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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자주 재지만, 심장의 리듬은 잘 살피지 않는다.
최근 한국오므론헬스케어가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혈압·부정맥 인식 조사’에서 일반인 10명 중 8명(83.4%)이 부정맥의 대표 질환인 심방세동을 모른다고 답했다. 심방세동이 뇌졸중 위험을 5배까지 높인다는 사실조차 응답자의 70%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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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약 30%, 1300만 명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그럼에도 일반인 절반 이상(54.3%)은 병원에서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모르고 있었고, 가정에서의 기준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혈압만 관리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는 의미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혈액이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는 부정맥의 한 형태다. 혈액이 한곳에 머물며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심방세동 환자의 80% 이상이 고혈압을 함께 앓고 있을 만큼, 두 질환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하지만 실천은 여전히 부족하다. 조사에서 고혈압 환자 200명 중 절반은 부정맥 증상을 경험했지만, 증상 시 심전도를 측정한 사람은 19%에 그쳤다. 아무 대처도 하지 않은 사람도 6%였다. 과반이 심전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제 가정용 심전도계를 보유한 사람은 10% 남짓이었다.
의료계에서는 고혈압과 심방세동을 ‘침묵의 동반자’로 부른다. 두 질환 모두 뚜렷한 증상이 없고, 꾸준한 자기 측정 없이는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더욱 정확한 혈압 관리를 위해 아침과 저녁 각각 두 번씩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지만, 매일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4.5%에 불과했다.
고혈압과 심방세동이 함께 발생하면 뇌졸중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을 3배, 심방세동은 5배 증가시키지만, 두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면 위험을 최대 68%까지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의 91.7%, 고혈압 환자의 69.5%는 혈압과 심전도를 함께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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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전문가들은 심전도 측정은 병원에서만 하는 검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마트워치나 가정용 기기를 활용해 주기적으로 심박 리듬을 확인하고, 이상이 지속되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한국오므론헬스케어 콘도 카즈히데 대표는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과 고혈압은 방치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혈압과 심전도를 함께 측정·관리하는 습관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