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기술 주도형 개발로 패러다임 변화
“신뢰 기반 생태계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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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단순한 무기 체계나 도구가 아니라 전장의 촉매이자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국방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양질의 국방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노준 육군교육사령부 준장의 말이다. 그는 21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5(ADEX 2025)’에서 AI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투의 속도·정확성·자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노 준장에 따르면 육군은 AI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활용한 ‘다영역 동시 통합 작전’ 개념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전장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북한도 자율드론 도입 속도를 높이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례를 들어 AI의 전장 적용 속도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언맨드 존(무인지대)은 초기 23㎞에서 현재 2~30㎞로 확대됐다”며 “이스라엘은 라벤더 등 AI로 표적을 선택적·정확하게 타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드론 전력의 진화도 강조했다. 그는 “초기 사람이 조종하는 투하형 드론에서 1인칭시점(FPV) 드론을 거쳐 현재는 자율형 드론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통해 드론을 앞세운 정찰대 편성 등 자율무인체계를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준장이 강조한 다영역 동시 통합 작전은 대대·여단·사단이 순차적이 아닌 동시에 각 대의 작전 목표를 달성하는 개념이다. 원리는 대대와 여단, 사단이 AI 기반으로 지휘통제를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그는 “비가시선 원거리 전투가 가능하고 각 제대별 AI 기반 지휘통제 체계를 갖춰 작전을 동시 수행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적대적 AI의 위협이다. 노 준장은 “적대적 AI는 다양한 공격 벡터로 아군 AI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다중 센서 교차검증과 휴먼-온-더-루프(인간 개입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군의 전력은 군의 작전 요구사항(ROC)에 따라 10~20년에 걸쳐 천천히 개발해 왔지만 이제는 기술 주도의 민첩·개방형 개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노 준장은 “AI의 고도화로 ‘센서-지휘-타격-보급-복귀’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순환하는 전장 루프(Loop)가 완성되고 있다”며 “인간의 지휘와 AI의 속도·정확성이 결합된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위해 신뢰 기반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양질의 국방 학습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신속한 전력화와 운용의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는 민·군 융합형 상생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유덕규 기자 udeo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