 뿌리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감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다”며, “어떤 자극이 편안하고 어떤 자극이 불편한지 아는 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조언했다.

    김채연 고려대학교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고려대 다양성위원회 2대 위원장 ▲현 한국인지 및 생물심리학 회장 ▲현 SK텔레콤 신뢰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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