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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간질환 치료의 새 전환점이 될 신약이 국내에 도입됐다.
입센코리아는 17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PFIC(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 증상 치료제 ‘빌베이(Bylvay)’가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결정돼 국내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빌베이’는 PFIC 증상 치료를 위한 세계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허가받았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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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IC은 대부분 소아기에 발병하는 유전성 희귀 간질환으로, 극심한 가려움증과 성장 지연, 간부전 등을 동반한다. 기존에는 간이식 외에 치료 대안이 거의 없었으나, ‘빌베이’는 간 내 담즙 정체를 조절하는 기전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평가된다.
이번 급여 적용은 2023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의 첫 번째 성과다. 복지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시장 진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허가와 급여 절차를 병행 심사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며, ‘빌베이’는 해당 프로그램의 1호 약제로 지정됐다. 한국의 급여 적용 결정은 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도적 성과로 평가된다.
세브란스병원 고홍 교수는 “빌베이는 PFIC 치료에서 간이식 외 치료 대안이 없던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라며 “가려움증 완화와 간 수치 개선 등 임상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오석희 교수는 “간이식은 평균 10% 이상의 실패율과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동반하며, 장기 이식 후에도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빌베이는 비침습적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경상국립대병원 서지현 교수는 “이번 급여 적용은 환자단체, 정부, 의료계가 협력해 만든 제도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신약 도입은 국내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환자단체 역시 “간이식 없이 약물치료만으로 관리가 가능해진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변화”라고 전했다.
입센코리아는 앞으로 희귀 담즙정체성 간질환 치료 분야 연구와 환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빌베이’는 PFIC 외에도 알라질 증후군(Alagille Syndrome)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으며, 적응증 확장을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치료제 ‘아이커보(Iqirvo)’의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은 의료진과 환자단체, 정부 간 협력을 통해 희귀 간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인식 개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입센코리아 양미선 대표는 “희귀질환은 질환의 복잡성뿐 아니라 인식과 접근성 측면에서도 과제가 많다”며 “치료제 공급을 넘어, 환자들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